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주 : ‘임형철의 아시안컵’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이 진행되는 1월 9일부터 31일까지 매일매일 작성되는 아시안컵 특집 칼럼입니다. 실시간 경기 소식과 대회에서 발생하는 이슈들, 다음날 있을 주요 경기들의 프리뷰까지 ‘임형철의 아시안컵’과 매일 함께하세요!
아시안컵의 두 번째 날인 1월 10일에는 총 세 경기가 열렸다. A조 두 번째 경기인 대한민국과 오만의 경기가 열렸고, 이후 B조의 두 경기도 연달아 치러지면서 A조와 B조의 팀들 모두 아시안컵의 1라운드를 마치게 됐다. 대회의 두 번째 날 있었던 세 경기에서는 과연 어떠한 이야기들이 펼쳐졌을까?
(사진 출처 : MK 스포츠)
(1) [A조] 대한민국 vs 오만 : 박주호와 구자철의 선발은 최선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만과 가진 첫 경기에서 전반 추가 시간에 터진 조영철의 골로 기분 좋은 1대 0 승리를 거뒀다. 경쟁 상대인 호주가 전날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대표팀으로서는 다행스러운 결과였다. 하지만 조 1위를 위해 다득점이 필요했음을 감안해보면, 충분히 다득점이 가능했던 대회 첫 경기에서 1골밖에 넣지 못한 것은 아쉬운 측면도 있다. 또한 오만을 상대로 사실상 실점과 다름없는 장면을 내주기도 하며, 힘겹게 1대 0 승리를 따낸 부분은 확실히 비판받을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필자는 이날 경기의 선발 라인업에 대한 아쉬움을 대표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날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해 중원을 구성한 기성용과 박주호의 활약은 좋았다. 기성용이야 말할 필요도 없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중심 선수라는 것을 확실히 입증했고, 박주호 역시 중원의 살림꾼 역할을 맡으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더더욱 공격적으로 밀어붙여 다득점을 기록해야 했던 오만과의 경기에서 과연 이 두 선수의 중원 조합이 최선이었을지 필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만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분명 전반 내내 상대를 몰아붙이며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상대인 오만 역시 수비에만 집중할 뿐, 공격 작업에 많은 선수를 투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후방에 남아있는 선수들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많은 선수가 전방으로 올라와 공격 작업에 힘을 보태줘야 했다. 즉, 공격 상황에서 후방에 머물러있는 선수는 센터백 두 명(김주영, 장현수)과 그들을 보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딥 라잉 플레이메이커 / 기성용) 한 명만 있으면 충분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만전에서 4-2-3-1의 포메이션을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공격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4-1-4-1로 포메이션을 변경해 많은 선수를 공격 작업에 투입하며 오만 수비수들을 더 압박해야 했다.
(△ 박주호는 충분히 좋은 활약을 남겼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다만 기성용과 박주호의 중원 조합이 많은 골이 필요했던 오만전에 나와 '아쉽다'라는 평가만 하고 싶다. / 사진 출처 : OSEN)
이런 상황에서 기성용의 파트너로 박주호가 기용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박주호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훌륭한 중앙 미드필더지만, 가지고 있는 장점이 공격 작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유형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 박주호는 다른 주전 경쟁자들보다 활동 범위가 전방에 머무르는 선수도 아니다. 기성용과 박주호의 조합은 분명 오만을 상대하는 대표팀의 입장에서 과감하지 못한 선택이었고, 오만전에서 굳이 수비에 더 무게가 실린 이 중원 조합을 꺼내 들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 가져지는 게 사실이다.
결국, 대한민국 대표팀은 공격 과정에서 4-1-4-1의 포메이션으로 확실하게 변하지 못했고, 박주호 역시 전방으로 깊숙이 침투하며 상대 미드필더 저지선을 뚫고 공격을 풀어주거나 슈팅 기회를 잡기 위해 최전방까지 올라가며 과감하게 전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기에 대표팀의 공격 장면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전방에서 압박을 가해줄 선수의 숫자도 줄어들어 오만이 자유롭게 우리 진영으로 올라오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박주호의 자리에서 뛰어줄 수 있는 선수로는 대표적으로 ‘이명주’가 있다. 이명주는 박주호보다 전방까지 깊숙이 관여하며 미드필더 저지선을 뚫고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고, 또한 자신이 직접 슈팅 기회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득점까지 노려볼 수 있는 선수다. 박주호와 비교하면 활동 범위가 더욱 전방에 있기 때문에 상대 진영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공간을 열어주고 연계에 참여하는 데에도 능하다. 물론 전방 압박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OSEN)
이명주의 이러한 장점은 대한민국 대표팀이 가진 평가전에서 증명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와 가진 2014년 9월의 평가전에서 당시 신태용 임시 감독은 기성용과 이명주의 조합을 적절히 활용했고, 대표팀은 공격 과정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며 거세게 베네수엘라를 몰아붙였다.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4-2-3-1 포메이션과 4-1-4-1 포메이션을 적절히 혼재하며 효율적인 경기 운용을 펼쳤다. 또한, 이명주는 자신이 직접 좋은 공간에 자리를 잡아 멋진 감아 차기 슛으로 이날 경기의 선제골을 뽑기도 했다. 공격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명주를 남겨두고 박주호가 기용되었기 때문에, 오만전의 중원 조합은 분명 아쉬웠다.
(△ 대표팀에서 오랜 부진에 시달리던 구자철은 이전에 비해 확실히 나은 모습을 보였으나 주전으로 활약하기엔 아직 부족한 모습이 많다. / 사진 출처 : 뉴스엔)
활기찬 중거리 슈팅과 헤딩으로 상대의 골문을 위협하고 조영철의 결승골을 만들어주기도 했던 구자철의 오만전 선발 기용도 경기가 끝난 뒤 많은 비난을 받았다. 중간 중간 하이라이트 성 장면을 만들어준 활약은 있었지만, 상대의 밀집 수비 속에서 볼을 키핑하지 못하고 동료 선수의 빈 공간을 발견하지 못해 기회를 창출하지 못하거나 공격 템포를 죽이는 등 자잘한 실수를 보였기 때문에 구자철 역시 선발 기용은 아쉬웠다.
구자철을 대신해 선발로 나왔어야 했던 선수로는 슈틸리케 감독의 황태자인 ‘남태희’가 거론된다. 남태희는 이미 지난 사우디전에서 교체로 출전했음에도 팀의 두 번째 골의 기점이 되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겨 구자철에 비해 훨씬 좋은 폼을 가지고 있음이 입증됐다. 오만전에서 다득점을 노리기 위해서는 더 공격적이고, 폼이 검증된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 필요가 있었으나 폼이 저하되어 있던 구자철이 남태희를 대신해 선발로 나왔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 이 골이 없었다면 오만전의 선발 라인업은 가장 쉽게 비판받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 사진 출처 : SBS FunE)
오만전에 선택한 박주호와 구자철의 선발 기용은 분명 훌륭한 선택은 아니었다. 오만을 상대로 더욱 많은 골을 기록하며 시원하게 승리를 거두길 원했다면 박주호와 구자철을 대신해 더욱 공격에서의 공헌도가 높고 폼이 올라있는 다른 선수를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1대 0 승리를 거둬 큰 비판은 면하게 되었지만, 자칫 이 경기가 1대 1 무승부, 혹은 1대 2 패로 끝이 났다면 가장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은 선발 라인업의 선택이었다.
다음 상대인 쿠웨이트의 전력과 스타일도 오만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이 충분히 공격적으로 밀어붙여야 하는 경기에서 공격적이지 못한 선발 라인업을 선택하는 것은 아쉬운 선택이다. 밀어붙일 경기에서는 공격적인 라인업을, 신중하고 안정적으로 펼쳐야 하는 경기에서는 수비적인 라인업을 택한다면 상대에 맞춘 효율적인 경기 운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북한의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박광룡 / 사진 출처 : MK 스포츠)
(2) [B조] 우즈베키스탄 vs 북한 : 변수가 된 ‘비’, 아쉬웠던 박광룡의 마지막 헤딩 슛
우즈베키스탄과 북한의 경기가 열린 시드니는 경기 시작 전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비는 양 팀의 전반전이 끝난 이후 폭우로 변하더니 선수들의 머리와 유니폼, 축구화를 모두 적시고 후반 초반이 지나서야 서서히 소강상태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경기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만큼 많은 비가 쏟아졌기 때문에 결국 이 비는 양 팀의 경기에 변수로 작용하고 말았다.
비가 오게 되면 선수들은 더욱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게 된다. 유니폼과 축구화 등의 장비가 비에 젖어 더욱 무거워지고, 정신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까지 체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수로 내린 비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 팀은 북한이었다. 북한의 선수단은 후반 초반까지 계속된 폭우를 견뎌낸 뒤 눈에 띄게 기동력이 저하되기 시작했고, 결국 발이 무거워져 경기의 흐름을 우즈벡에 내주기 시작했다.
지친 북한 선수들을 공략한 우즈벡은 제파로프의 그림 같은 크로스를 받은 세르게프의 골로 결승골을 넣으면서 기분 좋은 첫 승리를 따냈다. 이날 북한이 보여준 체력적인 문제의 원인을 날씨로만 한정을 지어 꼽을 수는 없겠지만, 경기장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북한 대표팀이 90분 경기를 어떻게 마쳤을까 하는 생각은 충분히 가져볼 만한 상황이었다.
북한은 종료 직전, 188cm의 장신 스트라이커인 박광룡이 코너킥 상황에서 회심의 헤딩슛을 날렸지만, 우즈벡의 골키퍼인 네스테로프의 그림 같은 선방에 막히며 아쉽게 동점 골 찬스가 무산됐다. 우즈벡은 바로 다음에 열린 사우디와 중국의 경기에서 중국이 사우디를 1대 0으로 꺾었기 때문에, 8강 진출에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 오늘 생일을 맞은 왕 다레이에게는 역대 최고의 생일이 되지 않을까?)
(3) [B조] 사우디아라비아 vs 중국 : 정 청? 이제 왕 다레이가 왕이다.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중국 대표팀의 골키퍼는 정 청이다. 정 청은 오랜 시간 중국 대표팀의 골키퍼를 맡았고, 대한민국 대표팀도 상대해본 경험이 많은 만큼 중국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선발 출전한 골키퍼는 왕 다레이였다. 불과 3~4년 전까지 중국의 기대주로 평가받던 왕 다레이의 선발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왕 다레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쳐 이날 경기의 ‘플레이어 오브 매치’로 선정됐다.
특히 왕 다레이는 후반 16분, 사우디의 하자지가 키커로 나선 페널티킥을 막아내 선제골을 내줄 수 있는 위기로부터 팀을 구했다. 왕 다레이의 선방으로 기세를 탄 중국 대표팀은 이후 위 하이의 프리킥 골이 사우디 선수의 엉덩이를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들어가는 행운까지 겹치면서 기분 좋은 1대 0 승리를 따냈다. 경기의 결승골은 위 하이가 기록했지만, 왕 다레이의 멋진 PK 선방이 없었더라면 기대하기 어려운 승리였다.
[Day 3 경기 프리뷰]
(1) UAE vs 카타르 (1/11(일), 16:00 – MBC SPORTS+, KBS N SPORTS)
최근 카타르의 기세는 굉장하다. 2014년에는 걸프 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A매치에서도 줄곧 연승 행진을 달리는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C조에서 8강 진출 팀으로 올라설 유력한 팀으로 불리고 있는 카타르의 첫 상대는 아랍에미리트다. 8강 진출을 놓고 경쟁을 벌일 이란이 첫 경기에서 최약체인 바레인을 상대하는 만큼, 카타르 역시 물러서지 않고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다.
(2) 이란 vs 바레인 (1/11(일), 18:00 – MBC SPORTS+)
카타르와 함께 C조에서 8강에 진출할 팀으로 예상을 받고 있는 이란은 첫 경기에서 바레인을 상대한다. 전력상으로는 이란이 우세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 두 번만 평가전을 가진 탓에 부족한 준비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팀, 이라크 대표팀과 가진 두 번의 평가전에서 이란은 모두 1대 0으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면 충분히 바레인전의 승리를 시작으로 대회에서 기세를 타지 않을까 점쳐본다.(임형철 칼럼 / facebook.com/gudcjf758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