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은 그동안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제 말을 잘 듣는 편이라서
누구누구 찍어줘~ 하고 부탁하면 그러지, 뭐 하던 애에요.
그래서 이번에도 얘기하면 되겠거니 하고
내일쯤 전화할까 생각하던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환하게 웃는 3번 후보와 셀카를?
이게 뭔일이야 하고 깜짝 놀라 부리나케 연락을 했더니
대구 신세계 백화점 쇼핑갔다가 봤대요.
사람들 몰려 있는데 막 헤치고 가서 같이 찍었다네요.
곧 한살 되는 애도 있는 녀석이..
이걸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나 속상해하면서
그 사람 뽑으려고? 하니까
무슨 소리 하냐고 자기가 더 펄쩍 뛰어요.
뭐래?
그럼 왜 같이 셀카 찍었냐고 물어봤더니
그래도 나름 유명인이잖아, 그럽니다.
나 유명인 처음 봐, 하면서 아주 신났습니다..
제 남동생은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단순무지한 어린애입니다!
문님이랑 사진찍고 싶다고 징징대길래
제가 사는 곳 오셨을때 겨우 촬영한
문님의 뒤통수 사진ㅜㅜ 보여주니까
사람들 발밑을 기어가서라도 함께 찍지 그랬냐고 원통해합니다.
어쨌든 투표 잘 하자고 서로 파이팅하며 전화를 끊었는데,
누굴 뽑아도 뭐 그놈이 그놈이지 하던 동생이
결혼하고 애 생기더니 이제서야 세상 돌아가는 것에
눈을 돌리게 되었나 보다 싶어서
대견하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로서 대구에서 동생과 올케 두 표 확보했네요.
이 기회에 한 표 더 생긴 얘기도 해볼게요.
역시 대구 사는 우리 엄마는
김부겸 의원을 당선시킨 지역구민이시고,
특이하게 박정희 육영수 싫어하십니다.
저번에도 박근혜 안 찍었고,
이번 탄핵에도 아주 잘 됐다고 박수 치셨고요.
그런데.. 문님도 싫어하세요..
말도 이상하게 하고, 젊은 사람들만 위하는 것 같아서 싫대요.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주변 어른들이 말하는 유언비어를 어느 정도 믿고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엄마에겐 반려견도 있고 손녀도 있으니까!
손녀 유치원도 잘 다녀야 하고 강쥐녀석 병원도 가야 하지 않느냐
약간 과장해서 공약 설명했더니
그거 다 지키긴 하겠냐고 반신반의 하시더군요.
아무리 못해도 박근혜보다 못하겠어?
제가 그랬더니 막 웃으시면서 그건 그렇대요.
그러면서 이번에 문재인 찍겠다고 약속하셨어요.
대구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차차 변하고 있고
우리 엄마처럼 아들딸손자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어른들도 점차 늘어나니까
어쨌든 좋은 일 있으리라 희망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