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사랑을 다룬 소설을 읽었다. 읽고 난 뒤 사랑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지게 되고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 라는 물음이 남는다. 무언가 여운이 남아 계속 스토리가 머리 속에 맴돈다. ‘알랭 드 보통’의 처녀작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영문: Essays in Love)』는 스토리만 보면 삼류 소설이다. 뻔한 스토리, 남녀가 만나서 서로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흔하디 흔한 스토리이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이런 삼류 스토리 속에서 우리가 항상 놓치고 있는 부분을 색다르게 통찰력 있게 표현하였다. 작가는 독자의 스토리 일 수도 있는 익숙함과 더불어 사랑과 행동을 미학적, 사상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사랑의 진행 과정을 해석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1인칭 주인공시점에서 한 여성(클로이)를 사랑하며 이에 대해 깊숙이 생각(해설)하며 진행된다. 사랑을 해석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상들과 미학적인 개념이 나오기 때문에 읽는 내내 전자사전 및 백과사전과 함께 했다. ‘알랭 드 보통’이 이와 같은 사랑에 대한 철학과 통찰력을 20대에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가 감탄스럽다. 사상과 미학적 개념들에 대해서 무지했기 때문에 글을 읽는 속도가 매우 더뎠다. 하지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빠르게 읽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글을 읽어 내리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사랑의 통찰력은 전혀 얻을 수 없을 것이며, 이 책을 그냥 삼류 소설로만 기억할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인용하며 마무리 해야겠다. “나를 사랑해다오! 무슨 이유 때문에? 나에게는 흔히 써먹는 지질하고 빈약한 이유 밖에 없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작가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사상과 미학, 어떤 다른 개념들로도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 받고 싶은 욕망을 포장할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