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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스스로 꼬리를 삼켰다.
*
- 현재(2017년 11월) -
문득 떠오른 이미지가 너무도 선명해 나조차 놀라고 있었다.
‘뱀’
느닷없이 나타나 허황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 남자...
말도 안 되는 제안으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이 남자...
“할 겁니까 말 겁니까?”
선택보단 강압에 가깝고, 질문을 하면서도 이미 결론을 아는 듯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에서 나는 커다란 뱀을 떠올렸다.
그렇다 뱀이다. 그의 새카만 정장은 한 푼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비늘을 닮아 있었고 상처를 후벼 파는 그의 말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닮아있었다. 이 사내는 뱀이 분명하다. 차가운 피를 가진 파충류임에 틀림없다. 내 위에 똬리를 틀어 잔뜩 숨통을 조이다 이내 ‘꿀꺽’ 목구멍 너머로 삼켜버릴 것이다.
상대를 흉악한 포식자로 규정짓자 기다렸다는 듯 불안감이 밀려왔다. 두려움과 망설임은 다르지만 같은 결론의 동의어다. 내가 머뭇거리자 사내는 이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숫제 곤란하다는 표정이다. 그리곤 어처구니없게도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시간이 없다는 제스츄어까지 내 보인다.
나는 그가 기다리는 대답대신 고개를 숙여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본능적인 행위였다.
두려움, 그렇다 나는 이 생면부지의 사내와 그의 허황된 제안에서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냉정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타임 아웃! 의외의 선택이네요. 좋아요. 하지만 그 친구도 납득할까요? 곽철우씨 말입니다.”
*
‘곽철우...!’
*
“자... 잠시만요!”
나는 어느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있었다. 떠나려는 그의 팔을 잡고 마치 수백미터를 전력으로 질주한 사람마냥 숨을 헐떡이며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가... 갈 수 있는 겁니까? 그게 정말로 가능한 겁니까?”
“물론입니다. 당신이 동의만 하신다면...”
“도... 동의합니다.”
내 절박한 동의에 그는 미소 지었다. ‘피식’하며 순식간에 사라진 미소였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나를 향한 그의 조롱과 경멸을 읽을 수 있었다.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거대한 탐욕 또한 느껴졌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나는 웃고 있었다.
주치의인 모 신경정신과 의사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창주씨, 용기를 가지세요. 두려움은 마음 안에 있는 겁니다.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떨쳐내지 않으면 절대 극복할 수 없습니다. 용기만이 당신을 짓누르는 두려움의 유일한 해답임을 명심하세요.‘
용기? 유일한 해답? 개똥같은 소리였다.
사내는 지금 단 한마디의 이름만으로 두려움을 이겨내는 더 강력하고 확실한 방법을 보여줬다.
*
‘두려움은 더 큰 두려움으로 이겨내고, 되갚음이말로 진정한 극복의 방식이다.’
*
이가 맞닿아 ‘딱딱딱’소리를 냈다. 꽉 쥔 두 손이 떨려왔다. ‘곽철우’ 단순히 그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내 등은 흥건해진지 오래였다.
두렵다.
놈이... 곽철우가 너무나 두렵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사내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마지막 반전의 열쇠를 손에 쥔 것이다.
‘나는 두려움으로 인해 지배받았고 그리하여 두려움으로 인해 선택 할 것이다.’
내가 알 수 없는 기대와 불안감에 떨고 있자 그가 다가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갑시다. 당신의 두려움이 시작된 그 때 그 곳으로...”
*
- 10년전(2008년 11월) -
“헉헉...”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 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악몽에 짓눌린 사람처럼 두려워하고 있었다.
‘꿈이었을 거야. 그 남자... 그 제안... 결국 아무 의미도 없는 개 꿈이었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할 리가 있어?’
스스로를 다독이려 애썼지만 알 수 없는 기시감과 불안감이 겹쳐 도무지 진정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오래 전에 잃어버린 낯익은 목소리 하나가 내 심장을 쥐고 흔들었다.
“일어났니?”
“어... 엄마?”
나의 당혹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굵게 말린 퍼머머리와 깊게 패인 주름 그리고 오래 돼 목이 늘어난 땡땡이 원피스까지, 수없이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내가 당신을 어찌 잊을까?
내가 가장 사랑한 그리고 가장 사랑했었던 단 한 사람
엄마를...
“얘는 뭔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뭐해! 일어났음 얼른 씻고 학교 안 가고! 오늘 시험이라면서? 늦겠다 얘!”
“엄마!”
나는 왈칵 울음을 터트리며 달려가 엄마를 끌어안고 말았다.
망상일지언정 있는 힘껏 끌어안고 싶었다. 그리곤 나 너무 힘들었노라, 당신이 그리워 미칠 지경이었노라 그렇게 실컷 투정부리고 싶었다.
“너... 너무 보고 싶었어... 엄마... 엄마!”
“어머! 얘! 애! 얘가 왜 이래? 너 뭐 잘 못 먹었니? 갑자기 왜 이래! 숨막혀 얘!”
“엄마 미안해 나 때문에!”
“시끄럽고! 미안한 거 알면 얼른 옷 챙겨 입고 학교나 가! 너 이러다 지각해! 얼른! 얘 봐! 엄마 일 가야돼! 얼른 놔! 참! 어제 가게에서 팔다 남은 김밥 몇 줄 챙겨놨으니까 챙겨가고! 뭐하니? 얘 오늘 진짜 이상하네!”
엄마는 핀잔과 함께 나를 뿌리치고 출근했지만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제야 하나 둘 주변의 사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액자에 담긴 고등학교 졸업식 사진부터, 어릴 적 내 낙서가 그대로인 벽지하며, 남이 버린 것을 주워다 놓았음에도 너무 멀쩡해 고장날 줄 모르던 책상까지...
모든 것이 다 그대로였다.
마치 10년 전의 가을로 다시 돌아온 것처럼...
*
“야! 창주야! 너 거기 멍하니 서서 뭐하냐?”
엄마의 출근 후, 어디를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다 얼떨결에 와 버린 학교 앞 대로변, 어디선가 낯익은 얼굴 하나가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초-중-고 동창이자 대학까지 함께 들어간 내 유일한 부랄친구.
‘남기... 그래 왕남기...’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제일 먼저 찾아와 울어준 것도, 몸이 불편한 나를 대신해 발인 후 강에 뿌리고 와준 것도 모두 너였다.
그런 너를 내가 어떻게 잊겠니?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너는 분명 8년 전 교통사고로 죽었다.
납득할 수 없는 거듭된 재회에 나는 반가움 반, 의아함 반의 떨떠름한 표정으로 친구를 맞이했다.
“나.. 남기구나? 남기, 왕 남기 맞지? 내 친구 왕 남기! 너 이 새끼! 살아 있었구나?”
“그럼 남기지, 며칠 사이에 남근이라도 됐을까봐? 캬캬캬 근데 이 새끼 왜 이래! 남자끼리 왜 끌어 안어! 너 게이야? 야! 야! 떨어져! 난 남자 취미 없다고!”
내 가슴을 밀치며 내뱉는 녀석의 유치한 농이 반가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머릿속 어딘가는 내내 어지럽고 아파왔다.
송곳처럼 날카롭게 내 기억 속 어딘가를 파고드는 기시감(旣視感:Dejavu) 탓이었다.
‘설마 아직도 꿈에서 깨지 못한 걸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철썩’ 뺨을 때려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외려 지켜보던 남기에게 핀잔만 들었을 뿐이었다.
“11월에도 모기가 있냐? 뺨은 왜 때려? 빙.신! 벌건게 존나 아프겄네!”
남기의 핀잔처럼 얼얼한 통증이 밀려왔다. 분명 꿈은 아닌 듯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알 것 같았다.
“창주야! 놀라지 마라! 이 엉아가 어제 뭘 장만하셨는 줄 아냐?”
“옴니아?”
“응? 알았어?”
“니가 말했잖아!”
“언제? 내가?”
“그래 니가... 10년 전에...”
“미.친 새끼! 너 무슨 약 먹었냐? 뭔 헛소리야. 이거 이번에 삼성에서 출시한 최신형 스마트 폰이란 말야! 너 스마트 폰이 뭔지는 아냐?”
“취소해! 벌써 개통해서 안 되면 중고로라도 팔아!”
“아니 이 또.라.이 새끼! 아까부터 좀 이상하더니만, 너 진짜 뭐 잘 못 먹었냐? 이거 옴니아라고! 옴니아! 삼성 휴대폰 기술의 결정판! 대한민국 최초의 명품 스마트 폰!”
“그거 망해, 아이폰이 대세가 될 거고, 삼성 제품이 쓸 만해 지는 건 갤럭시 시리즈 나오고도 한 참 후야 그러니까 내 말 들어! 참... 그리고... 차 조심해라... 특히 2010년 10월 10일, 그 날은 운전대도 잡지 마! 알았어? 그 날 사고가 날 거야! 잊지마 2010년 10월 10일이야!”
“아 이 새끼 거 되게 신박한 개소리를 진짜처럼 나불대네! 니가 무당이냐? 노스트라다무스야? 그리고 갤럭시는 또 뭐야? 야 임마! 너 이 옴니아 폰이 얼마짜린지는 알고 하는 소리냐? 이거 거의 돈 백 만원짜리야! 인터넷이 자유자재로 되는 대한민국 최고사양의 폰이라고!”
“내 말 들어! 지금 니 이해력만큼 느려져서 곧 희대의 망작이 될 테니까!”
그때였다. 남기가 말했다.
“망작? 하 이 새끼 산통 깨는데 뭐 있네... 내가 쓰다가 몇 달 있다 군대가면 주고 갈라 했더니 안 되겠다. 관둬라! 짜식이 어디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왔나? 내가 인터넷에서 보니까 다들 아이폰보다 옴니아가 짱이라고 하던데 됐어 임마! 넌 니 돈 주고 아이폰 사! 난 옴니아 쓸 테니까!”
‘구... 군대?’
그제야 알았다.
내가 10년 전의 과거로 돌아온 이유...
아니...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나... 남기야...”
“왜? 안 준다니까 갑자기 입질이 싹 오냐? 자 말해봐! 나는 아이폰보다 왕남기님께서 산 옴니아가 훨씬 더 좋고 빨라서 부러워 죽겠습니다. 흐흐흐”
“아... 아니... 그... 그게 아니고...”
“뭐 이 새끼야? 갑자기 오줌마린 강아지처럼 부들부들 떨지 말고!”
“구... 군대... 나 군대 가야 돼... 지금 빨리!”
“미.친.놈! 너 연기한다며! 가정형편 땜에 내 후년이나 갈 수 있다고 해서 병무청에 있는 우리 이모부하고 상담까지 해 놓고 뭔 소리야!”
“아니 가야 돼! 간다... 나 군대... 그 놈... 그 새끼보다 그 새끼보다 먼저 가야 돼! 그 새끼보다 먼저 가야 된다고!”
입술이 떨려 말을 잇지 못하고, 다리가 떨려 서 있을 수 없었다.
두려움... 놈에 대한 두려움이 기나긴 세월마저 비웃듯 뚫고 날아와 내 심장에 꽂힌다. 내가 겁에 질린 얼굴로 주저앉자 놀란 남기가 소리쳐 물었다.
“그... 그 새끼? 야! 야! 창주야! 야 임마! 너 어디 아파? 이 땀 좀 봐! 너 괜찮냐? 진짜 어디 아픈 거야? 일어설 수 있겠어? 그 새끼가 대체 누군데 그래?”
내가 아닌... 그 사내...
나의 의지가 아닌 뱀의 의지가 말했다.
“곽... 철... 우...”
*
- 2009년 가을 -
낙인, 그것은 낙인이었다.
뼛속 깊이 새겨진 고통의 낙인이자 악몽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곽철우’
그 이름으로 아로새겨진 모든 저주는 나의 군 입대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내 6개월 선임이었고, 탁월한 일처리와 카리스마로 모두에게 신망 받는 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겐 악마... 그 자체였다.
“어이! 이창주! 정신 못 차리지? 앙? 계속 이 따위로 할 꺼지?”
“아닙니다!”
“아니다? 그럼 여기가 안이지 밖인가? 응?”
“죄... 죄송합니다. 저... 정신 차리겠습니다.”
“허이구 그러세요? 씨.팔! 내가! 그 소리를! 벌써! 몇! 번! 씩! 이나! 듣는 줄 알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의 말이 한 단어씩 아니 한 어절씩 끊어질 때마다 연거푸 주먹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가슴, 배 그리고 정강이 뼈, 그의 린치는 주로 보이지 않는 곳을 향했다.
그래서 그가 나를 괴롭힌다는 사실은 그와 나... 단 두 사람 밖에 몰랐다.
“어이! 곽철우! 너 또 이병 괴롭히냐?”
“충성! 김 상병님! 누가 누굴 괴롭힙니까. 이창주 이 새끼가 자꾸 어리버리까니까 저도 괴로워 죽겠습니다. 보세요. 빠져가지고 지금도 지 이름 나오는데 관등성명도 안대잖아요”
“이병! 이! 창! 주!”
“존나 빨리도 댄다 이 굼벵이 새끼야!”
곽철우의 손이 금방이라도 내 뺨을 후려칠 듯 올라갔고, 나는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에 반응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관물대 위에 쌓인 물건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뒷걸음질 치던 내 엉덩이가 하필 내무반의 또 다른 악마 송병장의 관물대를 건드린 탓이었다.
“어휴! 저 꼴통! 넌 이제 좆됐다.”
김 상병이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 중 팔이 떨어진 작은 도자기 인형 하나를 주어 들며 말했다. 도자기 인형은 말년에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송병장의 전 여자친구가 준 선물로 그가 그것을 얼마나 아끼는지는 나도 익히 잘 알고 있던 터였다.
두려웠다. 겪지 않고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했다.
물론 노기어린 표정에도 불구하고 송병장은 내 몸에 털 끝 하나 손대지 않았다.
하지만...
“애들 관리 존나 못하네... 씨.팔! 야! 이병!”
“이병 이창주!”
“점호 끝나고... 니 위로 내 밑으로... 다 집합시켜! 알아듣지? 니 위로... 내 밑으로... 일병, 상병 이 개.새.끼들 요즘 존나 편했지? 뒤졌어! 오늘 니들 다 죽었다고 복창해라 ”
“어휴... 저 고문관 새끼!”
사방에서 노기어린 아우성이 들려왔고 그렇게 그 밤은 내게 또 다른 지옥의 시작을 알린 참담한 밤이었다.
“하악... 하악... 하악...”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초번 근무자부터 말번 근무자까지 송병장의 꼬장에 시달린 이들은 어김없이 나를 깨워 때렸다. 구타와 욕설이 끊임없이 이어져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구타는 차라리 약이었다.
적당히 받아주고 적당히 죄송스런 표정을 지으면 대부분 2~30분을 넘기지 않았다. 문제는 곽철우였다. 그는 벌써 한 시간째 내 복부를 샌드백마냥 두들기고 있었다. 너무 맞다보니 저녁에 먹은 것을 모두 토하고 이제는 신물만 나오는데도 또 때렸다.
그래도 참았다. 내 잘 못이니까. 나 때문에 고참들이 혼났으니, 이건 응당 내가 지고가야 할 대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곽철우에게 맞은 후유증으로 끼니마저 거른 채 작업에 투입된 내게 동기 하나가 다가와 넌지시 물었다.
“괜찮냐?”
“이병 이창...”
“쉿! 쉿! 나야 나! 명관이... 너 어제 밤새 불려가더라. 보는 내가 안쓰러울만치”
내가 대답 없이 한숨만 쉬자 녀석은 재차 위로하듯 말했다.
“하여튼 곽 일병 그 새끼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나쁜 새끼네! 지가 부숴놓고 그걸 왜 너한테...”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아니 어제 내가 김 상병 심부름 때문에 내무실 왔다가 봤거든. 곽철우가 송 병장 관물대에 있는 그 도자기 인형 부러뜨리는 거”
“너 그거 진짜야?”
“그럼 내가 너한테 왜 거짓말을 하겠냐? 나를 보더니 후다닥 숨기던데? 나야 밥도 안 되고 하니까 일단 모른 척 했지. 근데 분명히 봤어. 그거 송 병장님이 아끼던 그 도자기 인형이고 그때 이미 깨져 있었어!”
화가 치밀었다.
지옥 같은 고통일망정 내 잘 못이니 안고 가겠다 생각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만큼 지독한 배신감이 몰려왔다.
“충성! 송 병장님!”
“뭐야! 씨.발 미쳐가지고 내무실 꼬라지 잘 돌아간다! 어디 감히 이병 따까리가 병장한테 말을 거나?”
“죄! 죄송합니다. 하... 하지만 드... 드릴 말씀이...”
“뭔데 이 새끼야!”
“그... 그게...”
일종의 복수이자 내가 행할 수 있는 작은 정의라고 생각했다.
그의 거짓말을 바로잡고 땅에 떨어진 나에 대한 평판을 다시 주워 들 수 있는 혁명적인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그런 말 한 적 없지 말입니다.”
“확실히 얘기해! 창주 이 새끼는 너한테 들었다는데 왜 말이 안 맞아!”
“아! 아닙니다. 저는 부... 분명히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정말이지 말입니다.”
“뭐야 씨.발! 그럼 누가 구라치는건데?”
송 병장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나를 걱정하던 동기마저 난처한 얼굴로 고개 숙이자 그가 나를 본다. 곽철우 아니 악마가 나를 본다.
“구라를... 치지! 말자! 진실된! 사람이! 되자!”
“하아! 이 새끼 봐라! 또 뺑끼쓰네! 일어나! 앉아! 일어나! 앉아! 어쭈! 요령 피우네!”
오전 10시, 좁은 창고 안에서 시작된 토끼뜀과 엎드려뻗쳐는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끝날 줄을 몰랐다. 나는 점점 지쳐갔지만 내게 얼차려를 주는 곽철우의 얼굴은 점점 더 살아났다.
그때도 몰랐다.
동기는 단지 곤란했을 뿐이고, 곽철우는 곽철우대로 충분히 화가 날만 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동기는 점점 나를 피했고, 곽철우와 함께 PX에 있는 모습이 부쩍 목격되긴 했지만 나는 적어도 그들을 믿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오래가지 못 했다.
누군가의 도난당한 돈이 내 관물대에서 발견되고, 내가 한 적 없는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 곽철우의 입에서 들려왔다. 그제야 나는 알게 됐다.
그가 의도적으로 나와 부대원들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는 걸...
그러한 의심이 확신으로 변한 건 갓 일병을 달고 난 뒤, 여자친구인 하진이 면회를 오던 날이었다.
“충성!”
우리 부대는 특성상 외박의 개념이 없었다. 외박을 묶어 2박 3일의 휴가처럼 사용하는 대신 모든 면회는 부대 안에 지정된 면회 장소에서만 이루어졌다. 그 날은 마침 모처럼의 주말이어서 면회 장소가 터질 듯 많은 면회객들이 모여 있었는데, 나는 그러한 면회객들이 놀라 쳐다볼 만큼 큰 소리로 경례를 올려붙였다.
당연히 곽철우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어이 이창주 팔자 좋네? 일병 찌그래기가 면회나 하고 앙?”
“이병 이 창주! 아니 일병 이 창주!”
“시끄러워 새꺄! 늦기만 해봐 아주!”
“명심하겠습니다. 추! 충성!”
이상했다. 면회도 없는 그가 면회장 주변을 얼쩡거리는 것도 이상했지만, 면회객을 앞에 두고도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것이나 그런 그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도 불만은커녕 자꾸만 내 시선을 피하는 여자친구의 행동도 이상했다.
그랬다. 모든 것이 이상했고, 그 이상함이야 말로 지난 6개월여 나와 곽철우 사이에서 일어난 모든 악연의 열쇠이기도 했다.
“그 사람... 고참이야?”
“누구?”
“아니다.”
“아 왜? 누구 말하는 건데? 설마 너... 그...”
듣고 싶지 않았던 그 이름을 여자친구가 먼저 말했다.
“곽철우. 맞지?”
“니가 어떻게...”
“그랬구나... 그런 거 같았어. 머리도 짧고 얼굴은 까맣게 탔어도... 그런 거 같더라.”
그 말을 시작으로 길어진 여자친구의 침묵 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치솟았다.
왠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대답이 목구멍을 넘지 못 한 채 머릿속을 맴돌았다. 맴돌고 또 맴돌다 토악질이 날 것처럼 치밀 때 쯤 여자친구가 말했다.
“우리 헤어지자.”
“왜! 곽철우 그 새끼 때문이야? 그래? 대체 뭐야 니들 둘!”
“아니! 오늘 애초부터 그 말 하려고 온 거야. 그 사람이랑 나랑 예전에 사겼던 거 이제 다 지난 일이고 지금은 아무 상관없어. 그냥 기다리기가 힘이 드네. 무슨 말인지 알지?”
“하진아!”
“미안해 안녕...”
노을 속으로 멀어지며 손을 흔드는 그 뒷모습이 내 20대의 첫 사랑, 하진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따먹었냐?”
“아닙니다.”
“에이 따먹었지?”
“아닙니다.”
“씨.발! 여기가 안이지! 밖이야? 했냐고 안 했냐고! 이 새끼야!”
그 날 밤에도 곽철우의 손은 내 머리통을 북처럼 두드렸다. 지긋지긋한 폭력이었건만 그날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머리와 뺨보단 가슴이 더 아려왔던 탓이었다.
“기분 나쁘냐?”
“아닙니다.”
“에이... 빡친 얼굴인데? 그치 열받지? 나 존나게 패고 싶지? 그치?”
“그렇지 않습니다.”
“어쭈? 꼴통 새끼가 요령만 늘어가지고 그렇지 않습니다? 꼬운거네! 대답이 길어진 거 보니까!”
여자친구를 만난 일 때문일까? 내가 헤어진 것을 모르는 곽철우는 그날따라 더 집요하게 나를 괴롭혔다. 손끝으로 가슴팍을 찌르고 발끝으론 조인트를 날렸다.
“이창주 저 꼴통 면회 갖다와서 또 나사가 빠졌나부지? 보면은 철우가 애들 관리 잘 한다니까! A급이야 A급! 나 신경쓰지 말고 하던 거 마저 해라”
“충성!”
그의 이간질이 먹힌 탓인지 어디에도 내 편은 없었다. 곽철우의 미소가 더 악랄해졌다. 그래도 버텨내자고 다짐했다. 이겨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적어도 내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엄마...
아버지도 없이 홀로 고생하시며 나를 키워주신 나의 어머니...
‘이것도 결국 다 지나가리라’라는 말과 편지로 언제나 내게 힘이 되어주신 엄마를 떠올리며 참고 또 참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아도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그러자 ‘씨.발 새끼... 너는 짖어라 나는 쌩깐다 이거냐? 너 내가 우습지?’‘란 악에 받친 음성과 함께 한참을 씩씩대던 곽철우가 이내 다가와 속삭였다.
“너 애비도 없다며?”
나도 모르게 눈썹이 꿈틀거렸다. ‘애비 없는 자식’ 그건 지난 시간 나를 향해 쏟아진 가장 큰 조롱이었다.
“어쭈... 꼬와? 내가 틀린 말 했어? 애비 없는 새끼 맞잖아! 꼬우면 잘 하던가!”
“시정하겠습니다!”
흥분하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내 구겨진 얼굴과 악다문 입술, 분명 또 화를 내며 트집을 잡겠구나 생각했지만 의외였다. 곽철우는 웃고 있었다. 배시시 웃으며 손으론 뭐가 그리 좋은지 내 어깨를 두드린다.
나는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그 미소가 자신의 조롱이 먹히는 것을 알게 된 악마의 미소라는 사실을...
나는 아직도 그 때 그 순간, 곽철우의 얼굴을 잊지 못 한다. 그 일그러진 미소와 기쁨에 찬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입질이 슬슬 오네? 열 받지? 그치? 열 받아 죽겠지? 아니야?”
그는 마치 나를 흥분시키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연신 비꼬듯 물었다.
그리곤 끝내 내 귓가에 그 말을 속삭였다.
“애미란 년이 서방 없다고 이 놈 저 놈 붙어먹느라 자식 교육을 개판으로 하니까 니가 이렇게 개.씨.발 좆.같.은 새끼가 됐구나? 그치?”
“으아악!”
그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사람의 탈을 쓴 자가 입 밖에 내뱉어선 안 될 그런 말이었다. 나는 폭발했고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예기치 못한 일격을 얻어맞은 곽철우는 어느새 바닥에 쓰러져 뒹굴고...
“저 미.친 새끼!”
“저거 돌은 거 아냐?”
흉흉한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모두가 나를 향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성을 잃은 후였다. 어떻게든 그를 때려누이고 나와 내 어머니에게 가해진 폭언의 상처를 달래고 말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보다는 홀로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에게 사과를 받아야만 했다.
“사과해! 사과해 이 새끼야!”
나는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온 몸이 밧줄에 묶인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수없이 많은 손들이 내 몸을 붙잡고 있었다. 어느새 달려든 부대원들의 손과 팔이 밧줄이 되어 억울한 내 몸을 얽어매고 있었다.
‘끼이익... 끽... 끽...’
그때였다. 어디선가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쇳덩이로 돌바닥을 긁을 때 나는 그런 소리였다.
“철우야 뭐하게?”
“지금 이 새끼 하는 거 못 보셨습니까? 하극상 아닙니까 하극상!”
“그... 그래도...”
“자고로 옛날부터 미.친 개는... 이게 약이라고 했슴돠. 저도 오늘 꼭지 돌았으니까 말라지 마십쇼.”
역시나 곽철우였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기다란 쇠파이프가 들려 있었는데, 맹세코 지난 6개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을 그가 마치 미리 준비해 놓은 것 마냥 들고 나타나자 나는 전의(戰意)를 잃고 멍해졌다.
내가 겁에 질리자 그는 쇠 파이프를 질질 끌며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자... 그 동안은 오픈 베타였고... 이제 정식 버젼으로 한 번 해 볼까?”
“이... 이러지 마세요. 컥!”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단면이 거친 쇠 파이프의 한 쪽 끝이 내 목젖을 찔렀다.
“요? 요? 이 고문관 새끼... 빠져가지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히히히 철우새끼 상병 달더니 이제 카리스마가 좀 나오는데? 야 살살 해라 살살!”
“어유 씨.벌 이창주 저 꼴통 새끼... 오늘 제대로 임자 만났네 키키킥 철우야 오늘 아예 조져버려!”
“곽 상병님, 군대에서 하극상은 사살이지 말입니다. 키킥!”
두려움에 온 몸이 떨렸다. 다들 무언가 재밌는 일이 벌어진 것 처럼 웃고 떠들었지만 내가 느끼는 공포는 진짜였다. 눈빛부터가 달랐다. 수없이 많은 시간 나를 괴롭혀온 악마같은 인간이었지만 지금의 곽철우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온통 붉게 충혈 되어 당장이라도 내 머리통을 박살내고 싶은 사람처럼 반짝거렸다.
겁이 난 나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움찔하니 나를 얽어맨 손과 팔이 더 강하게 옥죄어 온다.
“이창주 저 꼴통새끼 쫄았다. 크크크”
“야! 꽉 잡어! 저런 개념없는 새끼는 조져버려야 돼!”
“오늘 이 창주 저 등.신 피 똥 싸겠네! 키키킥”
다들 미.친 인간들 같았다. 모두 신이 나서 떠들고 있을 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두려움이 내게 속삭였다. ‘도망쳐’ ‘넌 죽는다.’ 지난 시간 끝도 없이 자행된 구타와 얼차려 때완 비교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
“안 돼... 아악!”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머리에 와 닿았다. 이상하게도 아프다는 느낌보단 뜨겁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그 뜨거움이 천천히 흘러 이마를 지나고 눈과 뺨을 지나 턱까지 흘러내렸다.
“어어... 이... 이거 괘... 괜찮은거야?”
“피가 좀 나는데?”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내 몸을 얽어매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던 힘들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잡아주는 힘이 사라지니 무릎이 꺾인다. 힘이 빠지며 중력의 이끌림을 따라 몸이 가라앉는다.
“의무대 불러!”
“이거 뭐야... 이창주 이 새끼 오줌 지렸는데요?”
“하여튼 꼴통 새끼... 한 대 맞았다고 정줄 놨네! 야 뭐해! 걸레 가져와!”
“철우야 됐다 너도 이제 그만해라... 그쯤 했음 됐지... 피도 나는데...”
“그래요 곽 상병님 이제 그만 푸세요. 이러다 큰 일 나겠네...”
그들의 웅성거림 사이로 곽철우가 보였다. 뱀의 미소를 짓고 있는 악마가 보였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치켜세운 그의 손이 빛난다. 기다란 것이 형광등 불빛을 반사해 시야를 어지럽히다 이내 ‘쾅’ 머리 위에 꽂힌다.
“씨.벌! 곽철우 이 새끼가 미쳤나? 야! 뭐해! 빨리 꼴통 업고 의무대로 가! 넌 씨.발! 빨리 당직 사관에게 보고하고! 하아 낼 모레 제댄데 미치겠네! 야 곽철우! 너 이 새끼야! 넌 이 마당에 웃음이 나와? 앙!”
“잘 가라... 이창주... 흐흐흐”
그것이 군대란 이름의 지옥에서 겪은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
“하이고 창주야... 니가 어... 어쩌다...흑흑...”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엄마는 나를 붙잡고 사흘정도 울었던 것 같다. 우느라 퉁퉁 부은 얼굴로 유일한 생계수단인 김밥 집조차 나가지 않고 나를 돌봤다.
“아이고 중대장님... 흑흑 우리 창주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에요? 네?”
“아... 그... 그게 작업 중이었는데... 창주 군이 그... 에... 저 뭐랄까... 음... 아 맞다! 숙련도가 낮아서... 예! 맞네요. 그러다가 부딪혀서 사고가 난 겁니다. 하하하! 뭐 큰 문제는 아니니까 걱정 마십시오. 곧 완쾌 될 겁니다.”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두려웠다. 중대장이 말한 완쾌란 곧 내가 다시 부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다시는 부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나의 간절한 바람 탓이었을까? 군의관은 중대장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심각한 뇌손상이 왔습니다. 치료 여하에 달려있지만 지금처럼 한동안은 말을 할 수 없을 겁니다. 극도의 대인기피증과 공황증세도 보이고 있어서 상당기간 지켜봐야 할 것 같구요. 뭐 그것도 그거지만... 뇌수막하 출혈이 진행됐지만 초동조치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아서 몸 왼편에... 장애가...”
“네? 그... 그게 무슨... 우... 우리 차... 창주가 바... 반신불수가 된다구요?”
“송구스럽게도... 그게 그렇습니다.”
엄마는 또 다시 울었다. 내가 국군수도통합병원에 입원해 있던 보름 만에 우는 것만으로 10여kg은 족히 빠져 버렸다.
하지만 군의관은 재차 엄마를 울렸다.
“제... 제가 그런 말을 했던가요?”
“아니요. 그러셨어요. 군의관님께서 분명히 뇌출혈이 진행됐는데... 초동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장애가 왔다고...”
“아니요. 제가 언제 그런 말을... 의무대에선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창주 일병의 병증은 사고에 따른 불가피한 합병증일 뿐, 우리의 조치와는 무관합니다.”
“아니에요. 군의관님께서 분명히 그때...”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회의가 있는 걸 깜빡했네요. 김 소위 이 분 좀 모시고 나가게”
“군의관님! 군의관님!”
어디 군의관뿐일까? 처음엔 엄마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 주었던 중대장도 재차 엄마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다.
“군의관님 말씀이 처음이랑 달라서 바... 밖에서 따로 의사선생님께 진료를 받았어요. 의사 선생님 말이 이건 두... 둔기에 의한 폭력이 의심되는 폭행의 흔적이지... 저... 절대 사고가 아니라고... 중대장님! 우리 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네?”
“어허! 어머니 참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네... 사고라니까요? 지금 저희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큰 병원 의사 선생님 말씀이...”
“하 참! 글쎄 아니래두요. 그리고 누가 밖에서 진료 받으라고 했습니까? 자꾸 이러시면 저희가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지원해드리는 진료비도 못 드리는 수가 있어요.”
“중대장님! 그럼 우리 창주가 대체 어떤 작업을 하다가 그렇게 다쳤는지라도 좀 알려주세요. 하나뿐인 아들 병신되고... 저도 이대로는 못 살아요.”
“허허! 답답하네 증말! 가세요. 가! 더 할 말 없습니다.”
“중대장님!”
세상은 냉혹했다. 나는 다행히 말을 되찾고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됐지만 그들은 끝까지 거짓으로 일관했다.
“부대 법무관입니다. 불만 있으시면 군 인권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소하십시오. 만나보신 부대원들 모두 똑같이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단순 사고였고, 거짓말을 하는 건 이창주 일병입니다.”
간부들도 고참들도 심지어는 동기들까지 누구도 진실을 말하는 이는 없었다. 당연했다. 그들에게 나는 귀찮은 왕따에 불과했고 6개월간 그들 곁에 머물다 사라진 꼴통, 고문관에 불과했다. 그런 나를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서줄 이가 있을거라 생각한 것 자체가 우리의 착각이었다.
그리고 그 답답함과 울분은 내게서 신체의 자유도 모자라 엄마마저 앗아갔다.
“들었다. 교통사고셨다며? 많이 취하셨다고... 하필 그 밤에... 왜 부대를 찾아간다고... 크흑... 너 어쩌냐 창주야 너 어쩌냐...”
“......”
“안 그래도 어머니가 종종 나한테 전화하고 그러셨다. 크흑... 억울하다고 억울해서 못 살겠다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친구라고 하나 있는게 도움도 못 되고...”
친구 남기는 그 날 제 부모를 잃은 사람처럼 함께 울어주었다.
*
“최대한 빨리 입대하고 싶다고? 학기도 안 끝났는데 괜찮겠어? 그리고 네가 말한 그 부대... 별로 좋은 곳도 아닌데 왜 하필?”
“꼭 부탁드립니다.”
“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기 친구라니까 내 얘기는 해 보겠다. 면제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고... 후방 좋은 부대로 빼달라는 것도 아니니 그리 어렵진 않을 게다.”
10년 전으로 돌아온 지 정확히 7일, 나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그것은 뼛속 깊이 아로새겨진 두려움을 극복하는 내 나름의 방식이자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되갚음의 시작이었다.
“창주야... 갑자기 웬 군대라니! 흑흑...”
“울지마세요 엄마... 누구나 가는데잖아요. 저에겐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요.”
“그래도...”
이제야 겨우 다시 만난 엄마를 혼자 두는 것은 죄송스러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에겐 쉬이 갚을 수 없을 만큼 큰 빚이 있었고, 그 빚을 갚기 위해선 한 시라도 빨리... 아니 곽철우보다 빨리 그 곳에 가 있어야 했다.
다행히 입대의 그 날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누군가는 걱정하고 또 누군가는 두려워하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이었지만 나에겐 외려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이미 그 곳을 한 번 겪어 보았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머지 않아 곽철우를 만나게 될 거라는 부푼 기대감이었다.
“여어... 이번에 들어온 이병 완전 A급인데?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이병 이창주!”
“오오 좋아! 무슨 경험자마냥 시키기만 하면 뭐든 척척이네! 너 맘에 든다!”
“감사합니다.”
생각대로였다. 군대에서 적응하는 것도, 그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모두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쉬웠다. 물론 거기엔 곽철우의 공도 있었다. 더 이상 그가 나를 괴롭힐 수 없다는 생각은 내내 나를 사로잡았던 두려움과 긴장감을 떨쳐내게 했고,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유능한 군인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날이 찾아왔다.
“여! 이창주! 이제 너도 이제 곧 일병 꺾이니까 애들 관리 좀 해야지? 뭐 내가 너는 걱정 안한다. 어련히 잘 하겠냐! 하하핫 어! 저기 신병들 왔다.”
그래... 드디어 놈을 만났다.
“이병! 곽! 철! 우! 잘 못 들었습니다.”
긴장해 고참들의 말 한 마디에 바르르 떠는 모습이 새롭다. 기가 죽어 좌우로 곁눈질을 해가며 두려워하는 모습이 놀랍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그토록 내가 기다려온 복수의 순간이자 또한 전율의 순간이었다.
“아닙니다!”
“그럼 여기가 안이지 밖인가? 이 꼴통 새끼야!”
“으읍! 시... 시정하겠습니다.”
기쁨에 온 몸이 떨려왔다. 내 발길질 한 번에 나자빠진 놈의 모습에선 더 이상 그 옛날 내가 느꼈던 카리스마와 무소불위의 권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저 한심한 이병 나부랭이에 불과했고, 내 손가락 하나에 앞으로 뒤로 바닥을 뒹구느라 여념이 없었다. 눈빛부터가 달랐다. 광인처럼 희번덕거리던 악마의 시선은 사라지고 혹여나 내가 트집을 잡지는 않을까 두려워 떠는 한낱 이병 나부랭이의 겁먹은 얼굴만이 그 곳에 있었다.
희열이 밀려왔다.
온 몸의 신경세포가 일제히 곤두선 듯 흥분됐다.
당하기만 하던 내가, 그토록 그를 두려워하던 내가, 지금 정반대의 위치에서 그를 짓밟고 있는 것이다.
나는 곧 계획한 것들을 차질 없이 수행했다.
첫째는 그가 내게 한 것처럼 그를 괴롭히는 것이었고, 두 번째 역시 그가 내게 한 것처럼 부대원들과 그의 사이를 갈라놓는 일이었다.
역시나 일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너무 쉬워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 모두가 과거의 곽철우라는 훌륭한 모범답안이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 안가 부대원들 모두가 그를 꼴통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간부들조차 곽철우를 가리켜 고문관이라 지칭했다.
고립된 곽철우는 예상대로 허둥대기 시작했다. 쉬운 일도 헤매고 실수가 잦아졌다. 혼이 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얼굴은 점차로 어두워졌다. 나는 그것이 즐거웠다. 기쁘고 너무 행복해 어떤 날은 하루종일 그가 실수하기만을 선 꼽아 기다리기까지 했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청소가 엉망이던 날은 개처럼 내 발을 핥게 했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밥을 남긴 날은 취사장 짬통의 음식물 쓰레기를 먹였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밤새 잠을 재우지 않고 바닥을 기며 가래침을 먹게 했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바지를 벗기고 그 곳에 안티프라민을 발랐다.
그 순간이 어찌나 벅차던지 희열에 목이 메이고 눈물까지 흘렀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그 날을 맞이했다.
면회에서 돌아온 그는 창녀 같은 어미를 두었단 나의 말에 격분해 달려들었다. 역시나 나의 이간질에 속은 부대원들이 그를 붙잡았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 미리 준비해주었던 쇠 파이프를 꺼내 들었다.
기억난다.
희열에 가득 찬 내 표정을 보며 두려워 떨던 곽철우가...
그는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의 세포 하나하나가 나란 존재에 반응하여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콰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뼈도 내 머리처럼 주저앉았다. 주르륵 피가 흐르고 놈이 바닥에 쓰러진다. 그럼에도 다들 곽철우가 아닌 내 안위를 걱정한다. 놈의 표정에도 절망이 가득하다.
그래...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지...
나는 높이 팔을 뻗었다.
그리고 누가 나서 만류하기도 전에 그대로 그의 후두부를 박살내 버렸다.
‘쾅!’
“으아악! 이게 뭐야!”
“씨.벌! 이창주 이 새끼가 미쳤나? 야! 뭐해! 빨리 꼴통 업고 의무대로 가! 넌 씨.발! 빨리 당직 사관에게 보고하고! 하아 낼 모레 제댄데 미치겠네! 야 이창주! 너 이 새끼야! 넌 이 마당에 웃음이 나와? 앙!”
송 병장의 말처럼 나는 웃고 있었다.
완벽한 되갚음에 비로소 나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웃고 있는 나를 향해 물었다.
‘과연 잘 한 걸까?’
‘내 행동은 정당한 건가?“
치밀어 오르는 의구심을 막을 순 없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이것은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너란 인간에게 내려진 징벌(懲罰)
나는 생각했다.
신이 존재한다면, 나를 이리로 다시 보내준 이유도 필시 그 때문이겠지
곽철우... 넌 너의 죄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이다.
나는 말했다.
“잘 가라... 곽철우... 흐흐흐”
그것을 마지막으로 악마 곽철우는 눈을 감았다.
“야! 씨.발! 이게 웬일이야!”
보고를 받은 당직사관이 달려와 소리치고 의무대 차량이 도착한 듯 사방이 시끄러웠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졸리고 눈이 감기지?’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온 몸의 힘이 빠져 나도 모르게 휘청였다. 무력감과 함께 잠이 쏟아졌다. 목표를 이루자 긴장이 풀려서 일까? 졸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헌데 문득 이대로 잠이 들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잠을 잘 것 같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마치 출구가 없는 지독한 심연(深淵)속을 헤메일 것 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
“정신이 좀 드십니까?”
친절을 가장한 말투지만 음(音)의 고저를 상실한 무미건조한 목소리를 듣자 아찔한 오한이 밀려왔다. 온 힘을 다해 실눈을 뜨고 바라보자 흐릿한 잔상 위로 새카만 옷을 입은 사내가 보였다.
“무슨 악몽이라도 꾸셨나보죠?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으셨네요. 오 이런 대답하기가 힘들면 그냥 듣기만 해도 됩니다.”
“......”
“무언은 곧 승낙이란 말이 있더군요.”
내가 대답하지 못하자 사내는 내 앞에 바짝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극도의 우울증과 공황증세 거기에 심각한 정신분열증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란 건 정말이지 기다리는 쪽을 지치게 만드는군요. 공치사는 아니지만 당신이 언제쯤이나 다시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올까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몰라요.”
아직도 꿈속을 헤매는 듯 정신이 몽롱했다.
그럼에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물었다.
“누... 누구...?”
“이런! 섭섭하기 이를 데 없군요. 당신과 나, 우린 벌써 몇 번씩이나 만난 사인데... 이렇게 몰라봐서야. 정말이지 실망스럽네요. 하지만 뭐... 좋아요. 당신의 증상에 대한 설명이라면 의사를 통해 이미 수 십 번도 더 들은 데다, 당신이 이렇게 된 데에는 분명 우리 책임도 있으니까요. 흐흐흐”
그는 잠시 섬뜩한 미소를 내보이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아! 시간을 너무 지체했네요. 서론 같은 건 집어 치우고 막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자!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으시죠? 반드시 되갚아줘야 할 빚도 있으실테구요. 저희는 그런 분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저 승낙만 하면 됩니다. 그럼 우리는 당신을 당신의 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됐던 바로 그 순간으로 되돌려 드립니다. 이해하시겠어요? 간단하죠?”
기시감이 들었다. 분명 이 장면을 어디선가 보고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래... 나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
“뭐라구요? 잘 안들리는데요? 승낙하시는 겁니까? 네?”
“나... 나 말야... 미.친.놈.이 허... 헛소리를 한다고 해도 좋은데... 왠지 당신 낯이 익어... 분명 처... 처음 보는 건데도 뭐랄까? 이 상황이... 나... 낯이 익다고나 할까?”
“하하? 그런가요? 분명히 우리는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전에도 당신에게 기회를 제공해 드렸고, 당신은 충분히 만족하셨습니다. 일단 승낙부터 하세요. 그럼 찬찬히 설명을 해드리죠. 어때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까? 지긋지긋한 군대에 가기 전으로 당신의 어머님이 살아 계시던 그 때 말입니다.”
“으... 으....”
“복수하고 싶지 않습니까?
그 한마디에 너무도 선명한 이미지 하나가 떠올랐다.
‘뱀’
느닷없이 나타나 허황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 남자, 말도 안 되는 제안으로 나를 의아하게 만든 이 남자...
“할 겁니까 말 겁니까?”
선택보단 강압에 가깝고, 질문을 하면서도 이미 결론을 아는 듯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에서 나는 커다란 뱀을 떠올렸다. 스멀거리며 밀려드는 불안감에 내가 주저하자 그는 냉정히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
“타임 아웃! 의외의 선택이네요. 좋아요. 하지만 그 친구도 납득할까요?”
“자... 잠시만요!”
나는 어느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있었다. 떠나려는 그의 팔을 잡고 마치 수백미터를 전력으로 질주한 사람마냥 숨을 헐떡이며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가... 갈 수 있는 겁니까? 그게 정말로 가능한 겁니까?”
“물론입니다. 당신이 동의만 하신다면...”
“도... 동의합니다.”
내 절박한 동의에 그는 미소 지었다. ‘피식’하며 순식간에 사라진 미소였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나를 향한 그의 조롱과 경멸을 읽을 수 있었다.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거대한 탐욕 또한 느껴졌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나는 웃고 있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갑시다. 당신의 두려움이 시작된 그 때 그 곳으로... 준비됐죠? 이번엔 당신 차례네요 곽철우씨!”
그제야 깨달았다.
진짜 뱀은 그가 아닌 우리였다는 것을...
서로의 꼬리를 삼킨 뱀처럼 끝이 곧 시작이 되고 시작마저 끝을 벗어나지 못한 채 영원히 스스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로보로스...
그게 바로 이창주와 나 곽철우의 우스꽝스러운 자화상이었다.
어느새 의식이 혼미해진다.
다시금 그 악몽으로 돌아가려 하는가?
나는 어쩌면 이 지독한 악연의 동반자인 이창주도 되뇌이고 있을 법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미안해 엄마... 나 아직은 엄마 곁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
에필로그...
*
“선배님... 오늘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도 더 이상 인간의 영혼을 얻기 위해 안달 할 필요가 없다는 그 말씀... 오늘에서야 확실히 이해한 것 같습니다. 이창주와 곽철우, 두 사람 모두 서로에 대한 복수심으로 미래가 아닌 과거에 얽매여 집착하니, 그들의 남은 인생과 영혼 모두 결국 우리 차지가 되는 거군요!”
“그걸 이제야 알았나? 이해가 많이 늦군... 그래서야 승진하겠어? 술래잡기 같은 거야. 한 명은 도망치고 다른 한 명은 술래가 되어 그 뒤를 쫓지. 죽도록 달려서 상대를 잡고 놀이가 끝난 줄로 알지만 어느새 붙잡힌 상대방이 술래가 되어 다시 쫓지... 흐흐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영원한 놀이를 말야!”
“정말 감탄했습니다. 존경합니다! 그런데 신문사는 왜 또 가시는 겁니까?”
“이런 멍청한 놈을 봤나! 숲을 봐야지 언제까지 나무만 볼 거야!”
“예? 무슨... 말씀이신지... 기자를 상대로 작업하러 가시는 거 아닙니까?”
“꼴통 새끼! 내가 지금 고작 기자 한 놈 작업하려고 이렇게 뻔질나게 드나드는 줄 알아! 작업 좀 대국적으로 해!”
“죄송합니다... 저는 도무지...”
“자고로 인간이란 말야... 언제나 실수를 하고 후회하면서도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우리는 그저... 조금, 아주 조금만 도우면 돼! 잘만하면... 8년 전 그 날...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처럼 희망이란 놈을 또 다시 끌어 내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야... 흐흐흐...””
“실수? 희망? 봉화산? 그게 대체... 무슨...”
“비판적 지지라고 들어봤어?”
“비판적 지지요? 듣기는 했습니다만...”
“난 요즘 그게 참 재밌더라고... 흐흐흐흐”
*
뱀은 스스로 꼬리를 삼켰다.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이미지는 심심해서 만들어 본 것이니 재미로 봐주세요.
그냥 개인적인 취미입니다.
출처 |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