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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가 겪은 군대 괴담 하나 소개 해드릴까 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명히 생각나는 기억입니다.
제가 21개월간 군생활한 부대는 경기북부에 위치한 모 기보대대로 부대가 산꼭대기 구릉지대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 였습니다. 사실 그런 지형을 구릉지대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대략 설명하면 산꼭대기 위에 움푹 파여 비탈진 지형에 부대가 위치했고 부대를 둘러싸고 있는 산 능선을 따라 부대 경계를 나타내는 철조망이 둘러 쌓여 있었습니다.
부대에서 부대 바깥쪽을 볼 때면 우거진 나무 숲과 산 능선이 부대 위병소와 후문쪽을 제외하고 우리를 감싸고 있는 모양이었고 반대로 울타리 보수공사 등을 할 때 부대쪽을 보면 우거진 나무 사이로 부대가 보이는 모양새 였습니다.
저희 대대는 본부중대와 1,2,3중대 이렇게 총 4개 중대가 주둔했고 대대에는 경계 근무지가 총 5곳이 있었는데 우선 어느 부대에나 있는 위병소 탄약고 근무가 두 개이고 나머지는 후문초소와 1중대 대공초소 3중대 대공초소 였습니다.
여기서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이상한 걸 눈치 체셨을 꺼 같은데요.
바로 1,3중대 대공초소는 있으나 2중대 대공초소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2중대 대공초소도 있었으나 폐 초소로 상황 시에만 투입하고 상황이 걸려 어쩔 수 없이 투입 할 때 에도 근무자들을 두명이 아닌 3,4명씩 짝지어 보내는 괴 초소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근데 특이한 점이 상시 경계근무하는 1,3중대 대공초소는 초소 위치가 애매해서 높은 고가초소에 올라도 부대 쪽과 부대 바깥쪽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부대와 부대 바깥쪽 둘 다 시야 확보가 불편했고 무엇보다도 대공초소의 주 임무인 대공 감시를 하기에는 높게 자란 나무의 나뭇가지들 때문에 시야 확보에 장애물이 많았습니다.
반면 특수한 상황 시에만 투입되는 2중대 대공초소의 경우 그나마 막사와 가장 가깝게 위치해 있었고 부대를 둘러싼 능선 중에 가장 높은 위치로 뾰족 쏟아 돌출된 위치에 있어 2중대공 초소에서 부대 쪽을 바라보면 시야를 거의 가리는 것 없이 부대가 환하게 들어왔고
반대쪽 즉 부대 바깥쪽으로는 산을 빙 둘러 지나가는 도로가 있어 다른 초소들과 다르게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이 많이 정리되어있어 저 멀리 아지랑이처럼 도시가 보이기도 하는 곳 이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2중대 대공초소가 경계근무 하기 가장 좋은 위치임은 당연했습니다.
근데 왜 이런 중요한 위치에 초소운영을 하지 않는 걸까요?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온갖 흉흉한 소문들 그리고 초소에서 끊이지 않는 사고로 인해 폐쇠되어 버린 초소 였습니다.
뭐..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가령 애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 여자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 누군가 자살했다는 이야기 같은 시시한 괴담부터 원래 무덤이 있던 자리였는데 부대가 이전해 오면서 부덤을 치우고 그 위치에 초소가 지어졌다 같은 이야기 그리고 전역한 선배들이 직접 겪었다고 전해지는 실화들과
지금도 5분대기조가 순찰 할 때면 항상 2중대 대공초소에서 랜턴이 깜빡인다 하는 이야기들이 떠돌았고 행보관이나 주임원사님 등 이 부대에서 오랜시간 군 생활 하신 분들도 이러한 소문에 대해 부정하진 않았지만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지도 않아서 여러 가지 괴담에 더러 살이 붙으며 다들 귀신 나오는 초소라고 불렀습니다.
다행이도 평소 투입하지 않는 초소였기 때문에 가끔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병사들은 소문이 무성한 2중대 대공초에 방문할 일이 없었는데 안타깝게도 통신병 이었던 저는 달랐습니다.
어느 부대나 그렇듯 저희 부대에도 상급부대와 교신할 수 있는 무전망이 대기되어 있어야 했는데 저희 대대는 상급부대인 여단과 거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어 사단 중계소 중계 만으로는 저희 대대 지휘통제실로 교신이 불가능하였고 따라서 대대 자체적으로 992안테나라는 건물 2~3층 높이정도 되는 안테나를 새워두고 교신을 했습니다.
(지통실) –중계- ( 992안테나 ) –중계- ( 사단 중계소 ) –중계- ( 여단 ) 이런식으로 교신했습니다.
무전병 출신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FM통신은 조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대표적으로 장애물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는데 앞서 말한 바처럼 부대가 산꼭대기 구릉지형에 위치 해 있었기 때문에 막사 옥상이나 연병장등에 안테나를 설치하면 산 능선에 가로막혀 교신이 불가능 했고.
어쩔 수 없이 부대를 둘러싼 능선 중 적합한 곳을 찾아 안테나를 세워야 했습니다. 게다가 안테나 유지 및 안테나 설치 장소에 함께 설치할 중계용 무전기 관리가 필요하여 아무 대나 대충 박아둘 수 없었기에 선택된 곳이 2중대공 초소였습니다.
막사와 가장 가까워 다른 곳들에 비해 쉽게 갈수 있는 점 초소가 있기 때문에 안테나를 세울 수 있도록 주변 나무들이 정리되어 있는 점 부대 안 밖으로 무전에 방해되는 장애물이 가장 없는 초소인 점 등이 그 이유였겠죠.
하여간 이러한 이유로 2중대공 초소에는 사람 대신 중계용 무전기 두 대와 높게 뻗은 안테나가 항시 자리하고 있었고 아쉽게도 안테나는 그냥 세워두면 되지만 무전기에는 전력이 필요하여 하루에 두 번 아침 저녁 으로 저를 포함한 통신병들은 무전기 배터리를 교환해주기 위해 2중 대공초소를 올랐습니다.
제가 처음 전입 왔을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온 2중대 대공초소에 대한 괴담 때문인지 왠지 그곳을 갈 때면 뒷목이 뻣뻣해지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더욱이 공포감을 더 했던 것은 초소에 막상 올라가면 시야가 환해지지만 올라가는 길엔 양쪽으로 나무들이 우거져 매우 어두웠고
철조망 밖으로는 드문드문 무덤이 보인다는 점 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밤에는 찾기 어렵지만 낮에 보면 나무들 사이에 교묘하게 세워져있는 작은 크기의 해태상 서너개가 2중대 대공초소의 괴담이 다 거짓말은 아니다 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 같아 더더욱 겁이 났던것 같습니다.
참고로 그때 선임이 그러길 해태는 귀신이나 재앙을 쫓아내는 신수라고 저기서 하도 헛걸 보고 사고 나니까 주임원사가 어디서 구해 와서 박아놨다라고 말해줬습니다.
여튼 이런 괴담이 나도는 대공초소에 하루에 두 번씩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던 통신병들은 당연히 막내들에게 이 임무를 맡겼고 당시 군번이 매우 꼬였던 저는 제 동기 무전병과 함께 거의 상병 때 까지 이 초소에 하루에 두 번씩 오르락 내리락 했습니다.
저희는 그래도 사람인지라 처음엔 오르기 힘들던 초소도 거뜬히 올라가고 밤에는 여전히 소름돋고 찜찜했으나 환한 낮에는 별로 무섭다는 생각이 안들어 후다닥 뛰어올라가서 동기랑 담배도 피우고 몰래 가져온 몽쉘도 까먹으며 잠깐 쉬다 내려오곤 했습니다. 선임들도 오랜 기간 막내를 잡고 있는 저희가 불쌍했는지 다녀오는 시간이 조금 길어져도 별다른 말없이 오히려 낮에는 귀신 안나오니까 천천히 쉬다와라 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귀신나오는 초소라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도대체 언제쯤 후임이 올까 우린 언제까지 이 초소에 오르락 내리락 할까 라는 생각으로 2중대 대공초소라고 하면 다른 부대원들처럼 공포의 대상이 아닌 매일 두 번씩 억지로 보는 귀찮고 짜증나는 초소라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2중대 대공초소 등산에 익숙해져 갈 때 쯤 그날도 저녁점호가 끝나고 동기와 왕복 30분쯤 걸리는 2중대 대공초소에 무전기 배터리를 교체하러 올라갔습니다.
빽빽한 나무숲을 가로질러 폐타이어로 만든 계단형식의 등반로를 올라 초소와 992안테나가 서있는 평평한 평지에 올라온 저희는 고가초소 내부에 설치된 무전기에 배터리를 갈기 위해 고가초소로 올랐고 사야가 환해 저 멀리 보이는 대도시의 불빛을 보며 잠깐 사회에 대한 그리움에 잠겼고 함께 올라온 동기가 오늘은 자기가 무전기 배터리를 교체 할테니 넌 담배나 피고 있어라 라고 하곤 초소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알겠다 하곤 고가초소 바깥 난간에서 담배 한 개피에 불을 붙이고 저 멀리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저기 어딘가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고 있겠지 하는 감상에 젖어 있었고 당시 주위는 점호가 끝났기 때문에 항상 시끌벅적하던 부대는 적막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도로에 차들이 지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고 초소 안쪽에선 동기가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무전기를 조작하는 다그락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게 그날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은 듯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중 초소로 올라오는 빽빽한 나무 숲 사이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앞에 말한 것처럼 올라오는 나무 숲 사이엔 오르기 편하도록 폐타이어로 계단을 만들어 뒀기 때문에 타이어를 밟았다 떼면 움푹 들어갔던 타이어가 다시 퍼지는 소리가 나곤 했는데 그런 소리가 계속해서 가까워져 오고 있었습니다.
타이어를 밟아 타이어가 움푹 들어가는 소리...
잠시 후 타이어가 펴지는 소리....
소리는 저희 쪽으로 올라오는 게 확실했고 저는 서둘러 담배를 끄고 초소로 올라오는 나무 숲 사이를 주시했지만 낮에도 나무들 때문에 항상 그림자가 져있던 그 길은 밝은 월광이 비추는 오늘 같은 날 달빛이 비추는 밝은 곳과 대비되어 더더욱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내 동기는 배터리를 교체하고 초소 밖으로 나와 나도 담배하나 펴도 되지? 하고 물었고 저는 “잠깐만 누가 올라오는거 같은데?” 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동기도 잠깐 나무 숲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더니 말했습니다.
“5대기 순찰인가?”
실제로 가끔 5분대기조가 2중대공 초소 쪽을 끼고 부대 외각 순찰을 돌아 가끔 마주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저도 5분대기조가 순찰하는 것이라고 생각 했으나 이상한점이 있었습니다.
5분대기조는 여러명의 소대원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발소리도 많이 들렸고 또 5분대기조 무전병의 안테나가 나뭇가지를 치는 소리 총기의 개머리판이 나무에 부딪치는 소리들로 인해서 본인들 생각엔 기도비닉을 유지한다고 생각 하겠지만 사실 꾀나 요란하게 올라오는 소리가 나곤 했는데 지금 들리는 소리는 여러 사람이 아닌 한사람이 올라오는 소리가 분명 했고 저는 동기에게 말했습니다.
“야.. 이상한데 5대기는 아닌 거 같고 한사람이 올라오는 거 같지 않냐?”
동기도 잠깐 생각하더니
“그러게 5대기면 훨씬 요란하지... 그럼 간부님 순찰인가? 암구호 뭐더라
아 아니지.. 우린 경계근무 하는게 아니니까 수하 할 필요 없지.. 그냥 내려가자”
이런 말을 할 때 쯤 동기의 목소리가 두려움에 빠지는 것을 느꼈고 저도 그간 들었던 괴담들이 생각나 썸찟한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간부님 혼자 부대 순찰을 하는 거겠지 라고 긍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천천히 고가초소에서 내려갔고 초소를 향하는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발자국 소리는 이내 타이어 구간이 끝나고 초소에 거의 다 올라온 지점의 일반 흑길을 길을 걷는 소리로 바뀌었습니다.
자박 자박 .. 자박 자박
우리는 고가초소 아래에서 왠지 찝찝한 마음에 간부님이 숲길을 지나 밝은 곳으로 나오길 기다리며 밝은 달 때문에 더더욱 보이지 않던 숲길을 바라보며 경례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우리 쪽을 향해 올라오던 발자국 소리가 아직은 어두워 확인 할 수 없는 숲길에서 멈추었고 저와 동기는 왠지 점점 뒷목이 뻣뻣해지고 온몸에 소름 돋는 걸 느끼며 얼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제가 입을 열었습니다.
“간부님이십니까? 저희는 본부중대 무전병들입니다. 여기 초소에 설치된 무전기 배터리 교환을 위해 지휘통제실과 행정반에 보고 후 올라왔고 임무 완료하고 복귀 하려 합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말에도 숲길 사이에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동기는 작은 목소리로
“하.. C 뭐야... ” 라고 소곤 거렸고 둘 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왠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간의 정적이 흘렀을까 제 동기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안된다고 그냥 내려가 보자라고 했고 저도 내키지는 않지만 정상적인 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으면 당직사령과 사관등 에게 혼날 것이 무서워 동의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나무 숲 사이의 내려가는 길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아까 발걸음이 멈추었던 곳 그쪽 어딘가에서 사각사각 하는 소리가 들렸고 저희는 겨우 떼었던 발걸음을 다시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각 .. 사각
분명한건 아니지만 왠지 손톱이나 날카로운 무언가로 나무 껍질을 긁는 거 같았고 우리는 연신 “아 C 뭐야 .. 뭐야” 만 반복하며 그대로 얼어있었습니다.
정말 잠깐이지만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이 오갔던 것 같습니다 손엔 땀이 차는게 느껴지고 동기가 삼키는 침소리 계속 들리는 사각 사각 거리는 소리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 워낙 흉흉한 소문이 많던 대공초소에 대한 온갖 괴담이 생각나니 둘다 어찌할지 모르고 얼어붙어 있었는데 그때 저희를 다시한번 미치게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바로 저희가 방금 올라갔다 내려온 저희 등 뒤의 고가초소의 철제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 였습니다.
탕 탕 탕 탕
철제 계단을 때리는 경쾌한 소리가 마치 저승사자의 발소리처럼 들렸고 저와 동기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으아악 소리를 지르며 내려가는 길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의도적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보지 않기 위해 내려가는 내 발만 보며 미친 듯이 내려갔고 동기는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들고 있던 무전기 배터리가 깨지는 와중에도 수습할 생각도 못하고 급하게 내려갔고 저도 무전기 배터리고 뭐고 원초적인 공포에 몸이 나뭇가지에 긁히는 아픔도 못 느끼고 미친 듯이 내려갔습니다.
이윽고 저희는 산길을 내려와 부대의 정비된 길로 내려왔고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아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고 우리가 방금 뛰어내려온 산길 입구에 하얀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는 걸 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다시 미친 듯이 막사로 뛰어 들어갔고 지휘통제실 앞에서 잠깐 진정한 후 서로의 모습을 보니 동기가 들고 있는 무전기 배터리는 박살이 나있고 여름이라 하계 활동복을 입고 넘어진 동기의 무릎은 피범벅이고 팔에서도 피가 조금씩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발만 보고 내려오다 보니 나뭇가지에 다리와 팔 얼굴등이 긁혀 피가 나는 곳도 있었고 붉게 부어오른 곳들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늦어진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지휘통제실로 들어가 복귀한다고 보고 했고 당직사령은 저희 꼴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뭐라고 할까 머뭇머뭇 거리다 사실대로 말했고 당직사령은 저희가 싸운거 아니냐고 계속 추궁하다 이내 자세한건 내일 조사하자 하고 의무병을 불러 까지고 긁힌곳을 치료받았고
저희는 생활관으로 복귀하며 현실감각이 돌아와
“배터리 깨져서 어쩌냐 ... 우린 내일 소대장한테 죽었다 진짜”
이런 현실적 공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행이 둘다 악몽등에 시달리는 일 없이 아침을 맞았습니다.
다음날 소대장과 중대장님 주임원사님 등 간부들과 어제 사건에 대해 면담을 가졌고 주로 추궁했던 것은 동기간 다툼이 있어 주먹다짐을 한 게 아니냐 라는 것이었으나 둘 다 부정하며 어제 있던 일을 그대로 이야기 해주었고 소대장과 분대장은 동기와 제가 기나긴 막내생활을 함께 의지하며 사이가 좋았던 점을 증명해주며 큰 문제없이 지나갔습니다.
소대장님은 옛날부터 안좋은 소문이 많았던 2중대 대공초소고 매일같이 말썽 없이 군말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던 저희가 불쌍했는지 베터리를 망가트린 거에 대해 크게 혼내지 않았고 막내들만 대공초소에 보내지 말고 선임들도 한번 씩 올라가라 라는 당연히 지켜지지 않을 지시를 내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주임원사님은 2중대 대공초소는 원래 옛날부터 귀신 봤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하는 얘기가 많은데 요즘 초소 투입을 안해서 한동안 잠잠하더니 너네가 오랜만에 귀신을 봤나 보다 하시곤 덧붙여 남자가 그렇게 겁이 많아 어쩌냐고 놀리셨고
동기와 저도 내심 민망해서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때는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하고 허풍을 떨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달 후 장마철 2중대 대공초소에서 훨씬 공포스러운 상황을 경험하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귀신이다 라는걸 다시한번 경험했고
그때도 주임원사님은 겁쟁이라고 놀리셨습니다. (부들부들)
여기까지입니다. 다른 실화들에 비해선 별거 아니지만 심약한 쫄보인 저는 꾀 무서웠던 기억입니다. 2중대 대공초소에서 일화는 장마철 일화가 하나 더 있는데 나중에 시간되면 다시 돌아올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