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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car_563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affles
추천 : 16
조회수 : 1316회
댓글수 : 55개
등록시간 : 2014/12/15 21:22:28
본인은 서울시내버스기사입니다.
오늘 오후 6시경에 있었던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차고지에서 6시 정도에 운행시작하여 나오는데
정류장에서 꼬마가 제 버스로 뽈뽈뽈 뛰어 오더군요
태우고 출발하려는데 꼬마가 앉질않고 제 옆에 서서 뭐라고 웅얼웅얼 대더군요
그래서 제 개인적인 손님 응대매뉴얼에 따라 우선 바로 옆에 앉아서 얘기하라고 했슴다 근데!
갑자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우는것이었슴다
너무 당황했죠.
얼마전에 땅콩 매뉴얼은 추가했지만 우는 꼬마에 대한 매뉴얼은 없었거든요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나라잃고 부모님 여읜 신생아 보는줄 알았습니다)
꼬마: 으허어엉... 학교 끝나그어엉.. 지베 오다가.. 버스에서 졸ㅇ..으어헝.. 눈떠보니 종점 크어엉.. ㅜㅜ 돈은 없그어어엉...ㅠㅠ
대충 감이 잡히더군요. 우선은 진정 시킬 필요가 있다고생각이 들더군요
나: 진정해라 꼬마야. 이 버스엔 너와 나 단둘이지만 아저씨는 널 잡아 먹거나 해치지 않아.....흠... 넌감동이었어 노래불러줄까? 아저씨가 좀 하는데...
소용이 없더군요.. 부모님 전번 아느냐고 물어보니 안다고 하더군요
폰이 없다길래 제 폰으로 통화를 하게 했습니다
물론 저도 꼬마부모님과 통화를 했구요
좀 진정이 되더군요...
목적지 까진 20분 정도 걸리는 상황에서 좀더 편하게 해주고픈 마음으로 제 피같은 비상식량인 오예스를 하나 쥐어줬습니다.
근데 좀 지나고 보니 먹지 않더군요..
나: 왜 안먹어? 먹는거 아끼다 똥된다. ㅡㅇㅡ
꼬마: 제가 초콜렛을 안좋아 해서 아빠 갔다 줄라구요 헤헤...
Ah.......
오유저분들이 말하던 심쿵이 이런거구나... 느꼈습니다
좋은일했다는 뿌듯함과 꼬마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제 일에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몇살이니?
꼬마:열두살이용.
나: 열두살이면... 양띠네?
꼬마:네 양띠 맞아요. 03년생!
나: 이야! 아저씨도 양띠야! 동갑이네! 띠동갑!
꼬마: 진짜요? 헤헤...
나: 초콜렛 안좋아하면 뭐 좋아하는데?
꼬마: 음.... 짜장면이랑 라면이요^^*
나: 나도나도! 아저씨도 짜장면 되게 좋아해! 나중에 너 커서 돈 많이 벌면 아저씨 짜장면 사주는거다? 핫핫핫!
꼬마: 네~~~~! 헤헤헤
훈훈했습니다 ㅋㅋㅋ
목적지까지 다와서 내려주면서 악수도 하고 담에 아저씨 보면 아는체 꼭 하라고...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하니 너무 이쁘게 웃어주더군요^^
내려서 막 달려가다가 뒤돌아서 웃으면서 손을 막 흔드는데... 두번째 심쿵이...
저도 손을 막 흔들어 줬습니다 ㅋㅋㅋ
정신없이 손 흔들다 문득 거울로 제 모습을 보니
왠 눈풀린 오징어가 ㅎ ㅔ~ 하면서 손을 휘젓고 있더군요;;
아무튼 너무 기분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마무리는... 모두들 안전운전 하세요!
P.S 꼬마야 아저씨랑 한 약속 잊지 않았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짜장면 꼭 사주기다?
너 짜장면 사줄때까지
아저씨 버스운전 계속 하고 있을거니까,
잊지 말거라... 치맥이면 더 좋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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