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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후기 --스포있습니다. 강추해요!
게시물ID : movie_388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햇빛햇쌀
추천 : 1
조회수 : 1093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1/05 16:13:54

상의원을 본의아니게 두번 봤어요.
원래 한복을 좋아해서 보려고는 했는데... 후기 남겨봅니다.
 
 
1.
우선 영화의 주제는 한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극 전체의 흐름에서 한복의 변화와 의복의 전통성이 중요한 장치입니다. 한복도 너무 아름답고요.
그렇다고 특정 인물의 삶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중전과 이공진의 썸도 아니구요.
영화 전체에서 실존인물이 한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화 상의원의 주제를 '세대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로 이해했습니다.
 
두 주인공은 꿈에서 완전히 구분 됩니다.
 
조돌석의 꿈은 극 초반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납니다. 양반. 계급상승이에요.
반대로 이공진은 중전으로 하여금 꿈을 생각하게 되고 찾아가게 됩니다.
(그저 예쁜 옷 만드는 것을 즐기다가, 중전을 위한 옷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공진은 스스로 중요시여기는 가치를 찾는다.
극 마지막에서는 가난한 어린아이 아버지의 옷을 만들었다. )
 
극에서 꿈은 삶의 목적이 됩니다.
그 꿈을 이루는 방법에서 두 주인공은 더욱 극명하게 대비되고
마지막에 오만함과 두려움에 관한 대화를 나눕니다. 대사를 보면 기성세대와 신진세대의 갈등입니다.
 
조돌석은 이공진의 오만함 때문이라 하고, 이공진은 조돌석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하죠.
 
조돌석은 기득권으로써, 계급상승을 목표로 한 도구로써 바느질을 합니다.
곧 바느질과 의복은 그저 생존수단에 불과합니다.
 
이공진은 비 기득권이지만, 교육의 혜택을 받고 글을 압니다.
그러나 타고난 배경은 없어서 권력도 모르고 세상물정을 모르고, 그저 예쁜 것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는 나날이었지만
돈을 받고 예쁜 옷을 지어주는 것을 너머, 중전을 통해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바느질을 하게 되죠.
(기녀, 왕의 옷 등 돈되는 것 위주로 하다가, 사랑때문에 중전의 옷을 짓고, 후에는 꿈을 생각하다가 가난한 어린아이의 아비에게 옷을 지어줍니다)
 
좀 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조돌석은 명령에 의해 옷을 짓고, 이공진은 스스로의 뜻으로 옷을 짓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에는 할 직업이 없으면 공무원이나 했다지만, 요새는 공무원 하려고 다들 난리잖아요.
조돌석을 현대인으로 비유하자면..가난해서 들어선 공무원 인생에서 내집장만 해보겠다고 아둥바둥 하는 모습과 비슷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좀 소박한가. 내집장만이 아니라 부자가 되겠다고 쯤은 해야 하나...

이러한 조돌석과 이공진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오리지널과 카피의 개념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조돌석은 이공진을 따라한다고 하지만, 흉내내는 것에 그칠 뿐이죠.
따라하고 싶은데, 따라 할 수가 없어요. 이공진 처럼 생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배운것이 없고, 깨우치는 방법도 몰라요.
 
그래서 권력을 앞세워 나는 옳다라는 합리화, 그게 조돌석이 가진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2.
일단 예뻐요. 정말 예뻐요. 한복은 '한복을 만든다'가 아니라 '한복을 짓는다'라고 표현합니다.
만들다와 짓는다의 차이는 좀 두루뭉슬 하긴 하지만, 건축물을 지을 때 처럼, 문학작품을 지을 때 처럼,
밥을 짓는다 라고 할 때 처럼 기초적인 것에 정성을 들인다는 뜻입니다.
상의원 한복은 막 뽑아낸 영상용 한복이 아니라 정말 잘 지은 한복들이었습니다.
고증한복에 대한 역설을 보여주면서
(이공진이 만든 전통적이지 않은 대례복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박물관에 전시된 전통한복으로 나옵니다. 현실 역사에서도 진짜 있을 법한 일이죠.)
한복은 보존되어야 할 전통성을 가짐과 동시에 그저 시대에서 일반적으로 입는 '옷', '패션' 임을 부각시킵니다. (관복을 수선해주는 장면 등.)
게다가 의외로 전통한복에 대해 기습적으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여자라고 바지 입지 말라는 법 있느냐' 라는 장면에서 소개된 여성용 바지는 실제 전통 한복에도 비슷한 것이 있죠.
말군바지 라고, 여성이 말을 탈 때 치마 위에 덧입은 것이었어요.
 
항아리 치마라던가, 점점 짧아지고  하후상박형으로 꼭 맞아지는 저고리형도 사실은 전통적인 실루엣입니다.
 (한복은 고려 말~ 조선 초중기, 말기에 거쳐 조금씩 짧아지고 통이 좁아졌습니다. )
 거기에 배색과 장식(비즈나 늘어뜨린 옷자락) 등으로 현대적인 미를 더하면서 "한복 보는 재미"를 더해줬죠.

 
3 .
 
아쉬운 점은 기존 청춘연애 오락사극의 형태로 마케팅을 한 바, 영화의 주제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
중전이 어느정도 사심을 드러내는 와중에 (치수재면서 침을 꼴깍 삼키다던가, 다른 사내앞에서 펑펑 울거나 선뜻 궁 밖으로 따라 나선다던가.) 
이공진의 꿈이 중전에서 다른 것으로 옮겨가는 스토리가 납득이 안되는 점,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썸을 꽁냥꽁냥 타는 것 때문에 주제도 좀 흐릿해져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결론이 마음에 들었어요. 현실감 있어서요.
해피엔딩이었으면 그냥 꽁냥꽁냥 조선시대 컨셉영화로 기억했을 것 같아요.
이공진처럼 댕강댕강 되지 않으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수구리 하고 살고 싶지는 않으니 중간점을 찾아야겠죠!!
 
결론 : 영화 상의원은 현실 계급사회와 그 안의 갈등을 조선시대로 가져가 아름다운 한복과 함께 풀어내는 조흔 영화다!!
상의원 보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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