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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신앙(Cargo Cult)
게시물ID : sisa_794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뚝심송
추천 : 12
조회수 : 1761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0/03/07 23:48:00
이 얘기는 지어내거나 과장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이야기입니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에 언급되어 있기도 하고,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God Delusion> 책에도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남태평양 일대에 퍼져있는 섬들에 사는 부족들에게는 화물신앙이라는 종교가 있습니다. 19세기 서구 열강들이 이 섬들에 진출하면서 발생한 종교인데, 원주민들이 백인들을 자신의 조상으로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조상들은 일본인이 되었다가 다시 흑인이 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자면, 뉴헤브리디즈 근처에 있는 한 부족의 이름은 "존 프럼"입니다. 이 이름은 이차대전 당시 우유와 아이스크림을 잔뜩 싣고 온 한 미국병사의 이름입니다. 원주민들은 존 프럼이 자신들에게 좋은 화물을 나눠 주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언젠가 다시 존 프럼이 돌아와, 자신들에게 화물을 나눠 줄것이라고 기대합니다. 70년대 들어서 존 프럼 마을의 부족장은 그 신앙을 비웃는 현대인들에게, "아니 당신들은 수천년동안이나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면서, 겨우 몇십년 기다린 것 가지고~" 라는 얘기를 했답니다. 

또 유명한 지역은 뉴기니아 북쪽의 마당족의 마을입니다. 이 마당족의 화물신앙은 그 역사가 무척 깊은데 최초로 이 지역에 도끼나 의복들을 가지고 들어온 러시아인들로부터 시작됩니다. 마당족은 이들 백인들을 자신의 조상으로 간주하면서 더 많은 화물을 기대하게 됩니다. 후에, 독일인들이 오자, 독일인들 역시 자신의 조상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그들이 가져온 화물을 나눠 주기를 기대합니다. 이들의 풍습으로는 재화가 있는 족장은 언제나 추종자들에게 모든 재화를 나눠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일인들이 화물을 충분히 나눠주지 않자, 원주민들은 조상께서 보내주신 화물을 독일인들이 빼돌리고 있다고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이에, 1912년 경에는 독일인들을 죽이고 화물을 차지하려는 원주민들의 무장봉기 계획이 세워지게 되지만, 사전에 발각되어 실패하고 주모자들이 처형되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자 이들은 신앙의 내용을 약간 수정하게 됩니다. 사실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화물은 조상님들이 만들어서 보내주는 것인데 백인들이 그것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숨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인들이 물러가고, 호주인들이 들어오게 되자, 원주민들은 이 화물의 비밀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교사들에게 최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화물의 비밀을 찾고자 합니다. 

또 비스마르크 제도의 어떤 부족의 예언자는 이 모든 화물의 비밀은 미국의 대통령이 알고 있다는 예언을 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그 지역의 원주민들은 지방세 납세를 거부하고 7만5천불 정도의 돈을 모아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을 사려고 시도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화물의 비밀을 알려준다면 그를 왕으로 삼으려는 계획이었습니다. 

호주 선교사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이 원주민들이 개종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교회에 나가고 봉사활동을 하며 백인들이 시키는 일을 앞장서서 해 왔으나, 실제로는 그 모든 행동들이 백인들이 숨기고 있는 화물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노력이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오랜 시간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화물을 얻지 못하게 되자, 이들의 신앙은 또 한차례 변화하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처음에는 화물을 백인들에게 주었으나, 이제는 자신들에게 화물을 주고자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태인들과 백인들이 사이에서 그것을 방해하고 화물을 가로채려 하고 있으며, 유태인과 백인들이 예수를 시드니 어디쯤에 가두어 놓고 있지만, 조만간 예수가 풀려나와 자신들에게 화물을 전해주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만들어내어 믿게 됩니다. 

그러다가 일본군이 쳐들어오자, 이들은 일본인 역시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믿게 되고, 그들에게 협조하게 됩니다. 다시 호주인들이 들어오게 되자 이들은 상당히 무뚝뚝하게 응대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일본인들은 예수와 같은 입장이고, 호주인들은 예수를 핍박하고 화물을 가로채려는 사람들이라는 예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조만간 일본인들이 다시 돌아와 화물을 전해줄 것이라는 믿음까지 있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이들 화물신앙의 신봉자들은 이차대전 당시 연합군이 쓰던 낡은 물건들을 주어와 공항 관제탑 비슷하게 꾸려놓고 조상님과 대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또 한 쪽에서는 이들 원주민에게 화물신앙의 근거없음을 알려주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몇몇 원주민들을 초대해서 미국으로 데려가 물건들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직접 공장을 견학시켜주기도 하고 했지만, 모든 노력들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공장을 보고 돌아온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공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화물을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왔다. 역시 백인들이 조상님들이 보내주시는 화물을 가로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렇게 조상님이 보내주실 화물을 기다리고 있으며, 존 프럼 상병의 계급장 달린 군복을 보관하고 있으며, 주어온 낡은 헬멧을 쓰고 조상님과 교신하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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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실 얼마전부터 꽤 알려진 심리학 용어인 "인지부조화"의 대표적인 사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내용을 보고 솔직히 좀 무서웠습니다. 

사람이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을 받아 들일 때, 올바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에 대한 섬ㅤㅉㅣㅅ한 교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우리중 대부분이 옳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들이 다른 관점에서 보면, 너무 웃겨서 함부로 비웃지도 못할 정도로 엉뚱한 얘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고 믿고 있는 사실들이 결코 절대적인 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언제든지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자세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더 깨어 있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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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미군의 흉내를 내면서 화물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원주민들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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