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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929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arryGo
추천 : 2
조회수 : 83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3/25 03:02:44
빈 틈을 탔다.
들어간 집은 십 이여평 남짓한 평범한 집.
몇 번의 미행, 관찰 끝에 여자 혼자 사는 집임을 알아냈고,
기회를 노리다 그녀의 출근 시간을 이용해 집에 들어온
것이다.
문 따는 건 나같은 잡도둑에게 숨쉬는 일마냥 자연스러운만큼
지루한 일상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아주 손쉽게 들어온 것이다.
휘파람을 불며 여유있게 가져갈 게 있나 둘러보는 도중
어느 방에 들어갔다. 그녀가 쓰는 방인 듯 싶게, 널브러진 옷가
지 등이 침대에 있고 화장품대에는 왠지 팔면 돈이 되겠다싶은
반지 같은 것들이 보여 미소를 지으며 거울 속 나에게
'나란 놈은 역시 운이 좋아, 그리고 늘 잘생겼단 말야.'
히히거리며 반지를 주머니에 막 넣은 찰나, 문 밖에서 사람 인
기척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 뭐야, 이 시간에?' 당황한 나는 후다닥 대충 눈에 보이는 옷
장에 몸을 구겨넣고 황급히 옷장 문을 닫았다. 앞집사람
이든 그저 택배기사든 우체부 기사든 나의 임무 수행 중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변수일 수 있지만 도둑은 언제나 의문을
품고 살아야 하는 것이 천칙!
... 의문은 현실로. "띡띡띡!"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숨을 죽이며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구두축 끄는 소리, 목을 가다듬는 소리, 가래가 찬 듯한..
'???? 남자? 사전조사 할 때에만 해도 여기에 같이 사는
남자는 없었는데?' 나는 혼란에 빠지며 앞으로 어떻게 빠져
나갈지, 저 사람은 누군지, 앞으로 얼마나 여기에 있을지 온갖
고민과 의문, 생각 등에 머리가 뒤죽박죽 되었다.
들어온 사람은 짐작건대 50대 중후반 정도인 듯 싶다.
집을 돌아다니는 소리.. 제발 옷장에는 오지 마라.
그녀의 아버지일까..
둔탁한 무언가를 바닥에 내려놓고 풀썩 앉는 소리
그리고 이윽고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쉭 쉭 쉭 쉬익 쉭 쉭 쉭 쉭 쉬익"
???????????? 뭐지? 이건 분명 쇠를 돌에 가는 소리??
???????? 나는 괜스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벌건 대낮에 나처럼 도둑질을 하는 나도 이상하지만(?)
칼인 듯(?) 싶은 쇠를 가는 건 대체 무얼까, 무얼 하려고 ..?
불안이 엄습해온다. 아무래도 잘못 걸린 듯 싶다.
탁 ! 탁 ! 탁 ! 탁 !
? ? ? ? ? ? ???? !!!!!
대체 뭘 하는 거야? ? 저 사람 ? 심장이 떨어진 듯 싶다.
나가야 한다, .... 그런데 몸이 놀람과 두려움에 경직되서 도저
히 움직일 수가 없다.
젠장, 이 방에 들어올 때 방문을 닫고 들어올 것을.......!!
저 xx놈은 뭐하는 새끼일까, 왜 칼을 옷장에 던지는 거야 !!
이성이 마비되고 나는 호흡이 거칠어져 가는 것도 잊은 채
정신을 가다듬으려 안간힘을 썼다.
어디선가 가느다란 공기가 이 덥고 어두운 옷장 문을 비집고
들어온다.. 틈..!!! 칼이 옷장 문에 박히면서 순간적으로 문이
벌어진 것이다.
흐억 저러다 저 놈한테 걸리면 ... ! 틈은 벌어졌지만
다행히 긴 옷들에 가려져 나는 잘하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고 애써 생각하며 질끈 눈을 감았다.
후우 후우 휴오우 휴 우유 휴유 숨이 거칠어진다.
진정해야지, 진정...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나갈 수 있다지 않은가...
저 정신병자같은 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용기를 내서
틈을 바라본다.
놈은 거실에서 나를 등지고 앉아있다..
쉬익 쉬익 쉬익 기분 나쁜 소리로 전보다 더 거친 소리로 다시
갈판에 칼을 있는 힘껏 갈고 있다.
오냐, 이 놈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
죽을 때 죽더라도 이판사판이다 !!
마침 잘됐다 싶게 내가 나가는 소리는 그 거친 칼 가는 소리에
묻혀 잘하면 놈에게 다가가는 것도 들키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옷장 문을 열고 숨을 죽이며
조심조심 놈의 뒤로 다가갔다. 놈은 눈치채지 못했다.
....좋아... 이제 놈의 머리만 치면 !!!!
그때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녀가 들어왔다. 젠장,
놈이 들어올 때 문을 끝까지 닫지 않고 들어온 것이다..!
.
.
.
.
!!!!!! ????? 그녀는 문고리릍 잡은 손을 차마 내려놓지 못한
채, 멀거니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나는 동공이 커졌다. 그녀 역시 커졌다. 놈 역시 커졌으리라,
그러나 순간, 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입꼬리를 살짝
올려웃는 그녀의 표정을 봤다. 내가 아닌 놈에게 시선은
고정된 채.
.... 나는 더 지체할 시간이 없어 흉기로 놈의 머리를
내리쳤다.
.
.
놈은 죽지 않았다. 나는 힘껏 내리치려 준 어깨힘이 무색하게
중력에 굴복하며 놈의 질펀한 엉덩이가 붙어있는 바닥으로까
지 두 팔과 함께 몸이 휘청거렸다.
놈은 죽지 않았다. 멀쩡히 앉아있다. 피하지도 않은 채로
그대로 앉아있다. 갈돌에 갈던 칼 양끝에 두 손을 올린 채로
그녀를 보고있다. 그녀와 똑같은 표정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똑같이 소리없이 나누고 있다.
나는 나갔다. 비로소 빠져나갔다. 허탈에 잠긴 채로 힘이 풀린
채로 무기력하게 무사히 빠져나갔다.
놈은 죽지 않았다. 그녀는 날 잡지 않았다.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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