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사업 육성 및 '사드' 보복 일환…내년 상반기 쏘나타 PHEV 배터리 공급]
현대자동차가 중국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td)과 친환경차 배터리 공급 본계약을 지난 3월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를 내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와 손잡지 못하고, 중국 현지 배터리 업체를 선정하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자국 배터리 산업 육성 및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현지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4일 현대차와 중국 현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출시할 쏘나타 PHEV에 탑재될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본계약을 중국 CATL과 지난 3월에 체결했다. CATL은 중국 비야디(BYD),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세계 3위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업체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해외 완성차 기업에게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로, BMW와 폭스바겐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서 판매 중인 쏘나타 PHEV에는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가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을 발표하면서 외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는 아예 배제하면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에 최대 20만위안(34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쏘나타 PHEV가 이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베이징현대차는 쏘나타 PHEV를 당초 올해 4월에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중국 정부가 한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대한 모범규준 인증을 보조금 지급과 연계시킬 수 있다고 내비쳤다.
이어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 심사 기준을 연간 생산능력 2억와트시(Wh)에서 80억Wh로 40배 높였다. LG화학과 삼성SDI의 연간 생산능력은 이 기준에 절반도 못 미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신에너지차 차량 추천 목록'(57차종)에서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국내 업체의 배터리가 장착된 차종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CATL은 2011년 설립 이후 중국 정부의 막강한 리튬이온 배터리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전기버스, 친환경차(순수전기차, PHEV, 하이브리드카),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에너지 사업군을 갖추고 있다.
중국 푸젠성에 본사가 있으며, 유럽내 스웨덴, 독일, 프랑스에 사무실을 냈다. 중국 장쑤성에 신공장을 짓고 있으며, 유럽내 지역 신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다. 최근 대만 폭스콘도 44억대만달러(약 1650억원)을 CATL에 투자, 지분 1.19%(766만주)를 확보했다.
황스린 CATL 회장은 "2020년까지 300억위안(4조9200억원)을 투자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능력을 50GWh(기가와트시)로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미국 테슬라가 네바다주에 한창 건설 중인 '기가팩토리'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뛰어넘는 수치다. 1GWh는 4만대의 전기차가 100㎞를 달릴 수 있는 용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