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에서 이야기하는 희망은 실버라이닝 같은 느낌이어야 했다. 하지만 드라마 미생은, 하필 마지막에, 그 희망을 맨얼굴의 햇볕같은 느낌으로 바꾸어버렸다.
작가는 미생이라는 말의 의미를 진정 이해했던 것일까. 내 밥그릇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현실인 사람들에게, 정의와 희망이라는 것은 힘없는 새끼손가락으로 지탱하고 있는 무거운 돌덩이와 같다는 것을. 나는 미생이 가진 그런 느낌에 공감했고,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래서 눈물을 흘렸던 것인데.
원작의 단단한 기둥에 묶여있던 끈을 끊고 난뒤, 웹툰 미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19,20화에서, 드라마 미생은 자신도 역시 미생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