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나온 초등학교에서 떠돌던 이야기란다.
그곳에서는 6학년 때 임간학교라고, 관광지와는 동 떨어진 시골로 가곤 한단다.
그날 일정은 낮에는 등산을 하고, 밤에는 담력시험을 하는 전형적인 것이었다.
초등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산을 오르고 있는데, 길 옆에 있는 바위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몸은 길 반대편으로 향하고, 얼굴만 돌려 싱글싱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웃는 얼굴은 가면을 닮아, 무척 상냥해 보였다고 한다.
예의 바른 학생 하나가 그 곁을 지날 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했지만 노인은 대답 없이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노인의 다리가 무릎 아래까지만 보이더란다.
그 아래는 희미해서, 반대편 경치가 비쳐 보였다.
하지만 낮이고 주변에 친구들도 잔뜩 있다.
설령 그걸 깨달았다 하더라도, 다들 그저 기분 탓일거라 넘어가,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밤.
담력시험이라고는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하는 것이니만큼 별다를 건 없다.
선생님과 함께 숙소 주변 어두운 길을 슬렁슬렁 걷는 정도였다.
하지만 도시와는 달리 빛도 없고 어두운 시골길, 학생들은 충분히 겁에 질려 있었다.
대충 한바퀴 돌고, 숙소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밭 저너머,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보였다.
[저게 뭐지?]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는데, 그 빛이 천천히 평행이동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어느 정도까지 거리가 줄어들 무렵, 누군가가 외쳤다.
[낮에 본 할아버지야!]
낮에 봤던 노인이 희미한 빛을 내며, 보이지 않는 다리를 움직이지도 않은 채, 말 그대로 스르륵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얼굴에는 변함없이 미소를 띄운채.
어떻게 겨우 모두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학생들의 동요는 멈추질 않았다.
결국 다음날 선생님들은 절에 상담해 다같이 불제를 받았다고 한다.
숙소에서 식사를 만들어 주던 그 동네 아줌마들은, 할아버지의 특징을 듣자마자 입을 모아 말했다.
[그거, 야마다 할아버지잖아!]
야마다씨라는 건 주변에서도 유명한 손자바보 할아버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애지중지하던 손자가 불행히도 일찍 세상을 떠난 후, 정신을 놓아버렸다고 한다.
어린 아이가 보이면 [아이고, 우리 손주. 왜 이런데 있어.] 라고 말하며 마음대로 데리고 돌아오는 일이 몇번이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내내 온후한 성격의 할아버지였기에 다들 불쌍히 여길 뿐, 경찰에 신고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죽고서도 손자 생각을 못 잊나보네...]
아줌마들은 눈물지었다.
그 사건 이후, 임간학교에서는 담력시험이 사라졌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악령도 아닌데, 굳이 담력시험을 없앨 필요가 있나 의아했다.
하지만 아내가 말하기로, 거기에는 뒷이야기가 있는 모양이다.
학생들이 모두 숙소에 들어갔는지 확인하려 끝까지 밖에 남았던 선생님은 가까이 다가온 노인을 확실히 보았다고 한다.
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단다.
[학생들은 모두 상냥하게 웃는 얼굴이었다고 했지만, 나한테는 완전히 광분해 날뛰는 것처럼 보였다고...]
도대체 어느 쪽이 할아버지의 본심이었을까?
지금도 그 초등학교에서는 유명한 괴담으로 남아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