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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들키지 않은 위선자
게시물ID : panic_932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im
추천 : 25
조회수 : 2016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4/23 01: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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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선자가 있었다. 그는 선천적으로, 뼛속까지 위선자였다. 

그는 사람을 속일 때마다 극도의 쾌감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을 속였다.

'친구 따위는 싫어. 꺼져 버렸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는 그럴수록 마음을 숨기고, 주변 친구들을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그는 항상 인기가 많았고 주변에는 친구들이 몰렸다. 학생회장이 되는 것은 그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더 사람을 속인다는 쾌감을 느꼈다.


시간이 흘러 직장인이 되어서는 직장 동료들을 속였다.

'너희들 따위와 일을 하는 내가 한심하군. 다 꺼져 버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는 그럴수록 마음을 숨기고, 웃는 얼굴로 동료들을 대했다.

그는 항상 인기가 많았고, 상사들은 항상 그의 진면목을 오해했다. 인사고과는 항상 최상이었고, 승진은 그에게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쉬웠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더 사람을 속인다는 쾌감을 느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는 성공한 기업인의 지위를 갖고 정치에 입문하였고 의원직에도 출마하였다.

'국민들은 전부 개, 돼지야. 내가 국민의 대표라고?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역겨운 일이지.'

하지만 그는 그럴수록 마음을 숨기고, 웃는 얼굴로 주민들을 대했다.

그는 항상 인기가 많았고, 이번에도 역시 주민들은 그를 선택하였다. 그는 더욱 쾌감에 몸부림쳤다.


또 시간이 흘렀다. 

병원 침실에는 임종을 앞둔, 병색이 짙은 노인이 누워 있었다. 주변에는 그를 걱정하는 기자들과 주민 대표들이 모여 있었다.

노인은 어려서부터 선행만을 해 왔으며, 모두가 존경해 마지않는 사람이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성자라고 부르는데 한 치의 주저함이 없었다.

'이런 개, 돼지들 같으니라고...세상을 뜨는 마당까지 귀찮게도 들러붙는군. 니들은 끝까지 나에게 놀아난 거야. 하하하!'

노인은 심기가 불편했지만, 거짓된 웃음을 띄우며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위선자가 세상을 떠났다.

극도의 위선자였지만, 그 위선을 한번도 남에게 들키지 않았던,

위선자가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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