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딩 때 나는 누가 장난치면 정색하는 걸 잘 못했다그리고 당했을 때 반응이 꽤 볼만해서 개구쟁이들이 많이 꼬였다
중3 때 같은반에 되게 모델 같은 체격에(182정도?)옷도 잘 입고 얼굴도 잘생기고 개구장이고 농구도 잘하는 얘가 있었다 그 얘는 DDR을 많이하면 키 성장에 좋지않다는 소문은 헛소리라고 주장했고 자기 자신이 그 증거였다 나한테 짓궂은 장난을 많이 하던 변태 녀석이다 특히 체육시간 때 심했다 4열 종대로 줄 서는 도중에 내 옆에 있던 그 녀석이 난데없이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어~"라고 귓가에 노랫말을 속삭였다 갑자기 치고 들어오니 나는 황당하면서도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왜냐면 걔는 잘생겼기 때문이다 몇 바퀴 뛰고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걔가 갑자기 내 옆으로 와서 "야 너는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라고 했다 나는 내 얼굴이 못생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말이 이해가 않갔지만 어이 없으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왜냐면 걔는 잘생겼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서 "아 진짜 왜 그래~ 나한테 왜 그래~진짜..."라고 짜증냈다 그럴수록 더 들이댄 놈이였다
또 중3때 같은 학원에 다니던 얘가 있었다 덩치 크고 피부가 거칠었던 얘였다 걔는 되게 시크한 성격에 공부 안해도 성적 잘나오는 천재였다 얘도 모델 같다는 그 얘랑 비슷하게 날 대했다 특히 학원 끝나고 갈 때 심했다 한 번은 얘들이 반에서 거의 다 나간 후 내가 걔한테 뭐라뭐라 했는데 걔의 대답은 내 볼을 꼬집으며 "어유~ 귀여워~"였다 문제는 그 자리에 서로 꼭 같이 다니는 여자 2명 까지 총 4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예쁘고 나대는 성격이고 다른 한 명은 까만 피부에 공부 엄청 잘하고 더 나대는 성격이였다 걔네가 그 광경을 보며 "어머~대ㅋ박ㅋ~"이러면서 손으로 광대 승천을 가리며 빠르게 퇴장했다 그걸 보고 나는 남남 케미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사실이란 것을 깨달았다 부녀자 2명이 나가고 썰렁해져 무안해진 나도 빠르게 퇴장했다 가면서 힐끔 뒤돌아보니까 그 녀석, 아빠 미소를 하고 있었다 비슷한 경우가 2~3번 더 있었다 덕분에 공식 커플 취급당했다 그 때마다 부녀자 커플의 리액션이 볼만했다
고1때 되게 통통한 몸매와 순한 성격에 안경쓰고 귀여운 얘가 있었다 그 녀석의 몸을 만지는 촉감은 매우 부드러워서 많은 얘들이 공공재처럼 터치하고 다녔다 애정결핍과 정서함양에는 스킨쉽이 특효약이라고 책에서 본 적이 있다 그래서 특히 내가 걔를 자주 만졌다 어느 흐린 날 점심시간에 야외까지 이어진 급식줄에서 그 녀석을 백허그한 상태로 팔뚝을 만지며 대기 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나지막히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합체하고 싶다......." 내가 한 말에 내가 먼저 놀라고 그 다음으로 주위 얘들이 놀라고 마지막으로 걔가 놀랐다 그 녀석은 내 팔을 떼어내고 멋쩍게 웃어넘겼다 나는 정말로 이상한 뜻으로 한게 아니여서 억울했다 그 당시에 보던 합체변신로봇 만화가 언뜻 생각 나서 그런 소리가 나왔던 것 같다 그 촉감이 너무 좋아서 잠깐 무장해제가 된 것 뿐이였다 그 이후로 나는 반 얘들 사이에서 합체남이라고 불렸다 내가 걔 가까이만 가면 얘들이 합체한다고 놀렸다
내가 가끔 히스테리를 부릴 때면 걔가 "합체시켜줄테니 진정해.."라고 디스를 날렸다
비슷하게 초6 때, 중2 때도 어울리던 친구랑 공식 커플 취급을 당했었다 대딩이 된 지금은 그런 녀석들이 없어서 심심하다 지금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하다.. 도서관 창밖으로 미친듯이 눈보라 몰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