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sns기록을 정리하다가 보니, 제가 작년 8월에 택배를 받았던 일화가 있더군요.
사실 별 일은 아닐 수 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무척 신선한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 저는 올해 전역했으니 그때는 군인이었죠. 휴가 나왔을 때였습니다.
당시에 저는 휴가 첫날(아마도) 인터넷으로 라노벨 한 권을 주문해놓은 터였습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풀고 싶으면 라노벨을 사는 버릇이 있었거든요.
군대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좀 필요했습니다. 구매시기를 보니 노게임 노라이프 1권이었던 것 같네요.
아무튼 하루인가 이틀이 지나자 택배기사가 몇 시쯤에 집에 온다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당연히 저는 언제 오겠다고 한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죠. 휴가복귀 전까지 전 프리했으니까요.
그리고 컴퓨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초인종이 눌렸습니다.
딩동! 딩동딩동! 디딩동!
초인종 벨소리가 왠지 모르게 격했지만, 저는 그냥 택배기사가 왔나 보다 하고 바로 현관으로 나가면서 확인차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웬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택배 왔는데요!!!" 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택배? 아, 물론 택배 온 게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목소리가 좀 이상했습니다. 너무 앳됐거든요. 게다가 여자 목소리.
덕분에 아주 잠깐 혼란,
그래도 뭐, 여성 택배기사도 있으니까- 하는 마음에 그냥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열 살 내외? 뭐 그 정도일 것 같은 여자애가 포장된 물건 하나를 들고 있더군요. 편한 복장을 입은 머리 긴 여자애였습니다. 표정이 좀 활기 찼죠.
어쨌든 저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 여자애와 그냥 눈을 마주쳤다가 그 뒤를 쳐다보았습니다. 여자애 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는 제게 여자애가 말했습니다.
"00에요?"
어엉? 그렇게 잠시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곧 알아들을 수 있겠더군요. 수취인이 저냐고 물은 겁니다. 좀 황당했지만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별 수 없잖아요?
그러자 여자애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저희 집 문옆에 있던 서랍장 위에 얌전히 올려두었습니다.
"이거 두고 갈게요~!"
제가 엉겹결에 "저...... 수취 사인은...?" 하는 도중에 여자애는 듣지도 않고 휙 뒤돌더니 '하핫!'이라고 말하는 듯한 경쾌한 동작으로 저 멀리 사라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택배기사 아저씨와 따라나온 딸내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만, 당시에는 꽤 당황스러웠어요. ㅋㅋ 다행이기도 하네요. 포장지에 적힌 라노벨 제목이 건전했으니까요.
'몇 살이 좋아?' 라는 요즘 책도 있다던데, 요런 제목의 물건을 구입하시는 분들은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누가 배달해줄지도 모르는데, 흑역사가 될 수도 있어요!
라노벨 얘기가 껴있어서 애게에 올리고 갑니다. 그럼 다들 좋은 밤 되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