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늘 유쾌하시고 쾌활하시던 아버지가 요즘 잔병치레도 많으시고, 많이 힘들어 하시길래 장남된 도리로서 보약을 좀 지어드렸습니다. 당신 말씀으로는 넉넉치 않은 돈으로 무슨 이런걸 해 오느냐며 역정을 내셨지만 역정뒤에 보이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제게 전해졌습니다. 제 가슴에 전해진 그 미소속으로 옛 추억이 하나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대략 고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안 되어 아버지가 무언가를 드시고 계셨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몸보신용 보약 같아 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철이 없었지만서도 아버지께 간곡히 부탁드렸습니다. "아버님!" "왜 그러느냐?" "소자, 요즘 몸이 허하고 자주 헛깨보이는데 그거 한컵만 마셔봐도 되겠습니까?" 아버지는 제 얘기를 들으시고 가만히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시더니 잔에 한컵을 따르시고는 나즈막히 말씀하셨습니다.
"니가 헛깨보이는 이유는 니가 꼬맹이때 내가 먹던 헛개나무 달인물을 훔쳐먹어서 그런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