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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 갔던 '썸녀가 썅년이 되어가는 과정' 작성자입니다
게시물ID : gomin_9376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cHBuZ
추천 : 13
조회수 : 2356회
댓글수 : 229개
등록시간 : 2013/12/13 00:38:46
기억하실련지는 모르겠지만 보름 전 쯤에 베오베에 갔던 글이 있었죠.

'썸녀가 썅년이 되어가는 과정' 이라고... ㅆㄴ이란 과격한 표현때문에 말도 많았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 친한 동생이었던 그녀가 이번 학기 들어 호감이 생겼다.

- 같이 공부 하기도 하고 하다가 단 둘이 영화도 몇 번 보러가고 밥도 먹고했다. 매일이 행복했다.

- 빼빼로데이 즈음에 고백을 했는 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 1주간 아무 대답이 없어서 다시 물어봤더니 "아직 서로 잘 알지도 못하고 기말도 얼마 안남았고..." 라는 말에 
   그냥 평소처럼 계속 만나면서 알아가 보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 어느날 낮에 같이 공부하다가 우연히 Between 앱 하는 걸 봤다. (비트윈 - 커플들끼리 단 둘이 쓰는 메신저앱)

- 그날 저녁 5시에 도저히 안되겠어서 전화해서 물어봤다. 나는 남친 있으면 있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구랑 카페에 있어서 못하겠다고 있다가 한다고 했다.

- 밤 11시가 되도록 전화가 오지 않았다...


전 너무 답답하고 슬프기도 해서 술 잔뜩 마시고 오유에 글을 올렸었죠.

다음날 확인해보니 댓글이 300개가 넘게 달리며 서로 싸우고 계시더군요.

썅년이라는 표현 때문에 아둥바둥
남자가 글올리면 욕하고 여자가 글올리면 위로해주냐 아둥바둥
Between 앱 홍보하는 글 아니냐 아둥바둥
혼자만의 썸타고 남친있냐고 의심하는 놈이라 아둥바둥

이런 댓글을 읽고 있자니 너무 무섭고 손발이 덜덜 떨리더군요. 그래서 글 삭제해버렸습니다.



이제 그 후 이야기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장문의 글이 될 것 같군요.

Between 물어 봤던 월요일 밤 11시에 오유에 그렇게 글을 올리고...

술 마시고 있는데 새벽 1시 넘어서 카톡이 왔습니다.

그런데... 아주 해맑게 이런 카톡을 하더군요.

"오빠가 빌려주신 책 표지가 조금 구겨졌어요 ㅠㅠ 어떡하죠?"

전 이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다시 전화는 못 해줄 망정, 카톡 보내놓고 책 표지가 구겨졌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고백했다가 기다려달라고 해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그렇게 해맑게 대하더니, 이번에도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는 건가?


다음날인 화요일이 되어 일어났는데 카톡이 또 와있더라고요.

톡 가능하면 톡 좀 해달라고요...

전 그래서 약간 장문의 카톡을 보냈습니다.

끝까지 전화는 안하고 톡만 보내는구나. 이렇게 또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면 난 어떻게 해야 되는거냐.. 솔직히 말해줬으면 그냥 친한 오빠동생 사이로 남을 수도 있었을텐데... 이제 그만 만났으면 좋겠다. 뭐 이런 내용이었죠.

보내자마자 읽더군요. 하지만 답장카톡은 저녁에 왔습니다. 전화 가능하면 전화하자고요. 끝까지 전화는 안합디다. 톡으로 톡으로 톡으로


다음날인 수요일엔 수업을 같이 듣습니다.

수업에 안나갔습니다. 시험준비때문에 바쁘기도 했고. 수업 안나오냐고 톡 오는데 그냥 읽고 답장은 안했습니다.

그런데 참... 멍청한게 그녀가 너무 좋아서 저도 안만나곤 참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춰 건물 앞 카페에서 기다렸다가 말을 걸었습니다.

절 보더니 울상을 지으며 "오빠 어디갔었어요... 다시는 못 만나는 줄 알았어요"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군요

저도 좀 울컥했지만 테이블 가서 앉아서 얘기하자고 하고 갔습니다.


네.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녀 말로는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남친이라고 하기엔 되게 애매한 관계라서 그래서 아무한테도 얘기도 안했고 그래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했고 엊그제 책 표지 구겨졌다고 톡한거는 제가 답장하면 전화 가능하냐고 물어보고 전화하려고 했다고 하더군요

또... 얼굴보고 얘기하는데 그렇게 울먹이면서 얘기하니 마음이 사르르 녹더군요... 아 그러면 안됐었는데

그래서 저는 "나도 많이 힘들었지만 너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일단 시험 끝날때까진 이 얘기는 보류로 하자. 다만 단 둘이 같이 공부는 못 할 것 같고 셤끝나고 영화보러 가자고 하려 했는데 그것도 안되겠구나.." 라고 했습니다.

같이 스터디 하고 버블티 마시러 가는게 학교생활의 큰 즐거움인데 안되는거냐고 물어봤지만 안된다고 했습니다.

울먹이는 그녀 어깨 도닥여주고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목,금,토,일 이 지나고 다음주 월,수엔 수업을 같이 들었습니다.

하... 병신같이.. 그녀가 전공 과목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제가 먼저 스터디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당연히 그녀는 좋아했죠.

그렇게 목요일날 같이 스터디를 하는데 병신같이... 제가 버블티를 사들고 갔습니다.

역시나 그녀는 너무 좋아했죠. 그런데 목요일에 정말 너무 옷을 너무 예쁘게 입고 나온 겁니다... 그런 그녀가 좋아해주니까 전 또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렇게 알콩달콩 또 스터디를 하고 주말에 또 스터디를 하기로 했죠.


근데 여기서 1차 멘붕이 왔습니다. 제가 그녀 과제를 조금 도와주기로 했는데 그녀가 진짜 하나도 과제를 못 해온겁니다. 너무 어렵다고요. 솔직히 어려운 내용이긴 했는데 그래도 손이라도 댔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제가 한 거 보내줬습니다.


일요일에 그녀랑 저녁부터 같이 공부를 했습니다. 월요일에 그녀만 시험보는 전공과목 시험공부 도와준답시고 또 신나서 갔죠.

가서 월요일에 자기 머리 할건데 어떤 스타일이 좋을것 같냐고 막 자기 옛날 사진 보여주면서 그러길래

어떠어떠한 스타일이 낫긴 한데 전부 예뻐~~ㅋㅋ 이런 드립도 치고요.


그런데 기출문제를... 저한테 처음부터 좀 풀어달랍니다.

보니까 지금 시험범위의 반절도 못끝냈고... 촉박해서 밤 샐 것 같아서 또 풀어줬습니다.

여기서 2차 멘붕이 왔죠. 하나도 안 풀어놓고 나보고 풀어달라니... 난 모르는 걸 도와주러 온 건데.. 뭔가 기분이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 과제도... 시간이 없어 보여서 그냥 제가 해주는 대신 밥 한끼 얻어먹기로 했습니다.

헤어지면서 밤샐것 같으니 새벽에 심심하면 톡하자 하더라고요.


좋다고 새벽에 톡 보냈습니다.

씹혔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씹힌 톡을 뒤로 한채 아침 11시에 시험보느라 고생했다고 보냈습니다.

오후 3시에 짤막한 답장이 왔습니다. 뭔가 시험보기 전까지와는 다른 카톡 말투...?

오후 4시에 제가 답장을 보냈습니다.

오후 8시넘어서 확인해보니 또 씹혔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밤 10시에 톡이 오더군요

그녀 : "오빠가 보내주신 과제 너무 잘 받았어요ㅋㅋ"

나 : "아 그래? 별로 안어려워서ㅋㅋㅋ 머리는 했어?"

그녀 : "아 비와서 못했어요ㅋㅋㅋ 내일(화요일)에 하려고요. 오빠 근데요 보내준거에 xxxxx 파일 빠져있지 않아요?"


여기서 3차 멘붕이 왔습니다.

저 xxxxx 파일이 왜 없는지는 과제 명세만 읽어봐도 알 수 있는건데

지금 과제도 안읽어보고 저한테 물어보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두번이나 카톡 읽고 씹다가 자기 필요할 때 톡을...

일단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나 : "그거 명세 읽어보면 왜 필요없는지 나와있어 ㅋㅋㅋ"

그녀 : "아그래요? 잠시만요"


네. 이 카톡 이후로 다음날(화요일) 저녁까지 톡은 없었습니다.

저랑 화요일에 도서관가서 같이 공부하기로 했는데 까맣게 잊었나봅니다. 머리하느라 바빴나봐요

전 정말 확신이 섰습니다.


이 여자는 내가 좋은게 아니고 그냥 전공 잘하니까 단물만 쪽 빨아먹고 버리려 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너무 슬픈겁니다.

같이 오락실 가서 하이파이브 했던 일들... 맛있는 밥집 안다고 해서 따라가서 밥 얻어먹은 일들... 편의점에서 둘이 컵라면 먹던 일들...


하지만 마음 굳게 먹고 완전히 관계를 끊어버리려 했습니다.

이건 자세히 설명드릴 수 없지만 제 페이스북에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알아챌 수 없지만

그녀만은 이제 너와의 관계는 끝났음을 확실히 알아챌 수 있는 게시글을 올렸지요.


그러니 화요일 저녁 6시쯤에 톡이 오더군요 덕분에 과제 너무 잘냈다고. 다음에 밥 완전 맛있는거 꼭 한번 사겠다고

그냥 읽고 씹었습니다.


하....

많은 오유분들이 고백할때까지만 해도 해피엔딩일거라 하셨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나봅니다.

제가 의심병이 또 도져서 오버하는 것일 수 있지만

사귀게 된더라도 힘들 것 같고... 또 딴데가서 나를 "사귀고는 있는데 애매한 남친" 이라 말할 것 같아 두렵구요.


그런데 어떡하죠?

지금이라도 다시 만나서 사과하고 만나고 싶습니다

그냥 다 필요없고 그냥 그 사근사근한 말투가 또 듣고 싶어요. 취미도 잘 맞고 성격도 잘 맞았었는데

정말 둘이 있으면 서로 계속 웃고있고 그런 사이였는데

정말 어디서부터 일이 틀어져 버렸는지 모르겠어요


술마시고 매일 울고 꿈에서도 매일 나와서 화해하고 사귀는 꿈 꾸고

카톡 읽고 씹을거야!!! 라고 벼르면서도 카톡 한통이라도 더 받았으면 좋겠고


정말 사람 미치겠네요. 시험기간인데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만났으면 좋겠는데... 정말 이렇게 호되게 당하고 나서도 너무 그녀가 좋고... 아... 인간이란 왜 이럴수밖에 없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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