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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신기한 고양이 썰
게시물ID : animal_1146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리의노예
추천 : 11
조회수 : 832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01/05 11:53:04
게시판이 맞나 모르겠는데 어쨋든 고양이 이야기니까 여기에 써봄. 문제시 옮기던지 하겠습니다. 

 대략 십년전 이십대 초반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수원에 거주할 당시 전 수원역 근처에 D아파트에 사는 여자친구와 연애중이었고 항상 데이트를 하면 집 앞까지 데려다주곤 했지요. 
그 날도 어김없이 여자친구를 데려다주고 아파트 후문(이었던걸로 기억) 을 통해 수원역쪽으로 나가려고 단지내를 걷고 있었습니다. 
근데 문득 야옹이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소리나는 쪽을 보니 아기 야옹이가 차 밑에서 저를 바라보며 울고 있더군요. 
그냥 큰 기대 없이 야옹이를 우쭈쭈하며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저에게 다가와 마구 비벼대더군요.
살면서 한번도 응해준 고양이들이 없었기에 저는 살짝 당황하면서도 신기하기도 해서 꽤 오랜 시간 야옹이와 놀아줬습니다. 
하지만 늦은 시간이었고 버스 시간이 걱정되어 작별인사를 하고 걸음을 재촉했죠. 
그런데 야옹이가 저와 헤어지고 나서 차 밑에서 밑으로 이동을 하면서 절 계속 따라오더라구요. 
저도 아쉬운 마음에 한번 다 쓰다듬어주면서 "미안해. 형이 언능 가봐야 돼" 하고 다시 가려는데 정말 구슬피 울며 따라오더라구요.
아파트 단지가 끝이나고 후문에 들어서자 고양이는 무서웠는지 밖에까지 따라나오지 못하고 멀어지는 절 바라보며 계속 울어댔습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져서 일단 무작정 품에 안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죠. 
하지만 저의 어머니께서는 집에 동물을 들이시는걸 반대하시는 분이셨고 걱정을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인터폰으로 어머니에게 사정을 설명 드렸지만 어머니는 단호하시더군요. 
그래서 일단 알겠다 하고 집 앞 마당에 고양이를 내려놓았어요. 
당시 전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에 저희 식구만 살았었어요. 
고양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집에 들어갔죠. 
아무리 길고양이라지만 새끼이고 갑자기 다른 지역에 데리고 와버려서 걱정 안될 수 없었고 그래서 어머니께 투덜거리기도 했어요. 

당시 저희 어머니는 집 앞 건물에 있는 절에서 간단한 제사 준비와 청소등을 하시며 용돈벌이 정도를 하고 계셨어요. 
그 절에는 비구니스님 한분만 계셨고 어머니와 두분이서 계셨고 신도들(?)이 자주 왔다갔다 하는 평범한 절이었어요. 
제가 고양이를 놓아준 다음날 아침 어머니가 절에 가시다가 마음에 걸리셨는지 고양이를 찾아보니 제가 놓아준 자리 옆에 나무에서 엎드려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더랍니다. 
어머니는 고양이를 안고 절로 가셨고 스님의 허락하에 절에서 기르게 되었죠. 
스님께서 이름은 해탈이라 지었고 사람들을 잘 따라 인기도 좋았다고 합니다. 
전 그 뒤에 얼마 안가 군대에 가게 되었고 그 스님은 다른 절로 떠나신다는 소식을 어머니 통해 듣게 되었습니다.
전 특별한 일 없이 제대했고 군 복무 기간중에 집은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절이나 해탈이에 대한 기억도 옅어져갔죠. 

그러던 어느날 저와 어머니가 집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 마침 '세상에 이런 일이'(제목이 정확히 이거 맞나요?)가 방영되더군요. 
(드디어 본론입니다 여러분 ㅠㅜ) 
어머니와 저는 별 생각없이 티비를 보다가 깜짝 놀라게 됩니다. 
몇번째 에피소드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절에 사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고양이가 절에 살면서 고양이 사료나 고기 생선 같은 음식은 절대 입에 안대고 스님들이 드시는 절 음식만 먹고 부처님께 공양도 드린다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이름은 해탈이라고 소개됐지만 절에 사는 고양이의 이름치곤 특별하지 않다(?) 생각을 했는지 가볍게 넘겼습니다. 
사실 전 해탈이를 처음 만났을 때 빼곤 많이 보지 못해 생김새를 정확히 기억 못하고 있었거든요. 
어머니는 우리 해탈이랑 생김새가 비슷하네 라고 하시며 그냥 넘기셨구요. 
그런데 잠시 뒤 한 스님이 인터뷰를 하시는데 바로 그 비구니 스님이신거에요!!
어머니와 저는 대박이라며 집중해서 봤었죠. 
고양이는 기억 못해도 스님 얼굴은 똑똑히 기억했었고 어머니께서 법명(?)도 맞다 하시더군요. 
스님을 보니까 그 해탈이가 제가 주워온 그 해탈이가 맞구나 라는 확신이 들거라구요.
근데 재밌는건 어떻게 만나게 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어느 날 산에서 공양(?)드리고 내려오는 길에 해탈이가 본인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건 부처님이 주신 선물이다 해서 데려오게 되었다는.. 뻥을 치시더라능. 
인터뷰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었어요. 
나중에 보니 그 비구니 스님 짤도 좀 돌아다니던데. 볼 때마다 반가웠어요 ㅎ
쓰고 나니 재미없네요. 여튼 제 나름 신기했더라능.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새해 복들 많이 받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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