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35)의 늦어지는 1군 복귀에는 실력 문제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건은 지난 13일 충남 서산구장에서 열린 퓨처스(2군)리그 시범경기 SK전에서 홈런 1개 포함 3안타를 때려냈다. 볼넷을 얻어낸 후 도루까지 기록했다. 그러나 모건의 활약 소식을 접한 김성근 한화 감독은 "그게 중요한가"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모건의 1군 복귀에 대해서도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했다. 모건은 15일 kt와 2군경기에선 5타수 2안타를 때렸다.
모건은 스프링캠프 내내 1·2군을 오갔다. 당시 김 감독은 "모건의 몸이 다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다른 문제도 있었다. 모건이 김성근 감독의 훈련 방식과 국내 야구 적응에 부적절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모건은 '지옥훈련'이라 불릴 만큼 만만치 않은 훈련량과 강도, 타이트한 스케줄을 자랑하는 한화 캠프를 버텨내질 못했다. 훈련이 힘들어지고 몸이 힘들면서 모건의 불평불만은 늘어갔다. 심지어 훈련을 지시하는 코치에게 "왜 해야 하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모건은 스트레스로 예민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화 관계자는 "모건이 캠프 합류 후에 상당히 힘들었다.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다며 고민이 많았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김성근 감독으로서는 용병의 불평불만이 탐탁지 않게 여겨졌다. 특히 모건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오는 불만은 사령탑이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모건은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소속이었던 지난해 5월 수비 도중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해 재활에 매진했다. 때문에 실전 감각은 물론 체력도 많이 저하된 상태였다. 김 감독은 모건에 대해 "말이 많고, 변명이 많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팀이 같은 목표를 향해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도 예외없다. 특히 실력은 물론 인성과 국내 야구 환경에 적응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혈질로 알려진 모건의 영입 후 '만약 모건이 돌발 행동을 하거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의 취재진의 질문에 망설임없이 "보내버리면 되지"라고 했다. 모건은 캠프에서만 이미 두 차례 2군으로 내려보냈다.
김 감독은 결정 앞에서는 냉철한 사람이다. SK 사령탑 시절 2008년 부진했던 투수 쿠비얀을 3경기 만에 퇴출시켰고, 대체 투수 케니 레이도 5경기 만에 방출했다. 2009년 마이크 존슨과 C.J, 니코스키도 각각 2경기와 9경기 만에 퇴출됐다.
모건은 오는 17일까지 2군 경기에 출장하며 김 감독의 부름을 기다리게 된다. 이정훈 2군 감독은 "모건이 2군에 왔을 때 직접 타이르면서 국내 야구 정서와 김성근 감독님이 추구하는 야구에 대해 잘 설명했다. 본인도 생각을 많이 한 듯 수긍하더라"면서 "지금은 컨디션이 85%까지 올라왔다. 일단 17일까지 2군 연습경기에 나가본 뒤 감독님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