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http://m.blog.naver.com/goldmanboau/220173430548
혼자 감자탕집에서 뼈해장국 하나 시켜서 먹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 할아버지와 대여섯살 되보이는 손자가 나누는 대화 소리에 시선이 갔다.
"욘석아 요기 요 뼈에 고기가 다 붙어있는건데 요걸 버리면 어째(라임)"
"깨끗하게 다 발라 먹어야지~ (나를 가리키시며) 저기 저 형님 먹는거 봐봐."
순간 열댓평 남짓한 가게에 남아있는 시선이 내게 쏠린다..
한손엔 고기 등뼈, 다른 손엔 젓가락을 들고 뼈와 살을 분리 도중이었는데, 어쩐지 머쓱해서 꼬마를 향해 헤헤 하구선 웃어보였다.
그 할아버지는 거기에 그치지 않으시고 이어 꼬맹이에게
"저기 형님한테 형님~ 고기 먹는 법좀 알려주세요~ 하고 배워와."
라고 하신다.. 그냥 하시는 말씀이겠거니 하고 국물을 입에 떠넣고 고개를 드는 순간, 꼬마는 어느새 할아버지에게 떠밀려 내 앞에 와 서있었다.
"어이구ㅋㅋ 형한테 배우러 왔어?"
"녜.."
"..음..잠깐 앉아봐."
할아버지가 옆에 계셔서일까..? 손자는 요즘 애들 답지않게 경계심없이 바로 털썩 앉았고,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봤을 때의 할아버지 표정은 이 꼬마가 진짜 나한테 갈 줄.. 그리고 또 내가 진짜로 살 발라먹는 법을 가르쳐줄 줄은 몰랐다는 오묘한 표정이셨지만 그래도 웃으며 지켜보시길래 등뼈 한 조각을 집어들고.. 시작 하기로 했다.
"자 이게 뼈가 많아서 먹기 불편하지?"
"녜.."
"그러면 먹기 좋게 이렇게 똑 부러트리면~"
연골 부분을 꺾어 부러트리다가 꼬마 얼굴에 국물이 튀었지만 개의치 않는다. 배움엔 대가가 따르는 법.
"(휴지로 얼굴을 닦아주며) 어떻게?"
"?"
"똑~ 어떻게?"
"똑"
"그러치"
호응이 좋다.
그 후에 뼈에 붙은 고기를 떼어내는건 어려운게 아니지만 그 고기를 소스에 찍어서 바로 먹거나, 모아놨다가 국물에 넣어서 먹거나 하는 중요한 결정은 너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르라고 어드바이스 해 주었다.
누가봐도 깨끗하게 잘 발라낸 뼈를 들고, 꼬마에게 묻는다.
"자~ 이제 꼬기는 다 먹었네? 그치"
"녜.."
"근데.. 여기서 끝나면 허접이여."
또 다시 가게가 조용해짐을 느낀다.
"여기 이 구멍 보이지?"
"네.."
"츕츕"
"?"
"어떻게?"
"???"
"츕츕!"
"츕츕!"
"그렇지 츕츕! 미스터 츕 달콤하게 츕!"
스쳐 지나가는 꼬맹이지만 그래도 내게 배우는데 허투루 가르치고 싶진 않았다.
골수까지 쪽쪽 먹는 법을 알려주고 나서야 이제 됐다 싶었다. 할아버지께서도 '과연..'이라는 표정이셨다.
"자 이제 잘 먹을 수 있겠어?"
"녜!"
"그럼 니 자리로 돌아가서 해봐. 이건 형 고기니까.."
자리로 돌아가 어설프지만 배운대로 열심히 먹는 꼬마를 보느라 식사 내내 시선을 뗄 수가 없었고..
작은 해장국집은 손님들의 츕츕 거리는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가볍게 작별인사를 하며 다음에 한 그릇 같이 먹자는 여지를 남겨두고 난 가게를 나섰다.
아.. 맛있었다..
앞으로 있을 꼬마의 뼈해장국 라이프에 무운을 빌며.. 피이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