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8개월간 공사비 326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작업을 거친 장충체육관이 오는 17일 개관식을 갖고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19일 오후 7시엔 장충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쓰는 여자 배구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V리그 4라운드 경기가 열린다.
12일 서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장충체육관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서울메트로 측에 양해를 구해 통로를 이용해보니 체육관 매표소까지 도달하는 데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엔 우산 없이도 지하철을 탈 수 있다. 기존 장충체육관을 이어주던 5번 출구엔 노약자·장애인을 위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다.
체육관 내부로 들어서니 새 건물 냄새가 물씬 풍겼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관람석이었다. 2·3층의 고정식 좌석엔 전에 없었던 팔걸이가 생겼다. 의자 좌우 폭도 46㎝에서 51㎝로 넓어졌다. 1층 코트 바로 앞엔 서랍형 가변 좌석(1324석)이 설치돼 있었다. 예전엔 1층 좌석이 고정식이었고 코트 가로 길이가 36m였기 때문에 핸드볼 경기(가로 40m 세로 20m)를 치를 수 없었다. 서비스 에어리어가 충분하지 않아 배구 경기(가로 18m 세로 9m)를 치르기에도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필요에 따라 가변 좌석을 밀어 넣어 코트 가로 길이를 최대 46m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날 새 홈구장 적응 훈련을 하던 GS칼텍스 센터 배유나(25)는 "예전엔 공이 멀리 날아갈 때 달려가서 공을 살릴 엄두가 안 났는데 이젠 마음껏 슬라이딩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장충체육관 실내는 여름엔 습하고 겨울엔 썰렁하기로 유명했다. 비용 문제로 가스 난방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난방의 20%를 경제성이 높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지하 200m까지 설치된 배수관을 따라 물이 흐르면서 영상 15도의 지열을 통해 데워지고,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전지(190㎝x82㎝) 102장도 19.39kW 전력을 생산하며 난방에 기여한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과거 어두침침했던 실내를 개선하기 위해 2kW 투광등(投光燈) 38개와 1kW 투광등 56개를 달았다. 현재 실내 조도는 2000럭스(lx)에 이른다. GS칼텍스 선수들은 "조명이 너무 밝아 눈부시다"며 조도를 낮춰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하 2층엔 564㎡ 규모 보조 경기장도 신설됐다. 예전 장충체육관 시절엔 선수들이 경기장 밖 공터에서 몸을 풀었다. 이제는 보조 경기장에서 훈련한 뒤에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본경기장으로 올라갈 수 있다.
장충체육관이 새단장을 마치면서 각종 스포츠·문화 행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이날도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 관계자 10여명이 체육관을 찾아와 다음 달 1일 이곳에서 열릴 '로드FC 021' 대회 사전답사를 했다. 정문홍(41) 로드FC 대표는 "아버지 세대에게 장충체육관은 프로레슬링·복싱·씨름 등 격기(格技) 종목의 향수가 서린 곳"이라며 "격투 스포츠가 다시 중흥기를 맞아 장충체육관도 옛 명성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