대학교 1학년 때까지 경당이라는 동아리 회원이었음(무예도보통지를 기반으로 한 각종 무기술-이라기엔 주로 검만 다룸-동아리)
그래서 같은 전통무예 동아리인 택견 동아리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음.
95년 1월로 기억됨. 전날 술 퍼먹고 동방에서 뻗어 자는데 일요일 아침 누군가가 날 막 흔들어 깨움. "야 시합 안 나갈래?"
엥? 뭔 뜬금...서울에서 택견대회가 열리는데 단체전 5명 신청했더니 지네 팀 한 명이 폭풍설사로 못 나간다고 땜빵 좀...
아니 사정은 그렇다쳐도 택견은 ㄷ테레비에서 구경한 게 전부인 내가 뭔 수로?
하여튼 어찌어찌 택견도장에 가서 품밟기랑 활개짓만 겨우 배우고(이거 안하면 감점이래서 하는 시늉만 하라고) 첵관 봉고차 타고 장충체육관으로 고고싱~
팀 당 5명이 차례로 붙고 3승 먼저 하면 진출되는 심플한 룰. 본인은 ㅇㅈ대 팀, 우리 상대는 동의대 팀. 내가 아마 2번 타자였을 거임.
여기서 잠깐 택견도 협회가 여러 군데라 주최하는 단체마다 룰이 좀 다른데 이 날 주최쪽엔 타격발차기 감점 룰이 있어서 흔히 생각하는 격투기 대회처럼 빡빡 차면 오히려 내가 감점.
휘슬 울리자마마자 상대편이 뒤차기로 내 복부를 정확히 가격!!! 지금 생각해 보면 상대는 태권도 원래 하던 앤데 나처럼 급조로 온 듯. 하여튼 룰대로 그쪽이 감점이긴 하나 이건 뭐 생과 사를 오가는 고통이 밀려오는데 점수고 나발이고 이건 뭐 내가 오고 싶어 온 것도 아닌데 왜 이짓을 하고 있나 싶어 심판한테 기권한다고 했더니 쿨하게 엄살부리지 말고 빨리 일어나라고...이보시오 심판 양반 내가 못하겠다는데..ㅜㅜ
어찌 통증이 좀 가라앉고 이젠 나도 눈에 뵈는 거 없음. 룰이고 나발이고 걍 무조건 풀파워 발차기 연타, 물론 상대방도 똑같...
이 날의 승부는 무승부. 왜냐
서로 감점이 동점.......
일단 자빠트리면 이기는 룰이라 중간에 미들킥 각으로 들어온 다리를 잡고 밀어붙였는데 한 다리로 백스템이 뭐 이리 빠른지 캥거루랑 싸우는 줄..
결국 2승 2패 1무로 각 팀 대빵끼리 일기토를 벌였으나 우리 팀 패로 끝. 끝나고 해장국 먹으면서 차로 실어다 준 관장님한테 자네 택견 한 번 해보지 않겠나? 소리는 들었지만 다신 볼 일 없을 것이오를 속으로 외치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