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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잡이 후기
게시물ID : lovestory_713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키부리
추천 : 2
조회수 : 101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1/11 20:16:24
""망기적 밍기적 보내던 1년. 알바도 정말 토나와서 하루는 대한해운에서 선원알바구한다는 광고를.보았다. 전화를 해보니 준비물 필요없이 몸만 오면 된다고 하였다. 광고상 내용은 대략 이렇다.

1. 당일 출항하여 당일 들어온다
2. 먼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
3. 우량선주 즉 돈 잘버는 선주만 소개시켜준다.

이 3가지에 명백한 모순이 보일것이다. 하지만 아무 상관없었다. 난 그저 체험이 하고 싶었다. 그렇다.
한마디로 정신적으로 (미쳐있었다)

가자마자 소개소에서는 나이가 젊느니 대견하다느니 하며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계약서를 작성한다.

첫달 페이 150 그 다음달부터 200을 받으며 계약기간 4개월을 완수못할시 내가 받을 돈에서 ㅅ개비 70만원이 공제된다. 선주가 날 70만원에 사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가치가 70만원인가 할수있갰지만 후술할 내용을 보면 선주가 아주 비싸게 쳐줬다는걸 알수있을 것이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내가 간곳은 진도 서망항이다.
숙소는 컨테이너 박스에 전기판넬과 TV가 있고 따로 음식점 갈거아니면 식사는 배에 있는 식재료로 해결한다. 내가 일을 시작한 8월은 꽃게금어기다.
이때는 꽃게를 못걷으니 약간의 개량(?)을 통해 배를 그물배 (흔히 자망배라 한다. 유자망이라는 그물을 쓰기때문)로 전환하여 작업을 한다. 약 6월에서 8눨 중순까지하다가 금어기 풀리는 8월말경에 다시 꽃게잡이배로 약간의 개량을 거친다.

내가 탄 배는 한수호. 선주는 경력 30년에 나이가ㅜ50이다. 선주중에선 꽤나 젊은 편이다.
디른 꽃게잡이배에 비해 내가 탄 배는 큰 편이다.
보통 7.8톤 할때 우리 배가 19톤쯤이었걸로 기억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배가 클수록 시설물을 더 달수있다. 즉 작업을 더 빨리 할수있다. 대신 그만큼 작업량도 많아질수 있다는걸 뜻한다.

꽃게는 보통 통발로 잡는다. 아니 거의 통발이다.뾰족하고 넓고 납작한 꽃게를 그물에서 떼내는게 쉬울것인지 통발로 잡아서 털어내는게 쉬울것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거기에 게는 위협을 느끼면 제 발을 스스로 떼버리고 도망간다. 품질상으로도 시간상으로도 통발이 효율이 좋다.

8월말까지 육지에 있던 약 5천개 통발을 수리하고 그 통발을 매달 줄을 손보는 등 각종 작업준비를 하게 된다. 새벽 6시쯤부터 저녁 8시까지 약 4일에 걸쳐 했던것같다. 그만큼 준비할게 많다.

이 준비과정에서 한명이 도망갔다.
만약 일을 그만두려면 이때 그만두는게 서로에게 좋다.

출항을 시작하면 통발과 필요한 물품을 최대한 배애 실어놓는다. 배에는 통발 2500개가 실렸다.
배마다 다르겠지만 통발을 바다에 설치할때 위치를 표시할 스티로폼재질의 원통을 다는데 이게 망통이다. 이 망통으로 위치를 표시하고 줄이 바닥으로 잠기게( 게는 바닥에 산다) 닻을 매달고 줄에 일정간격으로 작은 줄을 엮어 고리모양의 꼬다리를 만든다. 통발에는 줄이 하나 달려있고 강철제의 손바닥 크기의 클립이 달려있는데 이를 스나프라 한다. 영어로는 잡는것쯤의 의미인데 이것을 꼬다리에 끼워서 바다로 투하하는 식이다. 이 줄 하나를 1틀이라 하며 우리배는 한틀에 통발 500개가 매달렸다.
훗날 8500개를 보니 우리배는 17틀을 바다에 깔아놓은 셈이다. 

2500개를 실고가서 이것들을 500개씩 즉 1틀씩 바다에 뿌린다. 이를 투망이라 한다. 배 가장 위쪽에 통발을 쌓는 곳이 있다. 이를 닭장이라 한다. 닭장에서 통발을 아래층으로 내릴때 중간에서 한명이 받아준다. 그럼 이 통발을 아래에서 또 받은 다음 통발을 투하하는 다이위에 놓고 민다. 이를 푸쉬라하며 상상이 안가면 기뢰를 뿌리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된다. 혹은 2층에서 포탄을 주면 사람이 일일이 포신에 장점하는 그림을 그려보면 된다. 푸쉬를 하면 그 옆에선 줄에 달린 꼬다리에 스나프를 꿰어넣는다.
푸쉬다이에 9개통발이 장전되어 그 이상밀면 통발이 바다로 투하된다. 즉 한번 밀면 옆사람이 꼬다리에 스나프를 꿰어놓으면 통발은 알아서 바다로 투하되게 된다  

닭장에 약 2000개를 실고 그 밑에 500개를 쑤셔박아놓는다. 내 키가 173. 통발을 6단으로 쌓으면 내키와 엇비슷하며 닭장에 가득 찬다. 그렇다면 2천개는 몇단이 되겠는가... 다행히 24단은 아니고 12단씩 쌓은 다음 배 밑에서 닭장으로 통발을 보내는 컨베이어 벨트가 있다. 이곳도 활용하여 쌓고 12단씩 쌓은 다음 위로 그냥 던져서 쑤셔박는다 (....)

이게 왜 중요하냐면 투망할때 줄을 펼치면서 통발을 빠트려야 줄이 꼬이지않는다. 펼치면서 빠트리려면 배는 앞으로 가야한다. 이제부터 한수호가 왜 서망항에서 알아주는 배인지 본격 그 신화가 펼쳐진다(...)

보통 다른 배는 한틀에 250개 정도 그 미만도 있다. 우리배는 500개다. 다른 배의 두배를 일하면서도 다른 배만큼 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렇다. 속도다. 배가 앞으로 가야 줄이 펼쳐지며 통발이 빠진다. 우리배는 전속력으로 풀악셀을 밟는다 ㅋㅋㅋㅋㅋ 통발늘 줄네 연결못했다면? 빈줄이 빠져버린다

배가 빠르게 움직이면 작은 파도에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게다가 직선으로 가는것만은 아닌게 선주가 레이더보면서 바닥이 그지같은 곳이나 다른 장애물등을 피해가야한다.

통발은 내 키의 두배넘게 쌓여있다. 닭장은 피이프로 창살이 쳐져있다 그렇다. 창살타고 올라가서 위에서 하나씩 내려줘야한다. 그러면서도 늦으면 안되며 잘못하여 12단 통발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1kg정도 되는 철제통발이 몸에 맞으면 눈물난다. 아프다. 그것보다도 위에 올라간 사람은 옛날 빅쇼가 브룩레스너에게 백 스플렉스를 맞은 만큼의 충격 + 무너지는 통발을 그대로 선사받는다.

여기에서 뱃일의 위험함을 느끼게 된다. 늦으면 위 상황을 알건 모르건 그냥 쌍욕나간다.
즉 몸 다치건 말건 무조건 빨리해야한다.
이게 바로 hansu 스타일이다. .

첫날부터 우리는 고작 0.5m남짓의 파도가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체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차를 몰고 풀악셀로 달리다가 조약돌 한개를 밟았을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12단통발을 내리다가 잠깐이라도 배가 흔들리면 여지없이 통발이 무너지거나 사람균형이 무너진다.
거기에 관성의 법칙이 더해져 통발은 뒤쪽으로 마치 피사의 사탑마냥 기울어져 있는 상태이다. 속도에 따른 바람이 더해져 무너지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그러면서도 1초네 한번씩 늦어도 2초안에는 통발을 아래층에 전달해야한다. 그래야 작업이 끝나는건 둘째치고 딸려나가는 빈줄을 무의식적으로 잡다가 사람이 바다로 딸려나가는 불상사를 방지할수있다.

 이것때문에 뱃일은 무조건 빠르게해야한다.
그렇게 해야 오히려 사고가 안나는 곳이다.
그렇개 2500개 통발을 내리길 두번 반복하고 나서야 드디어 배 밑쪽 선원실에서 잠이 든다.
공간운 좁지만 피곤앞에 그런건 없다.
자정 12시가 작업시작의 정석. 그렇게 약 5시간을 자고 본격적인 꽃게잡이를 들어간다.

현재 모바일인지라 사진첨부가 힘들어 후에 첨부를 하겠다. 꽃게잡이의 개요는 이렇다.

1. 줄 꼬다리에 연결된 통발을 해제하는 앞잡이
2. 앞잡이가 준 통발 입구를 열어 내용물을 털어내는 통털이
3. 통털이가 보내준 통발의 미끼(입감이라 한다)가 든 통을 교체하는 입감잡이
4. 입감잡이가 준 통발의 입구를 봉하여 닭장으로 연결된 벨트로 보내는 고리쟁이(통발의 입구는 끈에 고무줄로 고리를 연결해놓았는데 이릉 당겨서 걸면 입구가 봉해진다)
5. 고리쟁이가 보내는 통발 500개릉 쌓는 통쟁이

6. 배에서 건져올리는 줄을 정리하는 (사리는) 줄잡이
7. 그외 배 한켠에서 입감잡이가 쓸 입감(미끼)응 손질하고 입감통에 넣어 만드는 입감쟁이가 있다.
쉽게 말해 입감잡이가 장전수라면 입감쟁이는 탄약을 만드는 보직이다.
8. 통털이가 털어낸 게의 발을 자르는 다데


 난이도는 나열한 순서대로 쉬워진다. 단 7번 다데는 예외. 게가 안잡힐땐 놀지만 게가 잡히는 시즌엔 손 전체에 굳은 살이 생성된다. 죽 손이 붓고 안쥐어진다. 

 앞잡이는 보통 갑판장이 하는게 원칙이며 
내가 맡은 고리쟁이가 명목상 가장 쉬운 보직이다. 왜 명목상이냐 하면 고리로 입구를 잠그는건 많은 힘이 필요하지 않다. 단 그렇기 때문에 각종 부차적인 일둘이 주어진다. 
  

우선 이 한틀이 연결된 줄은 굉장히 무겁다. 단순계산해도 통발 한개가 1kg이다. 이것이 500개가 달려있으니 500kg에 길다란 줄만 해도 또 40~50kg 거기에 서해 특유의 물살과 물의 압력까지 더해져서 사람힘으로는 건져낼수가 없다.

따라서 기계식 도르래에 설치하여 줄을 끌어올려야한다. 우선 뱃머리에 줄을 걸치는 1차 도르래 용머리 (용두)가 있다.

건져올린 망통을 배로 끌어올린다음 줄을 여기에 걸쳐서 배 중간에 있는 2차 도르래 (차바퀴)로 가져간다. 이 2차 도르래까지 연결을 해주어야

바람, 파도, 물살등에 의하여 줄이 도르래 밖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방지할수있다. 이 2차도르래까지 연결하면 줄을 올리다보면 계속 쌓인다.

투망을 할떄 어차피 줄이 배 뒤쪽으로 가있어야한다. 그렇기 떄문에 배 후미에 다시 줄을 정리해놓을수 있도록 양망기가 설치되어있다.

(통발을 건져올리는 것을 양망, 다시 바다로 뿌리는 것을 투망이라 한다)

줄잡이가 이 양망기를 이용하여 계속 줄을 사린다. 그래야 양망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투망이 되기 때문이다.

 

용머리 옆에는 작업선반 (다이)가 있다. 다이에 앞잡이 - 통털이 - 입감잡이 - 고리쟁이 순으로 쭉 서서 각자 분업을 하는 식이다.

앞잡이가 통발을 따서 통털이에 보내주면 통털이는 입구를 열고 내용물을 탈탈탈 털어낸다. 그리고 입갑잡이에게 패스하면 입갑을 갈아끼고

고리쟁이에게 패스해서 다시 입구를 잠군뒤 배 위쪽으로 연결된 벨트를 통하여 닭장으로 보내주면 통쟁이가 투망하기 좋도록 통발을 잘 쌓아놓는다.

 

이런식으로 분업이 진행된다. 내가 맡은 고리쟁이는 양망이 시작될떄 앞잡이가 건져올린 망통줄을 줄잡이가 차바퀴까지 끌고가서 연결시키는데

이걸 보조한다. 의외로 힘이 많이 든다. 서해는 수심은 얕지만 물살이 세다. 따라서 이 줄을 차바퀴에 거는걸 보조해준다.

줄잡이가 줄을 연결시키면 망통도 같이 딸려온다. 이것을 줄잡이가 다시 뒤로 끌고가서 양망기를 작동시킬 준비가 되면 나는 다시 앞잡이 쪽으로 가서

닻을 옮길 준비를 해야한다. 앞잡이가 끌어 올려진 닻을 주면 그것을 가지고 재빠르게 뒤로 가서 놓아 둔 다음 다시 내 자리로 달려와야한다.

닻이 끌어올려지면 곧 통발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닻도 무거운데다가 배도 흔들려 많이 힘들었다. 거기에 넘어지면 크게 다친다. 넘어졌다가는 닻에 찍혀 갈비나가고 얼굴나가고 손에 금간다.

한번도 넘어진적은 없었다. 허나 닻을 가져다놓고오면 처음엔 통발 3개씩은 밀리고 시작해야했다. 통발을 밀리지 않는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 앞잡이 (갑판장)가 서망항에서 가히 전설적인 인물인지라...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다. 갑판장 이름 서망항에서 대면

전부 알아준다. 보통 통발을 건져올리고 따는데 4~5초쯤이 걸린다. 이 인간은 통발을 거의 3초에 한개씩 딴다 ;;;;;

밀리면 한도 끝도 없이 밀리며 위에서 통발을 쌓아야하는 통쟁이 역시 통발이 다닥다닥 붙어오면 힘들어진다.

간격이 일정해야 서로가 편해진다. 이게 뱃일이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의 센스와 고도의 팀워크를 요구한다
 
그렇게 난생 처음타는 배에서 여타 배들의 작업량의 두배가량 되는 난이도, 그러면서도 많이 수면을 확보하기 위한 두배가량의 속도.
(물론 이건 냉동선을 제외하고. 냉동선의 경우 무조건 4시간을 자며 일한다. 게를 얼리기 때문에 작업을 많이 하든 말든 수면시간은 고정)
 
처음 한달간은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하루였다. 무조건 빨리빨리다. 손에 익지도 않은 일을 욕을 먹어가며 빠르게 해야한다.
 
처음에는 약 6천개 가량의 통발이 깔려있었다. 이 통발을 하루에 다 건지진 않고 약 3~4천개 정도 걷어들인 다음 4~5시간 정도 자고
 
다시 3~4천개 걷어들인 다음 4~5시간 정도 자고 이렇게 반복이었다. 추석때까지는 그렇게 하였다.
 
왜 그렇게 하는지는 그 당시엔 몰랐으나 이제는 알것 같다. 추석시즌에 싱싱한 건어물만큼 선물하기 좋은 것은 없다.
 
뭐 요즘엔 대부분 식용유와 스팸으로 퉁치지만, 육지에서는 구할수 없는 바다에서 나는 것이 선물하기에는 구색이 좋은게 사실이다.
 
꽃게는 위에서 상술했듯이 따로 철이 없다. 다리부터 몸통, 내장이며 알까지 버릴게 없고, 거기에 냉장시스템의 보급으로 보존또한 용이해졌다.
 
추석때부터 꽃게값이 슬슬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참 꽃게가 잘 나올때이기도 한다. 통발에 든 꽃게를 24시간 주기로 건지기 보다는
 
위처럼 하루 두번씩 작업하면 조금 더 빠른 텀으로 대략 2천개정도의 통발을 더 걷게 되는 셈이다.
 
물론 꽃게가 한참 잘 잡힐때이니 가능한 일이다. 후에 바람이 사정없이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10월 중순부터는 그런것없이 하루에 다 끝내야한다.
 
정말이지 몸이 힘들다. 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손에 있는 근육은 비명을 질러대고 힘도 점점 안들어가기 시작한다.
젓가락질이 힘들 정도로.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손이 정말이지 움직여주질 않는다. 그나마도 참고 억지로 장갑끼고 작업복 입은 다음
힘 안들어가는대로 아픈대로 참고 그대로 직행하다보면 한시간 정도 지나면 그래도 손이 움직여주기 시작한다.
 
여기서 더 심각해지지는 않는다. 그 고통을 4개월동안 참아내야한다. 뱃일은 이것이 힘들다.
 
한달 기본급 200에 나중에 성과급은 따로 지급해준다고 했었다. 이쯤오면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이렇게 육지에서 일하면 200은 그냥 뽑을수 있겠네]  [그만 때려치고 육지로 가야지]
 
맞는 말이다. 하루 약 14~18시간의 작업. 그렇게 육지에서 일하면 200은 더 뽑을수 있고 몸도 더 편하긴 할것이다.
헌데 뱃일을 마치고 생각해보면 사실 뱃일이나 육지일이나 하등 차이가 없다.
 
뱃일은 고기를 많이 잡아야 돈을 많이 번다. 돈을 많이 벌려면 많이 잡아야 하고 많이 잡는다는 것은 그만큼 힘을 많이 써야 된다는 뜻이다.
몸이 힘든건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육지일보단 힘들지 않다. 대신 정신적 스트레스같은건 없다.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꽃게가 무슨 대게처럼 큰게 올라오고 문어대가리가 사람 머리통만한게 올라오고 우럭이 눈알크기가 왕사탕만 한것들이 올라온다.
육지에서 전혀 경험할수 없는 것들을 바다에서 보고 느끼고 하다보면 마음은 오히려 신기하고 편하고 그렇다.
꽃게 많이 올라오면 이것들이 다 돈이다 하고 느껴질때가 되면 드디어 뱃일에 적응이 된것이다.
 
설령 그것이 힘든 일을 도피하기 위한 뇌의 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육지에서도 각종 알바로 점철되있던 내 경험에는
뱃일이 대략 육지일의 3배 힘들고 마음은 2배정도 편했다.
 
늘 갑판장님이 하시던 말씀이 "일은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 "힘들고 @$같고 하기 싫은거 그런거 다 생각차이다"
 
육지일이나 뱃일이나 결국 생각차이다. 어차피 돈벌기 위해 일하는 거고 일이란게 원래 하기 싫은게 맞는거다. 노는건 언제든 환영이고.
그러니 어차피 일할거면 제대로 마음잡고 일해야 되는 것이다.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드디어 뱃놈소리 듣게 되었을때가 2달째였다.
 
같이 왔었던 덩치 큰 녀석은 2달째에 나갔다. 사람이 9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그리고 이날부터 작업량이 슬슬 늘기 시작했다.
 
운반선으로 통발이 500개씩 오기 시작했다. 점점 양을 늘려가는 것이다. 그때는 이건 진짜 기분이 X같은 느낌이다.
 
학생들에게 묻는다. 선생님이 숙제 하루에 10개씩 내주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그러다가 숙제를 하나 둘씩 늘려가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군인들에게 묻는다. 행보관이 하루에 한번씩 총기수입을 시킨다고 치자. 그러다가 하루에 두번하라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직장인들에게 묻는다. 상사가 하루에 회식을 1차씩 한다고 치자. 그러다가 하루에 2차씩 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그렇게 11월이 다가올때쯔음 통발이 8500개가 깔리게 되었다..
 
한명이 빠졌을때의 공백. 물론 녀석이 하던건 입감쟁이다. 입감껴서 만들어놓는 보직. 그렇지만 그 쉬운 하나가 빠져도
투망을 끝내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와서 다음 틀 걷기 전까지 입감을 최대한 만들어서 확보해놓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입감잡이가 소위 알입감이라 불리는 것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입감을 만들어둔 통을 통발에 넣는다. 입감잡이는 이 만들어진 입감을 집어서 갈아끼기만 하면 된다.
헌데 이 입감통을 만들어 두지 못한다면?? 통발 걷는 도중에 입감을 자신이 입감통에 넣은 다음 갈아껴야 한다.
이것이 알입감이다. 입감쟁이가 해야할 일을 입감잡이가 부담하게 되는 거다.
 
생각해보자. 3초에 하나씩 통발이 온다. 입감통을 잡아서 갈아끼고 나에게 보내면 빠르게 하면 1~2초정도면 하나씩 된다.
근데 입감통에 미끼를 넣고 갈아끼는 작업이 추가되면? 진짜 겁나게 빠르게 해도 1~2초는 손해보는 거다.
즉 통발이 밀리기 된다. 이래서 입감잡이는 상황에 따라서 앞잡이 다음으로 힘든 보직이다.
 
물론 우리는 투망이 끝나자마자 다음 틀에 도착하기 전까지 우다다다닥 달라붙어서 입감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알입감 넣는 상황은
그렇게 자주 오지 않았다. 한 3번정도 왔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한 사람당 10개만 만들어놔도 8명이면 80개다.
틀 걷기 전까지 한 사람당 20~30개정도는 만들수 있다. 그러다가 점심시간 이용해서 밥 후다다다닥 뱃속에 쑤셔박고 다시 앞으로 가서
입감만들어 놓고.... 정말이지 쉬기가 힘들다...
 
그렇게 약 3주를 하였다. 그리고 어장을 옮기고 처음으로 육지를 밟았다. 11월부터는 풍랑주의보가 자주 떨어진다.
풍랑주의보가 뜨면 배들을 띄우지 못한다. 즉 운반선도 오지 못한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어장을 항구에서 가까운 곳으로 옮기고 운반선 볼 필요없이 풍랑주의보 떨어지면 육지로 직접 가게 되는 식이다.
 
이때쯤이면 뱃사람이 다 되었다. 물론 손이 맛이 갈대로 가고 있었다. 젓가락조차 집기 힘들다. 어떻게 12월까지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때쯤이면 그냥 하는거다. 아무런 감흥도 생각도 없이 일한다. 그저 하루하루 정해진 대로 고리끼고 닭장올라가서 통발 내려주고...
 
 
갑자기 끝나는 감이 있지만 정말 써놓을 것은 다 써놓았다. 11월부터 12월 22일까지 하였는데 그동안 작업은 한달도 채 하지 못했다.
풍랑주의보가 그만큼 수시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는 숙소에서 자면서 목욕탕도 가고 게임방도 가서 놀고 외식도 하고 그러면서 지냈다.
그러다가 배 나가면 또 3일쯔음에 또 바람불어서 들어오고 바람이 한번불면 일주일까지도 불고 그런다.
 
 
뱃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말리진 않겠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는 법이고 하고자 한다면 누구나 할수 있다.
힘이 약하고 쎄고는 중요하지 않다. 헬스 20년해왔다는 사람 하루만에 때려쳤다.
12년간 태권도하고 농구한 사람은 ㅄ소리 들어가면서 일했다.
다리한쪽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끝까지 다 견뎌내면서 일했다.
 
뱃일도 육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일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느끼게 될 것이다.
돈을 벌고 싶다면 그냥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해라. 그냥 그 일들을 더 열심히 해라. 그것이 낫다.
만약 육지일에 지쳐서, 바다를 체험하고 싶다면, 하지 마라. 수박겉핣기마냥 일주일만에 자신과 타협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도 정말 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왜냐면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어딜가든 잘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탄 배는 진도의 서망항에 있는 한수호다. 만약 배를 타겠다면 이 배를 추천한다.
위에 서술 하였듯이 뱃일에서의 보람감, 성취감, 그런게 있으면 버틸수 있겠지 하는 사람들 있을 것이다.
그런거 없다. 위에서 강조하였듯이 생각 차이다. 자신을 속이는 것인지 정말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생각하기 나름인 것은 맞다.
 
다만 배를 타고 싶다면 정말 신중히 생각하자. 끝내고 싶다고 함부로 끝낼수 없다.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본다고 생각해라. 사람도 잘 안구해지는 일인 만큼 힘들고
마음대로 했다가 그만뒀다가 할수 있는 일도 아니다.
 
지금 소개소에 ㅋㅋ 뱃일이나 해볼까 하는 사람은 정말로 자신이 그 일을 감당할수 있는지
그 일을 감당할 준비는 되어있는지 정말로 솔직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래도 하겠다면 글쓴이는 말한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다. 일이 힘든건 당연한거고 일을 열심히 하는건 근로자의 기본자세다.
따라서 일은 잘해야 한다. 일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하는 것이다.
 대충 돈이나 벌겠다고 배를 탈 생각이라면 그냥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파는게 훨씬 낫다.
누군가의 시 마냥 청포색 바다를 상상했다면 현실은 그 날개를 여지없이 부숴버릴 것이다.
그래도 받아 들일 자세가 되었다면 말리지 않겠다.
왜냐면 그런 사람은 보통 뭐든지 잘하는 천재이거나, 절박한 상황에 놓였거나 둘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게잡이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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