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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소설 입니다. 비판 부탁드려요
게시물ID : readers_176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amjak.key
추천 : 1
조회수 : 47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12/18 03:03:17
무언가를 손으로 잡고 쥐었다, 폈다 하고 있었다. 

며칠전부터 가려운 등이 의심스러워 거울을 보니 붉으스레한게 슬금슬금 기어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일명 여드름. 

“ 나이가 몇인데 여드름이 왜 또 나와.. ”

하지만 다행이다. 얼굴에는 나지 않는다. 어쩐지 성장이 더디더라니 나의 사춘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일까. 그럼 우선 긴 사춘기에 감사하며 피부과에 가려는 마음을 일단 접고 부활할 내 성장호르몬을 대비하여 한사이즈 큰 옷들을 사두어야 할까. 그렇게 되는 생각만으로도 여드름이 평생 나게하는 샘에 몸을 담그고 싶어진다.

“ 오늘은 늦었네 ”

시각이 여섯시 반. 개인 병원 의사들은 분명히 칼퇴근할 그런 시각. 더불어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져서 나가고 싶지 않다.

“ 의사에게 왕진을 부탁해볼까.. ”

뭔 말도 안되는 소리야, 뭐뭐 짜증나게.. 라는 허재 아저씨의 일갈이 들려온다. 실제로 퇴근하는 의사에게 그러면 이런 소릴 들을 수도 있겠지. 요즘들어 나도 참 되도 않는 생각이 많아졌다. 맞아, 실제로 생각이 많아졌다.

“ 안하던 헌혈을 해서 그런가? ”

그저께는 헌혈을 했었다. 당연히 뭔가 바라고 한게 맞다. 뭐.. 뭔가 준다고해도 안하는 사람이 많은걸. 한 소설에 보면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오래살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빨리 죽는다고 한다. 대신 피를 마시는 새는 오래 살지만 피비린내 때문에 다른 새는 그 새에게 접근하지 않는 다고 한다. 그럼 그 새가 피를 마신 다음 헌혈을 하면 다른 새들도 오래살고 친구도 생기고 요즘 유행하는 시쳇말에 변형을 가해서 새이득이군. 
요즘들어 되도 않는 생각이 많아짐을 또 다시 느낀다.

그렇게 헌혈 선물로 생긴 롯데 시네마 티켓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재일 비싼거 같아서 영화티켓을 고르기는 했지만, 영화관만 가면 영화 자체보다는 감독의 역량을 시험하면서 나름대로 혼자서 음향이 이렇군, 영상이 요렇군. 창작물 보다는 창작자의 생각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나여서 여지껏 만족스럽게 본 기억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다 저번주 영화관에 갔다온 한 아는 동생의 말이 떠올랐다. 

‘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를 봤는데요. 처음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오길래 재미없겠구나.. 했는데 보니까,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어떤 삶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고, 죽음에 대한 것도 한번 생각하게 되고. 찡 했어요. ’

지금 내 나이와 최근 심상들을 돌이켜 보면 이 영화가 맞을 것 같았다. 더하여 나는 영화 평을 믿지는 않지만, 최근에 인터스텔라가 많은 호평을 듣고 있었을때.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고 두 번을 봤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아마도 한국영화의 불멸의 대작 클레멘타인을 재구성 한다해도 흥행시킬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 같이 볼 사람이 음.. ”

지구를 한바퀴 돌고 반바퀴를 더 갈만큼의 빛의 속도와 같이 머리를 데굴데굴 굴려보았다. 이시기 영화는 적어도 여자랑 보는게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내 인명사전 속 영화와 매치되는 여자는 한사람도 없다. 먼저 그렇게 하기로 하면 그냥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있어서 이것은 고민이고 진지함의 대상이 됐다. 평소에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솔로. 사회적으로 연애를 하지 않거나 준비중인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가 정확히 나를 지칭하는 것이라니. 갑자기 황당무개하고 허탈했다. 

조금의 당황과 초조함.
시각이 어느덧 10시를 넘겻고, 시간이 갈수록 날씨는 더 추워진다. 
의미없이 한번 머리 밑에 있을 차가운 기운들을 따듯한 입김으로 쫒아내는 시늉을 해본다. 찬 기운들이 내가 좋다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좀더 자신의 생각을 깊이 있게 들어본다. 차가운 사람. 찬 기운같이 지금 내게 있어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시간이 가서 더 차가워지기 전에 한번 연락이라도 해보는 편이 낫지는 않을까. 

“ 그런 사람이 한명 있는데 ”

손에 대한 감각이 돌아오고 시야에는 핸드폰이 보인다. 쥐었다, 폈다 하던 손이 카톡창을 열고, 닫고를 반복한다. 이윽고 손에서 떼 책상 위에 올려 놨을 때는 카톡창은 텅텅 빈 공백만이 있었다. 마음이 쓰이는대로 몇 마디 적어보지만, 생각나는대로 적기에는 1년이란 시간의 부담이 있었다. 왜 미리 못했을까 하는 또 다른 후회도 밀려왔다. 이런 상태로는 불안해. 어떤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


1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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