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겪은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집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옆집에 사는 A씨가 말을 걸어왔다.
[K씨, 부탁할 일이 좀 있는데... 우리 미사키 좀 봐주지 않을래?]
미사키는 A씨의 딸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별로 상관 없습니다만... 무슨 일 있으세요?]
[어머니가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가셨대... 별 일 아니라는 거 같지만 미사키가 알면 큰일날테니까...]
[아... 미사키는 할머니를 정말 좋아하니까요.]
그 정도 대화를 나눈 뒤, A씨는 병원으로 향했다.
4시쯤 돌아온다고 했으니, 그동안 A씨네 집으로 가서 미사키랑 놀아주기로 했다.
미사키는 책을 한손에 들고, 기쁜 듯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있잖아, 이게 미사키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무서운 책이야!]
아이가 볼만한 책은 아니었기에, 내심 A씨한테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미사키와 어울려줬다.
점심을 먹고, 미사키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어느덧 3시.
[아, 3시네... 슬슬 엄마 올 시간이 되어가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미사키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돌아오지 않을텐데?]
[...그게 무슨 소리니?]
[그치만 엄마, 할머니한테 간 거잖아?]
어째서 아는 것인지, 순간 당황했지만, 아침에 집밖에서 나눈 대화를 주워들은 것이라 여겼다.
[뭐야, 알고 있었니? 그래도 괜찮아. 4시쯤에는 돌아올거라고 엄마가 그랬으니까.]
[그치만 할머니 죽어버렸는걸. 돌아오지 않을거야? 언니도 엄마가 올 때까지는 못 돌아가.]
그렇게 말하고, 미사키는 즐거운 듯 웃었다.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나는 큰맘먹고 물어봤다.
[어째서 할머니가 죽었다는 걸 안거야?]
미사키는 내 뒤를 들여다보듯 고개를 움직이더니, 내게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할머니, 낮부터 계속 창문 밖에 있었으니까. 나, TV에 봤어.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이 창문에서 들여다보면, 그 사람은 벌써 죽은거래.]
나는 차마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등뒤의 창문에서 느껴지는 바깥 추위는, 이상하게 강한 것 같았다.
결국 A씨가 돌아온 건 7시가 다 되어서였다.
A씨의 어머니... 미사키의 할머니는 병원에서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 점심 무렵 급사하셨다고 한다.
A씨의 감사인사를 뒤로 하고, 문을 열어 집을 나오는데, 미사키가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언니 따라가지마. 미사키랑 놀자!]
미사키의 시선은 내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나를 보는 게 아니었다.
미사키는 곧바로 무언가를 뒤쫓듯, 시선을 옮기며 부엌으로 웃으며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