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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사가 보는 최근 우리나라 사극 영화들
게시물ID : movie_38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주공항
추천 : 15
조회수 : 2199회
댓글수 : 44개
등록시간 : 2014/12/28 14:18:55
어제 <상의원>을 봤습니다
잘생잘생 열매를 듬뿍 드신 고수님과 화려한 한복 덕분에 눈이 즐거운 영화였죠^^
이처럼 최근 10년간 사극 영화가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떤 영화는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을 적절히 배합해 꽤 그럴듯한 사극 영화의 뼈대를 갖추고 있지만
어떤 영화의 경우는 사극 영화의 타이틀을 붙이기에 많이 부족합니다.
역사교사로서 수업할 때 역사 영화를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 대표작들 몇 편에 대한 리뷰를 해보려고 해요~
얼마전 감사하게도 베오베로 보내주신 <중학교 수업 시간에 알차게 활용했던 영화들>에 대한 속편?이랄까요? ㅎㅎㅎ
 
지극히 주관적이니 그저 즐겁게 읽어주세요
 
1. <왕의 남자>, 2005
왕의 남자1.jpg
예쁜 남자 열풍의 시초가 된 이준기씨를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또한 배우 감우성의 진가를 드러낸 명작이지요
연산군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광대'를 주인공으로 재창조한 창의성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사극 영화의 트렌드 중 하나가 '조선'이라는 현실 속에 '허구의 왕'이 다스리는 시대에 '민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플롯인데요
적어도 <왕의 남자>가 나오던 때만 해도 '허구의 왕'보다는 실제 역사적 배경을 끌어오는 것이 주된 트렌드였다고 생각합니다.
 
왕의남자2.jpg
주인공 '공길'의 의상 뿐만 아니라 광대인 '장생'의 의상도 꽤나 신경쓴 흔적이 보이네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이후로 가장 맘에 드는 사극 영화 의상이었습니다
누더기 옷을 입고 왕을 흉내내는 장생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엿보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 정말로 '장생'과 '공길'이 존재하는가와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뿌리깊은 신분제 사회인 조선에서 천대받고 멸시받던 직업이 8가지가 있습니다
 
도축하는 백정, 술따르는 기생, 짐승의 가죽을 다루는 갖바치, 재주넘고 판을 노는 광대 등인데요
지금으로 따지면 종합예술인,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재인(才人)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외줄을 타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고달픈 삶 속에서도 농담을 던지고 장난을 치는 유쾌함,
삶에 대한 진정성, 예술에 대한 간절함, 재인으로서의 직업의식을 부담없이 골고루 담아냅니다.
이준익 감독이 억지 감동을 부리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드는 영화입니다.
왕의남자3.jpg
특히 마지막 장면, 연산군과 장녹수가 보는 앞에서 목숨을 건 최후의 외줄을 타는 장면이
아직도 가슴에 깊게 남아 있습니다.
공길과 환하게 웃는 장생의 표정이 최고의 결말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업시간에 크게 두 가지를 주제로 삼고 보여줍니다.
 
첫번째는 조선의 사회구조와 신분제를 설명할 때 천대받는 직업 8가지를 주제로 이야기해보고요
두번째는 진로를 주제로 이야기합니다.
요즘 아이들 장래희망 1순위가 연예인인데요, 과거에는 과연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
직업을 선택할 때 현재의 기준으로만 선택하면 어떤 위험이 따를 수 있는지
남을 기쁘게 해주는 직업이 가지는 그만의 고충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시간을 갖습니다.
우리나라 재인들은 삶에서 우러나오는 슬픔을 즐거운 웃음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을 덧붙이죠
아이들이 잘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외쳐봅니다!! 해! 학!
 
2. <최종병기 활>, 2011
제가 임용고시 공부할 때 봤던 영화인데 놀랍게도 그해 3차 수업실연에 예시로 나왔던 이 영화!
활1.jpg
저는 나름 고증에 신경썼다고 생각되는 것이, 극중 류승룡을 비롯한 청나라 군사들이 모두
<만주어>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에게 세계 2차 대전 영화 보여주면 제일 많이 묻는 말이
근데 왜 독일말이 아니라 영어를 쓰냐고 ^^::
미국에서 만들어서 그렇다고 하면 왜 독일 일을 미국이 나서냐고 ^^:;
똑똑한 요즘 아이들입니다
 
<최종병기 활>역시 흔들리는 역사 속에서 (배경은 또! 조선시대!)
공권력이 지켜주지 못하는 가난하고 힘없는 민초들이 역경을 딛고 살아가려는 강한 생명력을 담은 영화입니다
백성의 평범함과 강인함, 국가권력의 역할에 대하여 은연중에 가르칠 수 있게 해주기도 하지요
활2.jpg
활을 다루는 박해일씨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저는 전쟁사를 좋아하는데, 무기에 대하여 설명할 때도 이 영화가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동이족(東夷族)이라고 불렸으며 고조선 시대부터 활을 잘 쏘기로 유명했습니다
고주몽 할아버지를 보세요! 얼마나 활을 잘 쏘았으면 이름이 주몽이겠어요? ^^*
 
드넓은 만주 벌판을 달리던 청나라 기병들이 꼼짝을 못하게 하는
한반도 북쪽의 거친 산악지형이 영화에 잘 드러납니다
자연스럽게 활을 이용해 적을 물리치는 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되는 셈이죠
더불어 고구려인들의 사냥장면 벽화를 생각해보시면 북방인들의 기상에 대한 느낌이 올거예요
수렵도.jpg
물론 영화가 100퍼센트 진실은 아니며, 고증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지만
(아포칼립토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많이 받고 있죠)
역사를 글로, 칠판 판서로만 배워야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병자호란의 참상이 어떠했는지, 활이 전쟁에서는 어떤 무기가 되는지
만주를 주름잡던 청나라군이 얼마나 무서웠는지에 대한 '역사적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이미지에 친숙한 시대니까 학생들이 역사를 친숙하게 배웠으면 합니다
활3.jpg
영화 속에서 문채원씨가 연지 곤지를 찍고 시집 가는 날이 나옵니다
저는 부러 이 부분에서 멈추고 설명을 합니다
연지 곤지는 고려 말, 우리가 원나라의 간섭을 받던 서글픈 시대에 넘어온 풍습이랍니다
문화교류, 문화전파의 사례라고 할 수 있죠
고려의 문화가 원으로 넘어가 유행을 일으킨 것도 많고
반대로 원의 문화가 우리에 넘어와 벼슬아치, 장사치처럼 -치로 끝나는 말을 탄생시켰습니다
 
더불어 '환향녀'에 대해 꼭 짚고 넘어가요
몽골에 끌려가고 청나라에 끌려갔던 수많은 고려와 조선의 여인들...
그 중에 일부는 목숨을 걸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천대받았습니다
몸을 더렵혔다는 이유죠... 그분들이 화냥년이라고 욕먹던 슬픔을 짐작해봅니다.
하지만 이 여인들을 지켜내지 못한 조선의 사내들, 전쟁에 책임이 있는 서인 정권은 탄핵받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 역사에서 매번 너무나 용서가 쉬웠던 점이 아쉽습니다.
 
3편까지 쓰려고 했는데 헥헥 너무 지치네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주로 중학생이다보니
영화 속 허구를 가려내보라던가,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를 분석하라던가
영화 속 역사왜곡에 대하여 비판하라던가 하는 것까지는 많이 나아가지 못합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던가 주입시키는 꼴이 될까봐 자주 시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진도내기도 빠듯한 시간에 영화를 보여주면서까지 수업에 활용하는 이유는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고 사극을 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리고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민중들이 바로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바람 때문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시간을 내어 <광해> <관상> <상의원> <명량>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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