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마스 감상하고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시간 참 빠르게 흘러가는군요.
이러다 영영 타이밍 놓칠것 같아서 데레마스 방영 직전에 부랴부랴 감상문을 써봅니다.
제목을 꽤나 공격적으로 썼습니다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극장판을 상당히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애니마스 퀄리티를 기대했고 그 기대만큼 나왔거든요.
무비마스는 기존 팬들을 위한 서비스에 가깝기 때문에 아예 TVA 15화 포맷을 빌려서 2시간짜리 나맛스카 형태로 구성했어도 아무 문제 없었을 겁니다. 극중극인 네무리히메 좀 늘리고 일상씬 넣으면서 하하호호 아무 생각없이 웃고 즐기다 마지막에 마스터피스 라이브로 마무리하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호평을 받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니시고리 감독 (혹은 이시하라 총감독)은 주제가 있는 드라마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면 무비마스의 스토리 플롯을 살펴보죠.
1) 아레나 라이브 기획
2) 합숙 훈련
3) 라이브
끝 (...)
보시다시피 플롯 자체가 단순해서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선 어떻게든 갈등요소를 추가해야합니다. 그런데, 765프로는 이미 TVA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이미 완성된 캐릭터들입니다. 때문에 765프로 내부에서 갈등을 만들어내는것은 어렵습니다. 게다가 쿠로이처럼 765프로를 방해하는 정적도, 원포올의 레온처럼 압도적 기량을 가진 라이벌도 없습니다.
때문에 극장판에서는 갈등을 위한 두가지 장치를 더 넣었죠.
1. 밀리마스 시어터조의 추가
2. 프로듀서의 해외연수
두 가지 모두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무비마스의 뜨거운 감자였던 시어터조부터 살펴봅시다.
"새로운 갈등을 그리기 위해서는 외부요소가 필요했다"는 니시고리 감독(혹은 이시하라 디렉터)의 인터뷰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단순히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갈등 이외에도 선배 포지션에서 후배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애니마스 이후 더욱 성장한 765프로를 보여주기 위함이라든지, 애니 한정이지만 본가-신데-밀리를 묶는 세계관 통합, 겸사겸사 밀리마스 홍보의 목적도 있었을테고.. 아무튼간에 밀리마스 캐릭터들을 넣은것은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고 봐요.
그런데 왜 시어터조가 비난의 대상이 되었는가
대부분의 P들은 765프로의 아이돌들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고, BD를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765프로는 안보이고 밀리마스의 듣보 연습생들이 두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의 반절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어터조가 보여주는 시종일관 자신감 없는 태도.. 힘들다고 징징대고, 탈주하고, 님이 왜 리더냐고 하극상이나 부리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시어터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팬들이 얼마나 될까요?
더군다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사실상 하루카와 카나, 시호 세명입니다. 좀 더 넓게 잡아도 치하야, 이오리, 미키가 조언자 포지션에 있을뿐 나머지는 아예 없어도 무방한 수준이죠. 심지어 아즈사, 타카네는 체감상으로 시어터조에서 가장 비중 낮은 안나, 유리코보다도 스토리 개입이 적습니다. 해당 아이돌P라면 피꺼솟하지 않을 수 없겠죠. 애니마스 시절부터 니시고리 감독이 캐릭터별 비중문제로 많이 까였는데무비마스에 와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아예 의도한거라면 더 무섭군요...
또한 시어터조를 통한 갈등 유발과 해결 과정이 자연스럽고 감동을 이끌어냈는가..
개인적으로 이부분이야말로 무비마스가 가장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갈등의 시발점은 야부키 카나입니다. 하루카를 동경하고, 하루카와 비슷하게, 더디지만 한걸음씩 전진하려 노력합니다. 카나가 겪는 문제를 하루카도 이미 애니마스 11화에서 경험한바 있습니다. 다른 아이돌보다 기량이 뒤쳐지면서 의기소침해지는 일이 있게 되지만 하루카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노력, 그리고 다른 아이돌들의 도움으로 극복해냅니다.
니시고리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때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하루카도 낙오되었을지 모른다'고 설명했고, 카나가 바로 그 if의 모습을 보여준거라고 답했습니다. 카나의 경우 하루카와는 다르게 시호라는 자신을 더 몰아붙이는 인물이 있었죠. 애니마스 11화에서 미키나 히비키가 유키호, 야요이를 위해 안무를 쉽게 변경하자는 제안에는 거부했지만 그들을 위해서 따로 댄스 지도를 해줘서 도움을 줬습니다. 그러나 연습생들은 자신의 트레이닝 소화도 벅차서 카나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죠. 카나에게는 카나를 도와줄 '동료'가 없었습니다.
네. 함께하는 동료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픈 니시고리 감독의 의도 자체는 수긍할만 합니다.
하지만 무비마스를 감상한 사람들에게 감독의 그 의도가 잘 전달되었나요? 카나를 통해서?
까놓고 얘기해보죠. 미니 라이브 실패 이후 카나가 시호에게 쓴소리를 듣고 잠수를 탑니다. 동경하던 하루카의 사인 인형까지 버려둔채로 말이죠. 어리둥절하지만 그래도 카나에게 뭔 일이 더 있었으니 잠수를 탔겠지, 일단 지켜봅니다. 하루카도 카나에게 말 못할 무언가가 더 있다는걸 눈치채고 시호에게 "왜 님이 리더임?"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카나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죠. 근데 여기까지 40분을 잡아먹습니다. 2시간의 러닝타임중 1/3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진상이 밝혀집니다!! 엥? 폭식?
하루카가 그 마음고생을 하면서 40분동안 이리뛰고 저리뛴 원인이 고작 카나의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이요?
니시고리 감독은 "카나가 약한 존재임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체중 증가와 같은 사소한 문제를 갈등의 원인으로 설정했다"고 말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결정은 명백한 판단미스였다고 봅니다. 카나가 무단이탈하는 이유도 뜬금없을 뿐더러, 원인 자체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슈르륵(..) 장면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것이 당긴다는 얘기를 복선이랍시고 깔아놓긴 했는데 이런걸로 커버될만한 수준의 것이 아닙니다. 동경하던 선배 아이돌에게 격려까지 받아놓고 고작 식욕 억제 못해서 아이돌을 때려친다구요?
카나로 인한 갈등을 좀 더 개연성있게 그리려면, 좀더 거창한 이유를 들어서 갈등을 유발했어야 했어요. 가십기사에서 카나를 표적으로 찍어서 라이브 실패의 원인을 카나에게 돌리는 기사를 보게 한다던가, 뒤쳐지는 기량을 따라잡기 위해 무리하다 부상당한다는 설정을 넣었어도 지금보단 나았을 겁니다. 아니면 카나의 멘탈을 좀더 바스러뜨리는 연출이 있었다면, 카나의 갈등에 대해 공감은 하지 못할망정 동정심은 들었을겁니다. 관객 입장에서 카나는 그냥 자기관리 실패한 탈주닌자일 뿐이죠. 카나를 둘러싼 갈등에서 '동료의 중요성'을 느낄만한 연출이 도대체 어디에 있나요...
니시고리 감독은 무비마스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아내려다 실패했습니다.
카나의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하다가 정작 하루카가 계속해서 고민하던 극장판의 주제조차 뒷전으로 밀려버렸죠.
그러므로 우리는 애꿎은 아이돌이 아니라 니시고리 감독과 각본 담당 스태프들을 까야합니다.
엄밀히 따져서 저 셋은 희생자에요.(나의 시호짱은 그렇지 않거든요? 니시고리 xxx야)
프로듀서의 해외연수도 비판의 대상이 될만 합니다. 프로듀서의 해외연수로인해 765프로가 아레나 라이브를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야 할 이유와 간절함이 드러났어야 하는데, 시어터조의 갈등이 부각된 이후로는 해외연수 문제는 별 언급도 안됩니다.
애초에 프로듀서 자체가 극장판에서 하는게 없었습니다만..
프로듀서 없이도 이러한 문제에 잘 대처할 만큼 765프로가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음..
제대로 활용했다면 하루카의 부담을 가중시켜서 중후반 내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치로도 사용이 가능했을텐데
엔딩에만 활용한.. 마치 대충 쓰다 버린 패같은 느낌이죠.
마지막으로 라이브를 보죠. 라이브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몇가지 아쉬운점이 있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대로 시어터조의 안무 문제가 가장 거슬립니다.
시어터조 등장씬부터 머리 위로 박수를 치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문제는 시어터조 단독씬은 죄다 박수 치는 모습만 나온다는 겁니다.
보시다시피 마스터피스 안무를 출 때에는 시어터조도 안무를 소화하긴 합니다만, 카메라가 정신없이 돌아가는데다, 철저하게 본가 위주로 포커스를 잡아주기 때문에 일부러 시어터조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무를 춘다는 사실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시어터조를 떠올리면 박수밖에 떠오르지 않아요. 제작진에서 좀 더 신경을 써줬어야 하는 부분이죠.
시어터조 단독 댄스씬에서 인체 비율이나 시선 처리가 부자연스럽습니다. 뭐랄까 목각인형이 움직이는듯한 느낌이랄까요..
전반적으로 그림자가 없는것도 꽤나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라이브씬의 3D 사용여부는 호불호의 영역이므로 생략하죠. 개인적 취향은 TVA쪽이지만 현장감이나 입체감은 무비마스가 월등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자잘한 단점을 지적하긴 했지만 아이마스팬 입장에서 무비마스는 분명히 좋은 작품입니다.
나름 비판적으로 보려고 노력했음에도 무비마스 보는 내내 시종일관 아빠미소를 지을수밖에 없더군요.
뭐 제가 예전부터 밀리마스 캐릭터들을 다 좋아했기도 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비마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이유는 훨씬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커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