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내 고등학생, 대학시절 당시 매우가난했음. 대학교도 학자금 대출로 생활비까지 대출을 받았었음. 기숙사가 있었지만 도중 취업을 하면서 학교는 시험만 치러 다니다보니 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를 시작함.
위치는 마산 합성동 시장안에 있는 쪽방이었음 시끌시끌 하지만 저녁 7시만 되도 사람은 거의 없었음
집설명을 하자면
내가 얻은방은 2층에 있었고 짧은 막다른 골목 집 4채인가 5개 있는 (막다른 정면에 한채기준으로 양옆에 집이 있었음. 다 2층집) 맨 끝 왼쪽집. 그것도 2층에 있는 집을 뱅 둘러 집 뒷쪽에 있는 창고같은 단칸방. 화장실도 밖에 옥상 계단 밑에 숙이고 들어가야 들어갈수 있는 수세식 화장실이었음. 방 들어가는 쪽문 쪽에 공간이 있어서 수도꼭지 두개 달린걸로 세탁, 설거지, 조리, 씻기 등등은 여기서 해결함. 여기가 가격도 싸고 조금만 걸어가면 터미널이라 학교든 회사든 편해서 큰 불만없이 잘 지냈음.
지금 생각하면 내가 너무 자유 분방한 년이었던거 같음. 담도 넘어 올수 없는 곳이고 주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장 사람이라 집에 잘 없으니 속옷차림으로 화장실을 잘 다님. 시장쪽에선 우리집이 절대 안보임.. 쪽방이다보니 항상 더웠고 방 문을 연 채로 모기장 같은 발을 걸어놓고 잠자기도 일수였음. 근데 그 골목 사는 집이 다 그렇게 지냈음
그렇게 1년 반가량 지냈고 문제의 그날은 여름 어느날 이었음 난 친구도 집에 데려온적 없이 혼자지냈는데 그날따라 왠일로 친구를 불러 술을 마셨음 저녁쯔음 둘이서 불켜고 티비켜고 잘 마시다가 그냥 그렇게 잠이 들었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냥 갑자기. 문뜩 이상하게 잠이 딱 깸. 그러고 문을 봤는데...
모르는 남자가 입구에 서서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음!!! 그것도 방 안에 들어온 상태로!
근데 그놈은 멍한 채 날 쳐다보고 있고.. 나는 너무너무 놀라 목소리가 안나오고 있었음 진짜 너무 놀라면 목소리가 안나오고 머리가 하얘지고 시간감각이 사라진다는걸 처음 느낌.
그렇게 놀라서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문뜩 깨달아보니 나는 매우 자유분방한 차림이었던거임
주위에 널부러져있는 옷가지로 대충 몸을 가리고 옆에 친구를 흔듦. 안일어남. 계속 흔듦. 으으응 하면서 일어나진 않은 채로 날 뿌리침.
소리를 내야겠다. 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함과 동시에 멍충한 나의 이성이 고민을 시작함.
단 몇초간 진짜 심히 고민했음. 혼돈의 카오스 상태에서 에라 도... 도둑!!! 도둑 도둑!!!! 소리도 크게 나오지 않음. 아얘 소리가 안나오는거 겨우 쥐어짜서 떨면서 말함. 그러면서 옆 친구를 흔드니 이 남자 눈이 똥그래지더니 후다다닥 도망감.
그제서야 자기도 놀라서 깨어나는 친구. 등신시키...
진정하고 밖으로 나가보니 이미 도망가고 없음.
그래서 그냥 덜덜 떨고만 있었음.
나도 등신시키.. 지금이라면 당장 신고 했을텐데..
친구는 출근을 하기위해 아침에 우리집에서 바로 회사로 갔고 난 당시 일을 얼마전 그만둔 상태라 겨울에도 안잠그던 문을 잠그고 집안에서 하루종일 떨고 있었음. 이게 절대 돈이나 이런걸 노렸을리가 없다고 생각 되는게
1. 내가 사는 집은 대문옆에 바로 2층집 벽이 시작되서 담을 넘을수 없는점 (담을 넘으려면 구조상 넘을수 있는 담이 있는 집이 딱 1군데라 그집 담을 넘고 그집에서 다른집 담을 넘고 거기서 우리집으로 넘어 올수 있음.)
2. 다 문을 열고 자는 집이라 침입이 편한집이 더 있었고 심지어 내 방은 2층의 쪽방.
3. 또한 술을 마시다 그 상태로 잔거라 티비도 소리가 나는 채 켜져있고 방에 불도 켜있었다는 것. (불끄고 있는 집도 아니고 깨어있을지도 모르는 불켜진 집으로 들어오다니..)
아마도 1년 넘게 친구도 안데려오고 혼자 사는 여자집이라 와봤더니 사람이 더 있어서 자신도 놀라서 방입구쪽에서 서서 멍하니 쳐다본거같았음.
그날 난 한숨도 못자고 더운줄도 모르고 온 문을 다 닫고 떨고 있었음. 바람소리나 고양이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고 문을 열면 그 남자가 대기하고 있을거 같은 망상에 잡혀서 밖으로도 못나감. 그러다가 드디어 신고해야겠다 싶어 근처 경찰서를 방문함.
경찰이 이것저것 묻고 생김새를 설명하고 있는데 뒤쪽 다른 경찰이 "혹시 그 놈 아닙니까?" 함. 그러자 날 담당하던 결잘이 혹시 ㅇㅇ피아노 학원 근처에 있는 집이냐 물음. (그냥 혼자 추측을 해보자면 우리 동네 피아너 학원집 근처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던게 아닐까..) 아니라 하고 다른것 이것저것 묻고 오갔는데 당장 할수있는건 우리집 근처 순찰을 늘리는것 뿐이라함. 난 그저 감사했음. 그래도 좀 덜 무서울거 같았음.
결국 순찰을 더 도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정신병처럼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 깨는일이 잦아 결국 이사를 하게 됨. 범인은 당연 못 잡음.
제일 소름은..
그 시장에 자주가는 분식집이 있었음. 내가 간간히 그 아줌마 심부름도 해줬음. (마트가서 일회용기좀 사다달라 술 좀 사다달라 떨어진 재료도 사다달라) 그 아줌마를 찾아가 끼니로 순대를 먹으며 그 얘길 했었음. (신고 하러 가기전에 조언을 얻고 싶어서 얘길 한거임. 친했다 생각 했으니까.) 근데 그아줌마 했던말이
어디가서 그런얘기 하지말라고 밤중에 남자 찾아 왔다는 얘기 해봤자 나만 더러운 여자 취급이라고 생각해 보라며.. 밤중에 남자가 찾아가 집안에 들어 왔다는데 남들이 뭐라 생각하겠냐며 동네 소문만 흉흉해 진다고... 신고도 하지말라고.. 무서우면 친구보고 집에 며칠 같이 지내 달라고 하라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 남자의 얼굴도 잘기억 나지 않고 그때 놀란 감각도 또렷히는 안느껴지지만 이 아줌마에게 받은 충격은 여전히 남아있음.
추가 하자면 난 이 이후로 부산에 반지하 살면서 도둑이 들고 도둑이 든 이후로 자꾸 누가 창문으로 쳐다보고 도망가고 심지어 벗고 있는데 창문 틈으로 폰을 내밀어 촬영까지 해감. (문을 아예안 열수가 없어 안이 안보이게 판자를 덧데어 놨더니 손을 살짝 넣어 찍고 있었음.. 플레쉬 때문에 눈치챔...) 이땐 무섭다가도 빡쳐서 어느 날 밝고 있는 새벽.. 지쳐서 잠도 못자고 창문 아래 벽에 몸을 딱 붙이고 있었음 그때 누가 울집 안을 살피는 거임. 순간 고함을 지르고 바로 잡으러 뛰쳐나감 한 50m가다가 놓쳤는데 마침 어떤 할머니가 나와있길래 여기 뛰어가는 남자애 못보셨냐고 (창문에 붙어서 얼굴 들이 밀때 잠시 본 얼굴로는 중고등학생 되보였음)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그 할머니
"동네 시끄럽게 하지마."
라며 날 혼내고 자기 할일 함
훔쳐보는 그 새끼들보다 아줌마랑 할머니께 상처받고 실망해 그후로는 남에게 도움이고 뭐고 떠올릴때마다 진짜 마음 착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