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좌파/우파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인권을 진보/좌파의 구호쯤으로 여기고는 합니다.
현대사 최초의 인권선언은 1948년 UN인권선언입니다.
2차대전 이후 이대로 인류가 다같이 망하겠다 싶어서 좌우합작으로 달성한 거란 말입니다.
즉, 이념과 사상과 성별과 성적 지향/성적 정체성과 인종과 종교와 기타 등등에 상관없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인권입니다.
누군가는 현실을 바꾸기엔 녹록치 않으니 힘있는 자와 다수에 순종하고, 그들의 입맛에 어긋나지 않을 만큼의 표현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며칠 동안 미칠듯이 키배를 떠본 결과, 저와 싸운 사람들의 결론은 "가만히 있으라" 이상의 것이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거부감을 이해합니다. 그 거부감은 그 사람들의 평생 동안, 사회문화적으로 학습된 거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들한테는 성소수자가 박탈되어왔던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 것을 막을 권리는 없습니다.
밑에 글 댓글에서 언급된 정치의 "그 더러운 술수"에 순종하느니 나는 거기에 맞서 정의를 추구하는 자들을 응원할 겁니다.
가치를 수단으로 여기는 것을 거부하고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응원할 겁니다. 옳은 것이 바로 정치의 목적입니다.
실제로 인류의 현대사는 그런 소수자들에 의해서 많은 것이 변해왔습니다.
미국의 흑인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기독교주류세력보다 100배는 더 강력한 다수였던 WASP에 맞서 그들이 누려야 할 합당한 권리를 쟁취했고, 끝내 흑인 국가원수까지 배출했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은 고대부터 내려온 가부장제에 맞서 남성에 속박되어 있었던 여성의 지위를 해방시키려 했고, 상당부분 그를 달성했습니다.
바뀌기 힘든 것 잘 압니다. 험난한 길일 것도 압니다. 그러나 굴레를 쓸 것을 거부하고 그 길을 택한 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고, 그것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겨우겨우 쌓아올린 딱 한 구절만큼의 성과를 강탈당하기 직전인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