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눈이 부시면 그건 날이 밝은 걸 거야. 너는 눈을 뜨고, 평소와 다름없이 화장실을 찾아가겠지. 치카치카 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고 퉤 하며 잠을 내뱉겠지. 아침은 그래, 간단하게 토스트가 좋을 거야. 토스트 오븐에 빵을 넣고 커피를 내리고 있다보면 어느새 맛있는 아침이 완성되어 있을 거야.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계란 후라이라도 한 장 올려서 먹으면 되겠지. 티비를 보면서 느긋한 아침을 보내다 시계를 쳐다보고 이제 나가자 하고 일어나겠지. 나가기 전에 가스 밸브도 잠궈주고 전기 코드도 뽑아주고 그럼 이제 나갈 준비도 끝이야. 밖에서 너는 살짝 눈이 부셔 눈을 가릴지도 몰라. 하지만 이내 따뜻한 햇살에 기분 좋게 언덕을 내려가겠지. 버스 정류장에 앉아 흥흥 콧노래를 부를 수도 있을 거야. 버스를 타려고 열심히 달리는 양복입은 아저씨를 조금 응원하는 것도 할 수 있어. 버스에 타면 기사 아저씨는 웃으며 인사하고 너도 덩달아 인사 할거야. 자리에 앉아 밖을 무심코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도 되고, 졸리다면 조금 눈을 감아보는 것도 좋아. 꼭 내리기 전에 눈을 떠야겠지만. 회사에선 조금 힘들수도 있어. 그 재수없는 팀장은 언제나 처럼 너를 아니꼬운 눈으로 바라보겠지. 막 쓸데 없는 걸로 욕하기도 하고, 트집잡기도 하고. 하루가 언제 지나나 하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옆에서 푸념 들어주는 동료가 있잖아? 다들 힘들겠네, 하면서 초콜릿이라도 꺼내줄꺼야. 그 팀장도 얼마 안가서 다른 곳으로 떠날거야. 분명 누군가는 너를 위해 움직일테니까. 해가 저물고 빨갛게 아름다운 노을이 올라오면 오늘의 일은 끝나고 회사 문을 열고 나오겠지. 덜컹거리는 버스, 삑삑 울리는 벨소리와 함께 다시 집으로 올꺼야. 조금 힘들다면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에 육포라도 사서 집에 가. 그 정도 여유는 부려보자. 집에서는 우선 샤워부터 하자. 아, 맥주는 시원하게 냉장고에 넣어두고. 목욕하면서 생각하는거야. 오늘 하루도 이렇게 보냈구나.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거야. 나와서 간단하게 말리고는 맥주를 꺼내는거지. 탁, 하고 거품이 올라오는 맥주와 짭짤한 육포는 정말 최고이겠지? 적당히 마시다보면 슬슬 졸릴꺼야. 그럼 이제 이불에 눕는거지. 따뜻한 온기에 잠도 솔솔 올꺼야. 정말 앗, 하는 사이에. 그러니까 괜찮아. 어디에도 내가 없지만. 그래도 괜찮아. 조금은 슬플지도 몰라. 조금은 쓸쓸할지도 몰라. 하지만 여전히 햇살은 따뜻하고 기사아저씨는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동료들은 즐겁게 웃고 노을은 붉고 아름다울테니까. 그러니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