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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 친구 서점에서 공개처형당한 썰
게시물ID : humordata_15851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월령
추천 : 14
조회수 : 2931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4/12/27 00:26:21
 
제가 사는 지역의 터미널 앞에는 작은 서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역 자체가 그렇게 큰 동네가 아니어서 그냥 사람들이 책 사려고 하면 이 독과점 같은 서점에 다 모인다고 생각하면 돼요. 학생이고 어른이고 다 모임. 덕분에 작은 서점임에도 사람이 많습니다.
 
 
어쨌든 저와 제 친구가 이 서점에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 둘은 숨덕은 아니지만 조용히 덕질을 하는 부류의 인간들이었죠. 저는 깊이도 얕았고요.
 
뭐, 그때 당시의 저는 서점에서 취향을 잘 공개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제가 일반 것들을 보는 동안 소심한 친구도 조심스레 만화잡지를 골랐어요.(사실 이 서점은 일반인들만 자주 이용해서 상당기간 동안 덕질할 책도 없었던 그런 곳. 잡지, 유명만화부터 조금씩 들여옴.) 
 
그렇게 친구가 잡지를 골라서 계산대로 가져가니 사장님이,
 
"오, 이거 같이 딸려있는 거 있는데."
 
하시는 겁니다. 저는 왠지 불안감을 느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작은 서점인데도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와 더불어 카운터가 시선이 너무나 잘 집중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거든요. 친구 또한 이목이 쏠리는 것을 싫어하는 부류라,
 
"그냥 이것만 갖고 갈게요."
 
라고 했지만, 사장님은 그를 곱게 보내주지 않았어요. 계산을 한 채로 물건을 담아준다며 카운터 안쪽으로 넣어놓은 터라 도망이 불가능했죠.
 
그리고 이윽고 사장님이 포스터? 같은 걸 꺼내는 겁니다. 돌돌 말려있길래 그냥 주는 줄 알고 안심하는 친구가 보였어요.
 
하지만 사장님은, 결국 그걸 펼치고 말았죠.
 
 
와-
 
엄청 크대요? 그냥 작은 포스터 주는 줄 알았더니. 게다가 하필이면 내용물이 캐릭터들이 수영복을 입고 바닷가에서 노는 거였어요. ㅋㅋㅋㅋ 거의 19금.
 
너무 웃긴 게, 친구가 식은땀을 훔치는 게 보이더군요. 얘는 당황하면 땀이 막 나거든요.
 
카운터가 하나고, 그게 또 시선이 집중돼있다보니 사장님이 포스터?를 들고 보여주는 동안 구매 대기자를 포함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걸 쳐다봤어요. 여고생들 포함. 친구는 점점 더 안절부절 못하게 됐죠.
 
도대체 왜 사장님이 저러는 걸까 하는데, 그 분께서 "저번에 어떤 애가 잘못 가져가서 바꿔달라고 막 하더라고. 이거 맞는지 확인해봐." 라고
 
하시는 걸 들었어요.
 
 
 
친구는 정말 당황한 듯 저를 돌아봤고, 저는 덕질을 들키는 게 너무 창피하고 그래서 ㅋㅋㅋ 진격의 거인 기형종?처럼 몸을 뒤틀면서 밖으로 도망쳐나왔어요.
 
전면 유리창으로 서점 안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사장님이 애를 완전히 덕밍아웃시키려고 작정했는지 카운터에서 상당시간 동안 친구에게 계속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어요. 같은 부류의 인간으로서 정말 눈물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저도 일반인으로 살아야하고, 앞으로 여기 서점도 자주 가야 하니까.
 
친구는 계속 잡지만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후에 안 줬다고 뭐라 할까봐 꼼꼼이 따지는 것 같더라구요. 친구가 하필 희생양이 된 거죠.
 
 
 
오랜 시간 동안 잡혀있던 친구는 나오자마자 절 향해 뛰어왔습니다. 저는 너무 소름이 끼쳐서 '끼핫핫핫!' 하는 웃는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로 도망쳤구요.
 
결국 잡혀서 옆구리를 맞았습니다. 자기만 놔두고 왜 도망치냐고.
 
 
 
 
 
 
하-! ㅋㅋㅋ 쓰고 나니 역시 마무리가 어렵네요. 애게에 맞는 것도 같지만 제 딴에는 웃겼던 일이라 여기 씁니다. 덕 분들은 언제 어느 때 공개처형당할지 모르니, 늘 조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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