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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스토리] 프로축구연맹의 병폐부터 주목하는 것이 먼저다.
게시물ID : soccer_1284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HC소울
추천 : 3
조회수 : 3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03 17: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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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철의 풋볼스토리 81번째 이야기 : 이재명 구단주의 징계? 프로축구연맹의 병폐부터 주목하는 것이 먼저다.]

http://stron1934.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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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스포탈코리아)

 

지난 11월 29일, 성남 FC의 클래식(1부) 리그 잔류 여부가 걸려있던 성남 FC와 부산 아이파크의 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이재명 구단주는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내용에는 클래식 리그 잔류 여부가 걸린 부산과의 마지막 경기 소개와 성남이 챌린지(2부) 리그로 강등됐을 시 처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 그만큼 마지막 경기에는 공정한 심판 판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내용만 보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팀에 동기부여를 주고 싶은 구단주가 충분히 꺼낼 수 있는 말들로 보이지만, 심판 판정에 대해 언급한 단락이 논란이 됐다. 이재명 구단주는 이전 경기들에서 성남이 심판 판정의 불이익을 받은 사례들을 나열하며 K리그의 심판진과 프로축구연맹에 대한 비판의 내용을 서술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구단주는 보기에 따라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중의적인 표현들을 활용했다. 성남과 부산전의 오심이 있었을 때, 대한축구협회장이자 부산 아이파크의 구단주이기도 한 정몽규 회장이 경기를 보러 왔었다는 내용은 충분히 정몽규 회장의 존재로 부산이 판정의 이익을 봤다는 내용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본문에서 심판 판정의 이득을 본 것으로 언급된 다른 팀의 팬들도 감정이 상했을 수 있다. 어떠한 의도로 글을 작성하였는지는 알겠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타 팀의 구단주가 공개적으로 남긴 글에서 좋지 않게 비치고 있는 모습을 달가워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도 격한 표현들이 쓰이면서 구단주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다른 뜻으로 글이 해석될 여지를 남겨놓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작성하고자 하는 글에서는 이재명 시장의 징계 여부와 관련해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재명 시장의 징계 여부보다 더욱 주목을 받아야 하는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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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갈등이 생겨난 원인에 대해서는 짚지 않는가? / 사진 출처 : OSEN)

 

많은 언론, 많은 팬은 이 갈등 상황에 대해 이재명 구단주에게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이재명 구단주의 경솔한 표현이나 징계를 받아야 하는 사유에 대해서 지적하는 것은 좋지만, 유독 이 갈등을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는 프로축구연맹과 심판진의 병폐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 언론의 보도만 보더라도 이재명 구단주에 대한 비판의 기사에 비해 연맹에는 어떠한 잘못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자는 기사는 극히 적다. 갈등이 일어난 원인을 살펴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도 보기 어렵다. 우리 주변에서 수차례 일어나는 양자 간의 갈등만 보더라도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보다 한쪽이 잘못됐다며 문제만 제기하는 해결 방식은 평화롭게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이재명 구단주의 경솔한 부분은 있지만, 사건의 중심을 너무 이재명 구단주에게만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구단주와 연맹의 갈등이 어떠한 이유로 여기까지 왔는지, ‘부당하다’는 표현을 쓰며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도 우리는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제기한 쪽이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한 징계를 먼저 논할 것이 아닌, 무엇을 문제 삼아 한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는지를 살펴보고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K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의 상황도 충분히 기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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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판 판정에 대한 비평 금지' 규정의 공포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성남 일화 신태용 前 감독의 일화. /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이재명 구단주가 지적한 ‘심판 판정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 금지’ 규정과 프로축구연맹의 불투명한 심판진 운영의 문제는 이미 예전부터 K리그 팬들에게 수차례 지적받아왔다. 심판 판정에 대한 비평 금지 규정의 경우, 해외 리그나 국제 대회에서도 비슷한 규정은 있지만, 대개 판정에 대해 아쉬움의 토로 정도는 허용하는 편이다. “우리 팀이 그동안 판정에서 큰 피해를 봤다.”정도의 발언이 무조건 징계 사유에 직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판정에 대해 아쉬움의 토로가 도를 지나쳐 심한 비속어까지 사용해 심판을 비난하거나, 특정 심판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망신을 주기 위해 경솔하게 말하지만 않는다면, 대개 판정 비평에 대한 규제를 타 리그나 대회에서는 K리그만큼 심하게 하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K리그는 심판 판정에 ‘판’ 자만 이야기해도 만만치 않은 벌금을 물며 징계를 받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일화이지만, 과거 성남 일화의 신태용 감독이 판정에 대해 아쉬움을 언론에 토로했다가 5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는데 이 벌금을 팬들이 대신 내준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축구 팬들은 신태용 감독을 대신해 벌금을 내준 팬들의 열정에 대한 감탄과 함께, 심판 판정에 대해 이야기도 할 수 없는 프로축구연맹의 부당한 규정에 대한 비판의 여론을 모았다. 이외에도 충분히 적당한 선에서 심판 판정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는데도, 이 규정 탓에 감독이나 선수가 징계를 받아야 했던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물론 이 규정을 어겼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팬들은 지나치게 심판의 권위를 보호하는 해당 규정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면 이러한 규정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심판의 권위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때 K리그에서는 경기에서 지기만 하면, 패배의 원인을 심판 판정에 돌리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대부분의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며 험한 말을 내뱉는 경우도 많았고, 인터뷰 내용을 계기로 감독과 심판이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반복되면서 심판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심판 판정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이나 언급을 금지’하는 현재의 규정이 탄생했다. 

 

하지만 감독들이 매 경기 심판들과 갈등을 빚는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과연 심판 판정에 대한 비평 자체를 금지하는 것에만 있을까? 심판의 권위가 위협받고, 상실된다고 여겨진다면 도를 지나친 경우에 대한 규제만 명시하면 되는 일이다. 지금처럼 심판 판정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도 허락하지 않는 규정과 운영은 오히려 심판을 갑으로, 감독과 선수를 비롯한 축구인들을 을로 두는 규정이 되어버린다. 잘못된 판정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들어야 심판이 더 나은 판정을 위해 노력하고, 팬들이 리그의 심판을 배려하는 선의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지나치게 심판만을 보호해주는 이와 같은 규정은 심판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챙기기 위해서라는 표현이 더 어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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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맹의 미숙한 심판진 운영이 승자 '울산'을 가장 큰 피해자로 만들었다. 어찌됐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승리를 거둔 울산은 오히려 오심으로 인해 승리를 얻었다며 이후 축구팬들로부터 각종 '음모론'에 시달려야 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프로축구연맹의 K리그 심판진 운영에 대해서도 그동안 아쉽다는 목소리가 컸다. 일부 사례만 봐도 연맹의 운영이 미숙했음은 쉽게 느낄 수 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라운드마다 주심과 부심의 오심이 속출했다. 이러한 오심은 때때로 경기 결과 자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한 경우도 매우 많았다. 물론 축구라는 종목에서 심판은 로봇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타 리그나 국제 대회에서도 심판의 오심은 빈번히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타 리그, 국제 대회들과 K리그의 차이점은 심판의 징계 여부가 철저하게 공개되는가이다. 

 

K리그는 오심을 저지른 심판의 징계 여부를 외부에 공개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지난주에 큰 오심을 저질러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심판이 그 다음주에 아무렇지 않게 다른 경기의 심판을 보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그동안 많이 나왔다. 오심을 저지른 심판이 징계를 받았는지 아닌지를 K리그는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즉, 리그 심판진의 운영이 팬들에게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프로축구연맹의 리그 심판진 운영은 어느 팬이나 한번 쯤은 의문을 품고 심증을 가져볼 수 있을 만큼 스스로 떳떳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스플릿 리그를 앞두고 상위 스플릿과 하위 스플릿의 주인공이 가려질 정규 리그의 마지막 시점, 연맹은 터무니없는 경기별 심판 배정으로 심판진 운영에 대한 팬들의 불신을 또 한 번 키웠다. 당시 상위 스플릿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던 팀들은 울산과 전남이었다. 토요일에는 전남과 서울의 경기, 일요일은 울산과 상주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상식적으로 전남과 울산의 관계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경기의 심판 배정을 전혀 다른 인물로 배정하는 것이 누가 보아도 옳았다. 하지만 토요일에 전남과 서울의 경기를 맡았던 주심과 대기심은 다음날 울산과 상주의 경기에서 대기심과 주심의 역할만 바꾼 채 동일인물이 그대로 경기를 맡았다. 설상가상으로 두 경기에서 모두 오심이 나오는 바람에, 떳떳하게 잘해서 승리를 거둔 팀마저도 승리의 가치와 기쁨이 퇴색되고 말았다. 이해가 안 되는 경기별 심판 배정과 심판의 오심으로 프로축구연맹이 경기의 승자와 패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 것이다. 

 

이 사태에 대해 연맹은 경기에 투입될 수 있는 심판의 인원수가 부족하여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리그의 판도를 뒤집을만한 정규리그의 마지막 시점이면, 작은 부분까지도 조금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했던 게 당연하지 않을까? 울산과 전남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두 팀이 앞둔 경기들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면, 무조건 심판 배정을 바꿔야 하는 것이 옳았다. 인원이 적어도 다른 경기에 배정되어 있는 심판들과 교체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가? 하지만 연맹은 이 부분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두 경기의 주심과 대기심을 동일 인물로 각각 배정하면서 오해를 살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순간에 연맹은 심판진 운영에 미숙함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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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링크 :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_league&ctg=news&mod=read&office_id=056&article_id=0010057109

 

지난 8월에는 KBS 9시 뉴스에 ‘심판 로비’에 관한 단독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당시 한 구단 관계자는 금품이 오가는 심판 로비가 왕성하다며 심판 로비가 K리그를 망치고 있다고 인터뷰했다. 이후 관련 보도는 나오지 않아 관계자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이 보도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명도 없었고, 심판 로비를 방지하려는 추가적인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판진이 투명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연맹이 오랫동안 쉬쉬해온 K리그와 한국 축구의 오랜 병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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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규정이 문제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연맹의 심판진 운영이 투명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연맹은 이재명 시장에 대해 징계 처분만 내렸을 뿐,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축구 팬들과 언론이 여기에 현혹되버리면 K리그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이 병폐들은 결국 또 다시 지속되는 것이다. / 사진 출처 : 베스트일레븐)

 

갈등이 벌어지면 우선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부터 찾는 게 우선이다. 갈등을 해결하자는 이야기보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잘못만 짚고 있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 지적되고 있는 심판진과 관련된 병폐의 심각성은 K리그를 지켜본 많은 축구팬들과 축구인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병폐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면, 일단 그 병폐가 어느 것인지, 왜 문제인지, 지적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언론이 우선시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문제를 제기한 이재명 구단주가 여기서 연맹의 징계를 받고 발언권을 잃는 것이 과연 K리그에 도움이 될까? 용감하게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전면전을 선언한 인물이 징계를 받아 피해를 당한다면, 이다음에 같은 이유로 연맹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 성남시장으로서 정치인이기도 한 이재명 구단주가 축구계의 일에 관여하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많았던 프로축구연맹의 병폐에 대해 일반 팬이 아닌 누군가가 도전장을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맹의 오랜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구단의 구단주로서 조용히 공문을 보내거나 의사를 전달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으면 되지 않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병폐가 해결될 정도였다면 지금까지 이 병폐들이 K리그에 그대로 남아있었을까? 

 

이재명 구단주의 지적은 분명 이유 없는 지적은 아니다. 무조건 이재명 구단주를 지지할 필요는 없어도, 많은 사람이 이재명 구단주와 프로축구연맹이 갈등 관계에 놓이도록 만든 근본적인 원인인 심판진의 병폐들에 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관심을 두고, 팬들이 함께 여론을 형성해야 프로축구연맹과 K리그를 위해서라도 좋은 결말이 나오는 것이다. 갈등의 원인인 이 부분을 먼저 해결하고, 그 뒤에 이재명 구단주의 징계 여부나 정도를 따져보는 것이 모두에게 있어 가장 바람직한 결말이 아닐까? 이렇게 된 이상, K리그는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풋볼스토리 글 : 임형철 / facebook.com/gudcjf758 / [email protected])

  

※ 풋볼스토리는 국내축구만을 위한 칼럼 시리즈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축구팬 여러분들의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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