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주 : ‘임형철의 아시안컵’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이 진행되는 1월 9일부터 31일까지 매일매일 작성되는 아시안컵 특집 칼럼입니다. 실시간 경기 소식과 대회에서 발생하는 이슈들, 다음날 있을 주요 경기들의 프리뷰까지 ‘임형철의 아시안컵’과 매일 함께하세요!
대회 4일째에 열린 D조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일본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처음으로 아시안컵 본선에 나선 팔레스타인을 4대 0으로 눌렀다. 전반 7분에 터진 엔도의 가벼운 중거리 슛으로 리드를 잡은 일본은 이후 오카자키의 감각적인 헤딩 골, 혼다의 페널티킥 골, 요시다 마야의 헤딩 골까지 더해져 48분 만에 네 골을 터트렸다.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은 일본의 주전급 선수들은 일찍 교체되어 체력을 비축했고,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들도 페이스를 알맞게 조절하며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한편 일본과 팔레스타인의 경기가 끝난 뒤 펼쳐진 요르단과 이라크의 경기는 지루한 공방전이었다. 77분에 터진 카심의 골로 이라크가 1대 0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오랜 시간 A매치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두 팀의 경기였던 탓인지 양 팀 모두 경기를 뜻대로 풀지 못했다. 선수들끼리의 패스 연결도 매끄럽지 못했고, 유기적인 팀플레이도 없었을뿐더러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지도 못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적극성이 떨어져 보일 정도로 양 팀이 보여준 경기력과 전력은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경기를 중계하는 중계진이 공개적으로 ‘내용이 없다’며 평할 정도로 이날 경기의 내용은 無에 가까웠다.
D조를 제외한 아시안컵의 다른 조들은 모두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1,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조마다 변수가 있고, 막강한 전력을 보이고 있는 팀들이 붙기 때문에 경쟁 구도도 치열하다. 하지만 D조만큼은 양상이 다르다. 의심의 여지 없이 1강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일본을 제외하고, 팔레스타인은 아시안컵 대회 첫 출전인 데다 요르단과 이라크는 승리하는 법을 잊은 듯했다. D조에 속해있는 일본은 확실히 다른 나라에 비해 조별예선 최상의 조에 걸렸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진 출처 : 이데일리)
#. ‘치열한 경쟁’과 ‘예상치 못할 변수’가 있는 A, B, C조. 하지만 D조만 다르다.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D조를 제외한 나머지 조는 8강 진출 팀을 함부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속해있는 A조는 그나마 호주와 대한민국이 8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지만, 어느 팀이 조 1위를 차지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있다. 현재까지는 개최국의 이점을 지닌 호주가 조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도 대한민국과의 3차전 경기가 남아있는 데다 2차전 상대인 오만에는 상대전적에서 열세다. 대한민국 대표팀 역시 쿠웨이트를 상대로 다득점을 기록해야 3차전 호주전의 결과에 따라 조 1위를 확정 지을 수 있다. 만일 호주와 대한민국이 조별예선 2차전 경기에서 삐걱댄다면, ‘조직력’을 앞세운 변수의 팀 오만이 1, 2위 자리를 치고 들어올 수도 있다. 8강 진출의 가능성은 호주와 대한민국이 가장 높지만, 변수가 아예 없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B조도 다를 것이 없다. B조의 일인자로 예상 받던 우즈베키스탄은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많은 탓에 경기를 거듭할수록 기동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북한을 상대한 조별예선 첫 번째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은 이전까지 보여준 화끈한 공격력을 보이지 못했다. 북한은 언제나 그렇듯 정신력과 투지가 막강한 팀이기 때문에 복병의 팀이고, 1차전에서 사우디를 잡은 중국도 최근 A매치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몰락한 아시아의 명가’인 사우디도 전력은 약해졌지만, 언제 어디서 순간적인 위력을 보여줄지는 모를 일이다. 아시안컵 A~D조 중 가장 8강 진출 팀을 예상하기 힘든 조는 B조다. 이 조는 조 추첨 결과가 발표될 당시에도 ‘죽음의 조’로 불렸다.
C조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란이 8강 진출권은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란과 함께 8강 진출 팀으로 예상된 카타르는 UAE를 상대로 1대 4로 대패하며 큰 충격에 빠졌고, 최약체로 평가받던 바레인도 막강한 이란을 상대로 강한 전방 압박과 공격 위주의 경기 운용을 통해 전반전을 자신들의 페이스로 가져왔을 만큼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UAE는 오마르 압둘라흐만을 중심으로 한 공격 삼각편대의 파괴력이 상당해 이란을 상대로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다. 아시안컵 이전까지 흐름이 좋았던 카타르도 아직 보여줄 것이 남았다. 서로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중동팀들 간의 대결인 데다 강팀 이란도 대회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와 예상 밖의 결과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알 수 없는 경쟁 구도다.
하지만 D조는 어떤가?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한 자리의 경쟁은 치열할 수 있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최상의 조가 없다. 이미 최약체인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부담이 많은 대회 첫 경기를 4대 0 대승으로 장식했고, 이라크와 요르단은 최근 A매치 전적을 살펴보아도 침체한 분위기다. 첫 경기에서 이라크가 요르단을 1대 0으로 잡았지만,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은 전혀 보이지 못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크게 무리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최상의 결과로 여유롭게 조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D조를 제외한 나머지 3개의 조는 첫 경기를 치른 뒤 예상치 못한 복병의 팀과 변수들이 작용해 조 1위 팀까지도 알 수 없는 구조가 되었지만, D조만큼은 굉장히 여유롭다.
(사진 출처 : 로이터)
#. 수월한 조별예선 일정이 일본에 가져다줄 이점은?
본래 일본은 아시안컵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요소가 많았다. 새로 부임한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과거 스페인 축구의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분위기가 뒤숭숭했고, 일본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아기레 감독을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었다. 또한, 아기레 감독 아래에서 일본 대표팀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해 전력에 대한 우려까지 겹쳤다. ‘아기레 쇼크’가 일본의 2015 호주 아시안컵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일본 대표팀의 걱정 요소였다.
하지만 일본은 조별예선 최상의 조인 D조에 속하게 되면서 걱정을 덜 수 있을 듯 보인다. 수월한 조별예선 일정은 조별예선에서부터 전력을 다해야 하는 다른 경쟁 팀들과 비교하면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 토너먼트에서 유리해질 수 있고, 주전을 대체할 준주전급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을 부여하면서 팀원 전체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또한, 조별예선 경기 내내 좋은 경기 내용을 기록한다면 팀의 사기와 자신감도 충만해진다. 앞으로 토너먼트에 돌입해야 할 일본 대표팀의 전력에 큰 이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수월한 조별예선 일정이 이점만 가져다준다는 보장은 없다. 너무 여유로운 조별예선 일정은 강팀과의 접전을 대비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팀 전력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이는 팀의 문제점을 살펴보지 못한 상태에서 토너먼트에 돌입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지나치게 올라간 팀의 사기와 자신감은 방심으로 이어져 집중력의 결여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기레 감독의 부임 후 분위기가 뒤숭숭했던 일본에는 조별예선의 일정이 큰 이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전까지 완전한 상승세를 타지 못했던 일본 대표팀은 조별예선의 일정으로 아기레 감독 아래에서 사기를 회복해 최고의 분위기에서 토너먼트를 대비할 수 있고, 동시에 아기레 감독에 대한 팀 내부의 신뢰도 역시 높아질 것이다. 오히려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걱정 요소가 많았던 일본 대표팀임을 생각하면 수월한 조별예선 일정은 충분히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 일본 vs 팔레스타인
처음으로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 오른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일본은 4골을 터트렸다. 전반 7분 만에 이누이 다카시의 패스를 받은 엔도 야스히토의 중거리 슛으로 선취 득점을 기록했고, 전반 24분에는 페널티 라인 안쪽에 있던 오카자키 신지가 카가와 신지의 슛에 절묘하게 머리를 갖다 대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전반 43분에는 팔레스타인의 아쉬라프 누만이 범한 반칙으로 얻어낸 PK를 혼다 케이스케가 성공해 3대 0이 되었다. 이후 후반 3분, 카가와 신지의 크로스를 요시다 마야가 헤딩으로 연결해 점수는 4대 0까지 벌어졌다.
대회 첫 경기의 부담이 있었을 일본은 엔도 야스히토의 7분 만에 터진 첫 골로 일찌감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이른 시간에 주전 선수들을 교체해주며 선수들의 체력 관리도 수월하게 해냈다. 팔레스타인은 역사적인 본선 첫 경기가 대패로 끝이 났지만, 본선 무대의 경기를 처음으로 뛰어본 사실에 의미를 둬야 할 듯하다.
(사진 출처 : 인터풋볼)
(2) 요르단 vs 이라크
큰 내용은 없었던 경기다. 양 팀 모두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좁혀 페널티 라인 바깥 부근을 철저히 봉쇄했지만, 공격진의 이렇다 할 활약은 없었다. 선수들 사이의 연계 플레이도 이루어지지 못했고, 공격의 방향성이 어디 있는지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후반 32분에 터진 이라크의 야세르 카심의 왼발 슈팅이 골대로 들어가면서 이라크는 1대 0 승리를 거뒀다. 다음 상대가 일본이었던 이라크 입장에서는 8강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매우 값진 승리였다.
[Day 5 경기 프리뷰]
(1) 쿠웨이트 vs 대한민국 (1/13(화), 16:00 – SBS)
조 1위를 위해서는 다득점을 기록하는 것이 좋은 대한민국의 경기다. 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쿠웨이트와의 경기인 만큼, 1득점만을 기록한 오만전에 비해 더욱 공격적인 선발진을 꺼내 들 필요는 있다. 쿠웨이트는 지난 호주와의 경기에서 4실점을 내주며 1대 4로 패했다. 마음 같아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4점 차 이상 대승을 원하지만, 일단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승리다. 대체하기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이청용이 뛸 수 있을지의 여부와 감기몸살에 걸려 11일부터 훈련명단에서 제외된 손흥민의 몸 상태가 관건이다.
(△ 예디낙의 공백은 과연...? /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 오만 vs 호주 (1/13(화), 18:00 – SBS SPORTS, MBC SPORTS+)
호주는 오만을 상대로 상대전적에서 밀리고 있다. 때문에 폴 르갱 감독의 지도력으로 더욱 조직력을 갖추게 된 오만은 호주 입장에서 상대하기 쉬운 팀은 아닐 것이다. 또한, 호주의 주장이자 중원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맡는 밀레 예디낙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이 점도 우려스럽다. 오만은 호주를 상대로도 수비에 치중한 상태에서 역습을 노리는 형태로 경기를 펼칠 전망인 만큼, 크로스를 앞세운 호주의 공격이 오만을 상대로 주요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볼거리다. (임형철 칼럼 / facebook.com/gudcjf758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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