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비록 떠가는 달처럼
미의 잔인한 종족 속에서 키워졌지만,
그녀는 한동안 걷고 잠깐은 얼굴 붉히며
또 내가 다니는 길에 서 있다
그녀의 몸이 살과 피로 된 심장을
갖고 있다고 내가 생각할 때까지.
허나 나 그 위에 손을 얹어
냉혹한 마음을 발견한 이래
많은 것을 기도해 보았으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매번 뻗치는 손은 미치광이 같아
달 위를 움직이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웃었고, 그건 나를 변모시켜
얼간이로 만들었고,
여기저기를 어정거린다.
달이 사라진 뒤
별들의 천공운행(天空運行)보다 더
텅 빈 머리로.
-----------------------------First Love
W. B. Yeats
Though nurtured like the sailing moon
in beauty's murderous brood,
She walked awhile and blushed awhile
And on my pathway stood
Until I thought her body bore
A heart of flesh and blood.
But since I laid a hand thereon
And found a heart of stone
I have attempted many things
And not a thing is done,
For every hand is lunatic
That travels on the moon.
She smiled and that transfigured me
And left me but a lout,
Maundering here, and maundering there,
Emptier of thought
Than the heavenly circuit of its stars
When the moon sails out.
--------------------------------------
처음으로 사랑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떠가는 저 달인 듯
섬뜩하도록 아리따운 상념 속에서 떠올린 그녀이건만,
잠시 거닐다가 얼굴 붉혔다가
나도 거닐던 그 길에 머무르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도 그녀를 생생하게 떠올리는 한,
마음은 활기 넘치리라.
막상 이 모든 것에 손길을 뻗어
차갑게 굳은 마음에 닿아버린 이후에
난 무슨 짓이건 해봐도
되는 것 하나 없이,
내 모든 손짓이 달빛에 취한 나머지
그렇게 달 위로 떠돌아다니네.
그녀의 웃음으로 나는 상냥해지기도 했건만
바보로 남겨졌으며,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푸념하며,
그녀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는 건
하늘위로 떠도는 별들보다도 더한
저 달이 떠나가는 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