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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946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박이아빠★
추천 : 45
조회수 : 5125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7/08/10 16:44:50
얼마전에 겪은 기묘한 일들을 이야기해줄께...
몇 일전일이야..의뢰를 받고 마포구 쪽으로 일을 나갔거든...
월드컵경기장 뒤쪽으로 위치한 3층짜리 상가건물 이었는데
번화가에 위치한 건물하고는 차원이 틀리더군...
허름한 구식 상가건물이었는데 1층에는 사진관이 있었고
2층 3층은 텅비어있었지...
의뢰 받은곳은 3층공중화장실 이었는데...건물이 작다보니 공중화장실 자체도 매우 작았어...
두평 남짓한 공간에 남녀 화장실이 두칸... 작은 세면대가 하나...흔히 볼수있는 건물 화장실이었거든...
좁은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를듯한 냄새가 여전히
남아있었어...
그건 그렇고....
안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보이는건,...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들...여기저기 널려있는 박스더미와 신문지들이 정신없이 널려있더군...마치 고물상의 한구석을 보는듯한 기분이었어..
남자 화장실문을 열어보니...얇은 거적데기와 옷가지가 널려있었고 그 밑으로는 말라비틀어진 구데기 수백마리가 바닥을 까맣게 수놓고 있더라구...
대충 어떤 사건인지 알고는 있었지만.....막상 가보니 암담했지
워낙 낙후된 건물이라...세들어오는 사람도 없었고 그 건물이 위치한 동네는 오래된 아파트나 빌라단지라서 인적이 드문 그런 곳이었어...다만 1층에 있는 사진관이 건물주가 직접 하는곳이라서 그렇지...그 것마저 없었다면 폐건물과 다름 없어보였어...
작업들어가기전에 건물주와 대화할 시간이 있었지..커피를 타주는 건물주 아저씨는 선한 인상에...자상한 말투를 가진 분이신것 같더라구...연세가 60대 후반 정도 되셨는데...
꽤 젊어보였었어....
그 아저씨께서 화장실에서 돌아가신 할머님얘기를 해주시는데 가슴이 짠하더라....
원래 아들이 한명 있었는데...젊었을때 집을 나갔데...할머니는 아들을 찾기위해 거리로 나섰고 그 이후 이십여년이 넘는 오랜시간을 노숙자로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어...
결국 아들을 못찾았다는 얘기였겠지?
비로소 작업이 시작되었어...먼저 화장실에 가득쌓여있던
박스더미와 고철덩어리등을 밖으로 옮겼어..우리 인원은 세명이었는데 물건이 얼마나 많던지 한시간 정도 걸린듯싶어...
그 다음으로는 할머니가 목매달아 숨지신...남자화장실을 정리해야했어...
생전에 할머님이 쓰시던 배낭가방과 옷가지들을 마대자루에
차곡차곡 넣기시작했어...
아참.... 배낭가방에는 생전에 할머니가 넣어놓고 아껴드시던
싸구려 카스테라빵 봉지가 한아름 들어있었지..프라스틱벼에
들은 우유도 절반가량 남아있었고 말이야...
좀전에 건물주 아저씨가 해준 얘기중에 한가지가 머릿속을 스처지나가더군...
마포 xx컵 시장에 가면 빵할머니라고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지...
새벽부터 저녁까지 폐지나 병을 줍고는 항상 일마치기전에
시장어귀에 있는 빵집에서 가장 저렴한 오백원짜리 카스테라빵을 사서 끼니를 때웠다고 하더라고...
하루종일 일해봐야...삼천원도 안되는돈을 가지고...하루를 버텨오신거야...
측은해 지더라...
칠순이 다됀 나이에...뭐가 그리 괴로우셨길래 스스로 목을 매어 돌아가셨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한구석이 매어지드라고...
옷가지며 할머니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가방안쪽 깊숙히 들어있던 오래된수첩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지...
그 수첩에는 아들 사진과 이름 주소등이 적혀있었고 수첩 맨뒤장 ...그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그 수첩....맨뒷부분을 비닐같은데 끼워야지 움직이지 않잖아?
대충 뭔지는 알꺼라고 생각할께...
암튼 수첩맨뒤에 꼬깃꼬깃 접어놓은 종이 쪽지가 있었는데
...난 그종이를 펴본 순간 울컥하고 말았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하고 흐르는데 이건 진짜....
이제서야...할머니가 삶의 끈을 놓게된 이유를 알게된거야...
내가 뭘 봤냐구?
그건 마지막에 얘기해줄께.....
보통 큰 작업아니면 이틀정도면 끝나지....
그 다음날...
건물화장실 마무리를 하기위해 일행들과 새벽1시경에 건물
계단을 올라갔지..불꺼진 계단이 그날따라 더욱 음침하게 느껴졌어...
어둠컴컴한 화장실에서의 청소가 마무리 될때쯤....
우리 일행들이 길 건너 편의점에 가게된거야...너무 피곤해서
커피좀 사온다고 하더라고...
나도 피곤한 터라 흔쾌히 허락했지...우린 작업할때 문을 닫고하거든...
문닫혀 있는 어두운 화장실은 말그대로 소름끼치는 장소야
나같은 베테랑에게도 말이야...
잠시 후에 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거야!
나는 잠도 깰겸...우리 일행들을 놀려주려고 문틈사이로 눈을
들여대고 있었지....
순간...문틈사이로 보이는 다른이의 눈동자....
너무 놀라 뒤로 자빠질뻔했어...
그 와중에도 우리일행이 장난치는거겠지? 하는 생각이들더라구.....그래서 문틈으로 다시 눈을 가져다댔을땐...
괜히 봤다는 후회감이 밀려오더라구....
보지말았어야 했는데.....
밖이 어두워서 잘 볼수는 없었지만...하얀 저고리에 쪽진머리는 마치...여기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연상케했던거야...
어두운 계단밑으로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뒷 모습이 너무나 애처러워 보였어...
분명 할머니가 맞는듯 했어....
잠시후 우리 일행들이 커피를 사들고 오더라구...
난 방금있었던 일을 얘기하지 않았지...
그래야만 할것 같았으니까......
다음날 아침...
나는 시장에 들려 그 할머니가 생전에 드시던 시장표 카스테라
몇개와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흰우유를 사서 그 건물화장실 한켠에 놔두었어...
외로운 길을 떠난 할머니의 영혼이 혹여라도 배고플까봐...
일을 끝마치고 그날은...근처 횟집에서 일행들과 소주한잔을
들이켰어...다음날은 일도 없었고..다들 피곤에 쪄들어 하루
쉬었다가 가자고 하더라고...그냥 그렇게 하루를 마포에서 보내기로 한거야...
얼큰하게 취했을때였어...갑자기 건물화장실에 놔둔 빵과 우유가 생각나더라고...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는데 그전날보다 무섭게 느껴지진 않았어...아마도 할머니에게 느끼는 측은지심이었을지도?
어둠컴컴한 화장실문을 살짝 들여다보니
아뿔사....
어제 봤던 하얀저고리에...쪽진머리를 틀어올린 그 누군가가
빵과 우유를 마시는듯했어...
화장실 바닥에 앉아서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귀신이던 사람이던...그냥 불쌍하더라구...
그냥조용히 계단을 내려왔어...
다음날 사무실로 향하기전에 시장에들려 또 한번 빵하고 우유를 사들고 화장실로 향했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화장실문을 열어보니 빵과
우유는 새것 그대로 있더라구...
그럼 어제 내가본건?
다만 빵봉지와 플라스틱우유통이 약간 부풀어 있긴했어...
얼마나 배가 고프셨을까?
난 할머니의 죽음을 이해할수 있었어...
청소하던 그날 할머니 수첩에 꽂혀져있던 아들의 사망통지서를 보고말이야.....
난 오늘도 그 건물화장실에 카스테라와 우유를 놓고오는길이야!
만약.... 누군가 건물 화장실에 먹을것을 두고 간게 보이면....버리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 놔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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