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글에서 언급했었지만 저는 유달리 약간 미신 비스무리한 경험을 많이합니다. 물론 이 마저도 나이가 들어감에 차차 사라지게 되었는데 계곡사건은 아마 막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일거에요.
날씨가 너무 더울땐 우리가족은 낚시는 다니지 않아요.계곡이나 바닷가로 자주놀러 다니곤 합니다. 게다가 제가 사는지역이 전라도라 특히 지리산의 계곡은 정말 자주다니곤 했습니다. 그땐 우리집이 중산층이라 수영복대신에 삼각빤스를 입고 계곡물에 빠져노는게 너무 행복했었죠.
그리고 사건은 언제나 방심하거나 피하고싶을때 오더라구요. 동생이 너무 어려서 계곡물엔 못들어가고 아버지는 저랑 노시고 지쳤는지 텐트에 누어계셨고, 어머니는 그 어린 동생을 봐주느라 저랑 놀아주지 않으셨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에 앞서서 말씀드리는데 여러분. 계곡은 어린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위험합니다. 왜 갑자기 이런말을 하냐면 제겐 그때의 기억이 지금 트라우마로 남아있거든요
신나게 물장구치며 바위를 들었다가 놓기도 하고 돌도던지면서 신나게 놀던 저는 갑자기 엄청나게 이끼낀 바위를 발견했었습니다. 그 머랄까요 크기는 사람 머리통만하고 바위전체가 초록 이끼를 머금고있어서 정말 이쁜 바위였어요.
전 호기심에 그 바위에 다가갔고, 그 바위에 손을 얹어보았죠. 부드러운 표면과 누군가 밟았다면 반드시 미끄러질 정도로 엄청나게 이끼가 끼어있는 돌 이였습니다.
한참을 바위에 있는 이끼를 떼기도하고 스다듬기도 하며 놀고 있을 때 었을까요? 갑자기 엄청난 오한이 들면서 누군가가 보고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우리가 여기있으면 안되라고 말하는거같은 먼가 여길 벗어나야될거 같은 그런 기분나쁨이 느껴졌죠.
바위를 더 만지고 쓰다듬고 싶지만 그 기분 나쁨이 싫어서 저는 텐트로 돌아왔습니다. 역시나 아버지는 주무시고, 어머니와 동생도 피곤했던지 곤히 주무시더라구요. 저또한 그냥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기묘한 꿈을 하나 꿨는데요? 계곡에 사람들이 여럿 잔치를 벌이고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술과 음식을 나르는 꿈이었습니다. 남녀노소 할것없이 신나게 웃고 떠들기에 저도 함께 놀고싶어서 천천히 가까히 가는데 갑자기 턱 하고 발치에 먼가가 걸려, 자갈밭에 심하게 나뒹굴며 넘어지는 요상한 꿈이였습니다.
그리고 잠을 깼을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분명히 오전에는 졸졸졸 흐르던 계곡물이 어느세 탠트까지 차오르고 있었고 부모님은 세상 모르게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부모님을 마구잡이로 흔들며 깨웠고, 부모님은 계곡에선 놀면서 물 불어나는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시큰둥 하며 저리가서 놀라고 하셨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난 불어난 물때문에 좌불안석인데 부모님은 시큰둥하고 갈 생각은 안하고 그래서 울었습니다. 그러자 부모님이 당황하시더니 이윽고 텐트를 접고 계곡에서 철수를 하시더라구요.
그런데.....계곡을 가기위해선 등산 입구를 지나야되는데 그 입구쪽에 왠 구급차와 소방차가 여럿와있는 겁니다. 무슨일인지 모르겠는데 우리가족은 그냥 산에서 조난사고가 났는가보다 하며 집에 왔습니다.
그날 저녁뉴스에 이런식으로 뉴스가 나오더라구요.
'지리산에서 60명가랑 실종또는 부상, 원인은 장마로 인한 불어난 계곡물에 의해 고립, 실종 구조대 대거 투입중 현재 시민들 구출중'
만약 그곳에서 계속 잠을 잤다면 저기에 우리가족도 있었겠다라고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쫘악 오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10년 정도가 지나도 기억나는 그 바위는 어쩌면 신령이 깃든 바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울러 그땐 대수롭게 생각치 않던 그 한복여인은 물귀신이였던거 같고, 제가 이끼를 뜯어주고 바위를 쓰다듬던게 공양이되어 꿈에서 물귀신을 따라가려던 나를 구해준게 아닌가 하며 기억을 되짚어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