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차종 약 24만대 예상…국토부 "현대차 결함은폐 의혹 수사의뢰"
정부가 자발적 리콜 요구를 거부한 현대·기아차에 강제리콜 조치를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차량에서 발생한 5건의 제작결함에 대해 지난 8일 청문회를 열고 검토한 결과 리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현대차에도 이같은 사실이 통보됐다.
앞서 국토부는 현대차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현대차가 생산한 차량에 결함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 왔다. 제작결함 심사평가위원회(심평위)가 조사한 결과 내부고발자의 제보 32건 가운데 5건은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5건의 내용은 △아반떼(MD)·i30(GD) 진공파이프 손상 현상 △모하비(HM) 허브너트 풀림현상 △제네시스(BH)·에쿠스(VI) 캐니스터 통기저항 과다 △쏘렌토(XM)·투싼(LM)·싼타페(CM)·스포티지(SL)·카니발(VQ) R엔진 연료호스 손상 현상 △쏘나타(LF)·쏘나타 하이브리드(LF HEV)·제네시스(DH) 주차브레이크 미점등 등이다. 대상 차량은 12종 24만대로 추정된다.
국토부는 심평위의 조사를 바탕으로 지난 3월말 4건, 4월말 1건에 대해 현대차에 자발적 리콜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국토부의 지적 사항이 리콜을 해야 할 만한 결함은 아닌 것으로 보고 이의를 제기해 관련법에 따라 청문회가 열리게 됐다.
청문회는 외부전문가로 선정한 청문주재자와 행정청, 청문당사자(현대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는 문제 제기된 결함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사항이 아니라며 무상수리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토부는 청문조서와 청문주재자 의견서 등을 근거로 살펴본 결과 5건 모두 리콜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동안의 리콜사례와 소비자 보호 필요성 등도 참고했다.
현대차는 시정명령 통지를 받은 날(12일)로부터 25일 이내에 국토부에 결함시정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리콜계획에 대한 신문공고와 해당 자동차 소유자에 대한 우편통지도 30일 이내에 해야 한다.
국토부는 내부고발자 제보 가운데 아반떼 프론트 코일스프링 손상 등 9건은 공개 무상수리를 권고했다.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제작결함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제네시스 ECU(전자제어 장치) 불량 등 3건은 추가조사 이후 리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나머지 12건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세타2엔진 시동꺼짐 등 3건은 자발적 리콜이 이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강제리콜이 결정된 5건에 대해서는 현대차가 고의로 은폐한 의혹이 있는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국토부의 시정명령을 수용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해 이번 리콜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이른 시일 내 고객을 위한 조치에 만전을 다하고 무상수리 9건에 대해서도 부품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해 무상 수리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차량 개발과 생산, 판매, 사후관리까지 철저한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해왔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모든 사안을 점검해 고객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