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누적과 무릎 부상으로 올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한 '빙속 여제' 이상화가 조만간 정밀 검진을 받고 수술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입니다. 서울 건국대 병원 관계자는 "이상화를 오랫동안 치료해온 김진구 박사가 며칠 내에 정밀 검사를 실시한 뒤 구체적인 재활 프로그램과 수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김진구 박사는 스포츠 재활 치료 부문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평가되고 있는 인물로 그동안 안현수, 안정환, 설기현, 김남일, 홍성흔, 김요한, 이원희 등 내로라하는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재활을 도운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김 박사는 SBS와 통화에서 "수술 여부는 무릎 상태를 비롯해 이상화 선수의 의지, 장래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 만약 수술하더라도 수술 자체는 물론 이후의 재활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상화는 지난달 7일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에서 5위에 머물러 3년 2개월 만에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8일 뒤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는 1·2차 레이스 합계 5위에 그쳐 2008년 이후 7년 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습니다.
세계 최강으로 군림해온 이상화가 날개없이 추락하자 오랫동안 근근이 버텨 온 왼쪽 무릎에 메스를 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화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무릎을 수술한다면 201 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도전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서 가급적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고 말했고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에릭 바우만(네덜란드) 코치 역시 "지금 굳이 수술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주위 관계자들은 일단 수술에 부정적이지만 김진구 박사가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이상화 선수가 매우 신뢰하는 의사이기 때문에 정밀 검진 결과 김 박사가 수술을 권할 경우 이상화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무릎 수술을 받아도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다는 단적인 예가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 즉 안현수입니다. 20008년 왼쪽 무릎 뼈와 후방십자인대 부분 파열 부상을 당한 안현수는 김진구 박사로부터 수술을 받은 뒤 끈질긴 재활 과정을 거친 끝에 2014 소치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동계올림픽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상화는 4년 가까이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에 시달려 왔습니다. 이상화의 왼쪽 무릎에는 물이 차 있는데 연골이나 연골판이 손상되면 약해진 부위의 세포들이 자기방어(완충효과)를 위해 윤활유 역할을 하는 '활액'을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깁니다. 또 무릎에서 딱딱 소리가 나고 활액이 들어 있는 활막 일부가 두꺼운 벽을 형성하는 '추벽증후군'도 앓고 있습니다.
이상화는 피로 누적과 무릎 부상 여파로 최근 전국체전에 나오지 않았고 오는 21일 시작되는 월드컵 파이널도 불참을 결정하는 등 올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조만간 실시될 정밀 검진 결과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할 경우 재활과 치료를 통해 오는 10월부터 다시 출전할 예정이지만 만약 무릎 수술을 선택했을 경우에는 복귀 시점이 이보다 다소 늦춰질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