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있잖아.. 엠티 때 그거! 꽃신 얘기....! 그거 나타났어. 나타났다고! 근데 너는 안 나타났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우리를 쳐다 봤다. 잠깐 동안 꽃신이라니. 대체 무슨 소린가 하고 생각했는데 불현듯 엠티 때가 생각이 났다. 잊혀질 즈음 되면 나타난다던 그 꽃신. 그리고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는.
" 그 꽃신 인가 뭐시긴가 그거 본거야? 그냥 우리 겁주려고 한 말 아니였어?"
둘 중에 그나마 안색이 괜찮은 상훈이가 답했다.
" 우리도 그런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진짜 나타났어. 기말고사 공부한다고 도서관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그리고 그 다음부터 계속 집에 가는 길에 나타나... 그래서 집 밖을 못 나오겠어. 그런데 문제는 수현이가 겪은 일이 더 무서워. 이 일을 겪고 바로 꽃신이야기를 들어서 그런거라 생각했어. "
상훈이는 나와 수현이를 잠깐 본 후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게 뭘까, 무슨 일일까? 이것 저것 많이 알아보긴 했는데, 제일 문제가 우리는 그 주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나왔지만 덕형이는 끝까지 듣고 있었다는 거야. 계속 전화 해 보긴 했는데, 받질 않아. 우리가 주소 그런 건 모르니까... 혹시라도 오늘 개강파티에 있을까봐 왔는데 역시 없네. 진짜 무슨 일이 생기긴 한 거 같다. "
나는 솔직히 믿기지도 않고, 이해도 잘 가지 않았지만 일단 이들의 안색을 보니 장난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주문? 무슨 주문?" 내가 다시 물었다. 수현이가 고개를 저으면 말했다.
" 그건 얘기하자면 좀 긴데, 아무튼 뭔가 저주를 내리는 주문 같아. 아니면 좋지 않은 걸 불러내는 거 일 수도."
나는 아직도 얘들이 하는 말을 정확하게 이해 하지는 못했다.
" 그 관인가 하는 선배 찾아보지? 그 선배가 해준 이야기 잖아?"
두 사람의 표정이 변하며 서로를 잠깐 봤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따라오라고 손짓했다.그 둘은 개강파티에서 이래저래 바쁜 학회장 선배와 그 옆의 은이 선배가 있는 테이블로 나를 데리고 갔다.
"선배님, 아까 물어봤던 거 한 번 더 물어볼게요. 고관이라는 선배 아시죠?"
핸드폰 계산기로 술 값을 계산하고 있던 학회장 형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얘들이 같은 말을 몇 번을 해야 듣나. 우리 과에는 그런 사람 없다고.몇 번 얘기해?"
둘의 시선이 은이 선배로 옮겨갔다.
" 그런 사람 모른다고. 니들이 술 먹고 착각한 거 아니야? 빨리 자리로 가서 앉아있어 봐. 공지 해야 되니까."
두 사람은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거기 앉아 있었던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또 생각을 해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관? 한이었나? 호관이었나? 이름도 생각이 안났다. 그러고 보면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네. 대체 누구였지.
" 너도 이제 알겠냐? 우리한테 꽃신 얘기를 해 준 사람은 도대체 누구였지? 기억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어. 그나마 네가 그래도 기억을 하니 다행이다. 지금 제일 문제는 덕형이야. 집도 모르니 찾아가 볼 수도 없고."
" 니들 근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안색이 되게 안 좋아 보여.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나도 알아야 도와줄 수 있잖아."
상훈이가 어지러운 술자리의 흔적이 가득한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고는 근처에 남아있던 미지근한 소주를 병 채 마셨다. 나는 그 앞에 앉고, 수현이는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 그러니까 내가 그 얘기를 듣고 한 열흘인가. 그 정도 됐을 거야. 기말고사 기간이었으니까. 도서관에서 영어공부 하다가 집에 오는 길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