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때의 나도 그때의 너도 더이상 없다는걸 깨달았다.
그 당시를 그리워 하고, 우리가 지금 만나 그 무렵 우리가 같이 했던 많은것들을
재연배우처럼 똑같이 연기해본다고 해도.
추억과 회상에 잠시 가슴 따뜻할뿐
우린 그때와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구나.
있었던 자리로 돌아가는건 평소에 생각했던 것보다 수억만배 힘든 일이라는걸 깨달았다.
지구라는 녀석은 쉴줄 모르는 부지런한 녀석이라
하루에 한번씩 스스로 돌면서도 쉬지 않고 태양 주위를 질주하고 있어
지구에 올라타 있는 우리들은 가만히 있어도 그자리에 머무를 수 없다는거.
하루가 지나서 한바퀴를 돌면, 1년이 지나서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 돌면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올 수 있는것 아닌가?
라고 생각도 해봤는데.
빅뱅 이후로 우주는 끊임없이 확장중이라서
한바퀴를 돌면 같은곳에 와있는것 같은 생각이 들어도
사실 전보다 우주 중심에서 조금 더 멀어진
새로운 곳이라더라.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건
우주 창조를 다시 하는것만큼 힘든 일이라는걸 깨달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시 와서 다시 돌아온것 같아도.
사실은 작년 그 봄이 아니라, 새로운 봄인 것처럼
다시 그 장소로 돌아와 또다시 함께 했던 우리는
그때의 우리가 아닌,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었다.
누구는 사람이 변하기 힘들다는데
꿈같은 소리인것 같다.
가만히 있으려고 무슨짓을 해도
어쩔수 없이 변해 버리는걸
그때의 나는 죽고 없어진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매 순간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너와 내가 영원할줄 알았던 내가 어리석었다.
지금의 내가 아니면 할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다.
난 이제 또 금방 죽고, 새로운 녀석이 될거니까.
돌아갈수 없는 과거나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살지 말고
지금을 위해 살아야겠다.
매 순간 죽을거니까.
모든 순간 살아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