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아! 돌고래 귀여워! 먹을 수 있으려나?”
깜찍한 얼굴로 황당한 소리를 하는 서연지였다. 이 녀석은 왜 보는 것마다 다 먹을 걸로 치환하는 거야?
기껏 수족관까지 와서는 상어를 보면 상어가 먹고 싶다, 해파리를 보면 해파리가 먹고 싶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
그런데 나와 이 녀석이 둘이서 같이 다닌 지 벌써 몇십 분은 된 것 같은데. 다른 부원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다른 부원들을 생각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고객님들 중에서 도와주실 분을 찾습니다. 그러면, 저기의 커플 두 분! 이쪽으로 와주시겠습니까!>
갑자기 사회자가 이쪽을 향해 손날을 가리키며 외쳤다. 어? 커플 두 분? 우리?
옆자리의 서연지가 펄쩍 뛰었다.
“무무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남녀가 같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커플이라고 생각하다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의 살아있는 표본 같은 거 아니야? 커플은 누가 커플이래, 그런 거 아니거든! …………아직은.”
마지막에 고개를 나와 반대방향으로 돌리면서 혼잣말처럼 중얼대듯 한마디를 덧붙인다.
어딘가의 하세가와 씨라면 “에? 뭐라고?” 같은 반응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잠자코 돌고래 쇼가 펼쳐지는 정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 모습을 어필했다.
……서연지 너 말이야, 지금 그거 숨길 생각이 있기는 한 거냐? 바로 옆자리에 있는 나한테는 들리고도 남을 정도거든? 목소리를 죽일 거면 더 작게 했어야 하거든? 아니면 뭐야, 나보고 들으라고 하는 말인 거냐? 들어서 어쩌라고? 뭐라고 반응하면 되는데? 네가 바라는 반응이 뭔데?
여자아이란 정말 어렵구나. 최근 한 달 동안 몇 번이고 했던 독백을 되새김질하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물론 서연지에게는 들리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