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겐 이 영화의 발상들이 충격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 야동인들에겐 너무 식상한 소재다. 우린 이런 발상을 생활에서 늘 한다. 가령 서재와 연결되는 블랙홀내 5차원의 공간 소위 "테써랙트"를 살펴보자. 아무리 그 구조가 복잡해도 바탕화면으로 연결되는 우리 하드내 폴더구조보다 복잡할순 없다. 부엉이안에 뜸부기 있고 뜸부기 안에 개개비, 개개비 안에 새홀리기 있다. 엔크립션? 외부세계로 통하는 관문의 폴더명엔 "2009년도 매출자료" 같은 암호화가 필수적으로 되어있다. 전문용어? 절대 안꿀린다. 물리학에 블랙홀, 웜홀, 화이트홀, 양자역학이 있다면 우리에겐 X모, X사, X꼴, 핑X, 핑X 같은 난해한 용어들이 있다. 이런걸로 우릴 기죽이려 했다면 천만의 말씀이요 만만의 콩떡이다.
이 영화가 야동인의 취향에 안맞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불필요하게 비능률적. 야동인은 능률을 중시한다. 언제 어느때 곰플레이어를 열어도 5초만에 본론을 볼수 있을뿐 아니라 아예 주요장면만 40개씩 번들로 모은 한개짜리 동영상마저 수두룩. 근데 이 우라질 영화는 본론을 보려면 한시간을 넘겨야 한다. 내용도 마찬가지. 우리가 이거 만들었으면 이렇게 복잡하게 줄거리 안짠다. 미래의 앞선 지구인들이 걍 브란드 박사할배한테 나머지 반쪽의 정보도 전달해버려서 손쉽게 플랜A 성사시킨다. 모르스코드도 전달할 내용이면 정보량도 그리 방대하지 않을테고. 그 뿐 아니라 첨부터 에드먼드 행성이 제일 살만한 곳이니 딴데는 시간낭비하지 말라는 당부도 첨부한다. 만박사 뒷통수 조심하라는 충고도 해준다. 아니, 미래의 지구인인데 이런거 다 알수 있었잖아? 이렇게 답답하게 영화를 풀어나가는 사람들 보면 우리 야동인은 탄식한다.
둘째, 야동인은 논리적이다. 원인과 결과의 종속관계를 명확히 이해한다. 마사지사와 여성, 엄마와 아들,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회적 관계설정여부에 상관없이 그들의 순수한 생물학적 욕망에 의한 자극과 진행, 피니시라는 논리적 인과관계를 중시한다. 반면 이 영화는 지나치게 비논리적이다. 쿠퍼의 서재와 가르강츄앙 블랙홀안의 테사랙트를 연결해준 존재는 미래의 지구인인데 그럴 경우 영화는 터미네이터 1편처럼 부트스트랩 파라독스, 즉 미래의 아들이 과거의 엄마를 구조하기 위해 사람을 보낸다는 모순, 결과가 원인을 조작할 수 있다는 시간여행의 흔한 모순에 빠져버린다. 블랙홀안에서 통신이 엘쥐유플러스처럼 또렷하게 이뤄질수 있다는 설정도 황당하다. 매튜 맥커너히 같은 천하의 껄떡쇠가 영화내 그 어떤 여성배역에게도 작업 걸지 않는다는 설정 또한 황당하다. 또 “사랑" 이란 원소가 대체 어떤 역할을 한다는 건지 마치 영화 “제5원소” 처럼 뜬금없이 물리량으로 등장한다. 우리 야동인에게 사랑은 호르몬과 동의어일뿐 여기에 특별한 물리량이 있을 수 없다. 이런 논리적 어거지에 대한 일체의 해명없이 이 영화는 “5차원” 이라는 컨셉을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대고 있다.
셋째, 야동인은 솔직하다. AV 비평에 있어 잼없으면 잼없다 하고 그 아무런 허위의식도 없다. 근데 이 우라질 영화는 잼없다고 하면 머리 나쁘다는 소리 들을까봐 다들 꿀잼 꿀잼 해대야 한다. 안델센 동화의 벌거벗은 임금님같다. 우리나라가 원래 한 지적 허영 하는 나라다. 재미란게 주관적인거고 이렇게 복잡하고 황당한 SF스토리가 국민 90프로한테 어필한다는게 말이되냐?
무엇보다도 야동인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이 아이고 으미없다는데 있다. 야동과는 달리 이 우라질 영화는 우리 실생활과 무관해도 너무 무관한 것이다. 어짜피 인간이 일생중 블랙홀과 맞닥뜨리게 되는 때가 몇번이나 되나? 단언컨데 한두번 될까말까다. 하늘보다 무서운 마누님이 바탕화면에 설정된 암호를 깨고 비밀의 관문을 활짝 열고 “이게 대체 다 무어야?” 를 외쳤을 때다. 그 순간 여러분은 비로소 귀가 멍멍해지며 자가공명의 무한반복 리커젼 루프가 발생하고 눈앞에 블랙홀이 열리며 웜홀로 급속히 빨려들어가 테써랙트의 공간에서 싱귤래리티 특유의 환청을 느끼며 책꽂이 뒤에서 마누님의 현란하게 움직이는 입모양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유체이탈 경험을 하게 될것이며, 이따금 강력하게 작용하는 중력작용을 뺨에 화끈하게 느낄 것이며, 1초가 1년처럼 느리게 가는 상대성이론의 진수를 체험할 것이라 본좌는 확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