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의 런 & 허그 전략 하나만으로 이번 경기가 욕 먹는게 아닙니다.
화끈한 난타전이 없어서 욕 먹는게 아닙니다.
메이웨더나 파퀴아오. 둘 다 전설급 복서라는 건 이미 증명 된 사실이고,
각자의 스타일에 있어 정점을 찍은 선수들이죠.
메이웨더는 숄더링과 더불어 중간중간 송곳처럼 찔러넣는 펀치가 매우 강력한 선수고,
파퀴아오는 '물어뜯는다.' 이상의 표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공격을 퍼붓는 스타일이고,
아마 이 두 전설의 매치를 기대한 팬들이 기대한 경기양상은,
철벽과도 같은 메이웨더의 방어를 어떻게든 물어뜯기 위해 돌진하는 파퀴아오와
맹공을 버텨내면서 중간중간 특유의 날카로운 공격으로 파퀴아오를 찌르는 메이웨더의
그야말로 '정점들의 수준높은 공방'을 기대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도 그런 공방을 기대했구요.
근데 경기는 포인트 복서로 전락한 메이웨더와,
특유의 저돌성은 잃어버리고 빌빌대는 지친 팩맨만이 링 위에서 투닥거리고 있더군요.
무슨 옛날 무협지에서 거론되는 '고수의 싸움은 순간에 판가름난다.'며 서로의 정적을 재는 그런 모습도 아닌,
말 그대로 치고 빠지고 도망가고 질질 끌려다니면서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이 둘이서 12라운드를 끌고 갔습니다.
링 위에 전설로 불리던 선수들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메이웨더는 메이웨더대로, 파퀴아오는 파퀴아오대로.
레전드의 격돌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나온게 그냥 평범한 경기만도 못한 지리멸렬한 공방만이 가끔 나올 뿐인
졸전이었고, 복싱을 이번 경기로 처음 접하는 분들도. 두 선수의 열렬한 팬들도 배신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