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이야기다.
그날은 이전부터 가려고 마음 먹었던 근처 신사를 찾았다.
나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거나, 이상한 걸 보는 걸 취미로 삼고 있다.
이날 역시 지인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따라 신사를 찾은 터였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 신사에는 대량의 인형이 안치되어 있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인형신사" 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리 유명한 신사가 아니라서, TV에 나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근처라고는 해도 차로 한시간 반 거리다.
도중 산길로 들어서, 덜컹덜컹 흔들리는 차안에서 혼자 목적지를 생각하며 나아갔다.
신사에 도착해 차를 멈추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상당히 긴 계단이었다.
평소 운동부족 때문에 숨이 차올랐지만,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기묘한 고양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계단이 길면 길수록, 더 큰 즐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계단으로 가려진 경치가 드러나고, 마침내 신사가 모습을 나타낸다.
훌륭한 기둥문을 지나, 눈앞에 건물이 나타난 순간.
귓가에 이상한 귀울림이 울려퍼졌다.
이런 기분은 난생 처음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영감 같은 건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감각은 진짜로 겁에 질리는 동시에, 반대로 의욕이 솟아오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슨 의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재빨리 경내를 둘러봤다.
훌륭한 신사다.
상당히 넓고, 구조도 깔끔하다.
하지만 역시나 거기에는 흔히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인형
신사에 다 안치하지 못한 인형들은 마룻바닥에까지 깔려 있었다.
수많은 눈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찌르는 듯한 시선을 느꼈다.
그만큼 압권이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한동안 바라보고 싶었지만...
그럴 틈은 없었다.
정면의 큰 건물, 아마 본전이겠지.
거기서 하카마를 입은 사람이 당황한 모습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홀로 근처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경건하지 못한 일이지만, 내심 잘됐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인형이 안치되어 있는, 남자가 뛰쳐나온 본전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본전에서 또 사람이 둘 후닥닥 튀어나왔다.
그 중 한 사람을 잡아 무슨 일인지 물었다.
[바쁘니까 나중에 부탁합니다.]
남자는 그렇게만 말하고, 또 후닥닥 인형들을 향해 사라져갔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석연치 않은 얼굴로 잠시 서 있자니, 이번에는 본전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제대로 된 옷을 갖춰입은 신주 같은 사람이 나왔다.
[인형을 치료하러 왔는가?]
나는 [아뇨, 그냥 참배하러 왔을 뿐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신주 같은 사람은 [그러면 돌아가시게. 안 좋은 말은 하지 않을테니. 오늘은 날이 좋지 않아. 다시 오게나.] 라고, 조용히 말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과감하게 물어봤지만, 신주는 [관련되지 않는게 좋다네.] 라는 말만 남기고 본전으로 돌아갔다.
여기저기 이삿날처럼 소란스러운데, 왠지 나만 있어서는 안 될 곳에 덩그러니 놓여진 기분이었다.
어차피 인형이 도망갈 일도 없으리라.
여기서는 신주가 말하는대로 돌아갔다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 싶어 돌아설 때였다.
웅성대며 아까 세 사람에 더해, 두 사람이 더 나왔다.
관처럼 큰 상자를 들고 있었다.
기묘한 일행은 본전 뒤로 사라졌다.
곧이어 신주도 나와 똑같이 본전 뒤로 향했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나 역시 자연스레 본전으로 발걸음을 올리고 있었다.
경고에 대한 공포심보다, 호기심이 더 컸던 탓이었다.
여기까지 오면 끝까지 가는 수 밖에.
본전 옆 길을 나아간다.
길은 나무가 무성해 어슴푸레하고, 이끼가 끼어있었다.
조금 나아가니 전방이 탁 트인 광장 같은 곳이 나왔다.
신주와 그 일행은 분주히 캠프파이어 장작 같은 걸 네모나게 쌓고 있었다.
한가운데에는 아까 그 관 같은 상자가 가장 튼튼해 보이는 나무토막 위에 놓여 있었다.
신주와 시선이 마주쳤다.
혼이 날까 겁이 났지만, 딱히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작업에 계속 임하고 있었다.
왠지 허락을 받은 느낌이 들어, 나는 나무그늘을 벗어나 광장으로 향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는걸까?
기대와 불안에 안절부절 못하며 바라보고 있는데, 시야에 사람이 비쳤다.
신주도, 하카마를 입은 이도 아니다.
보통 할아버지였다.
내 오른쪽 20m 정도 위치에 서서, 나처럼 신주와 그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가요?]
[인형굽기라네.]
할아버지는 상냥하게 대답해주셨다.
[지금부터 인형을 구워 공양하는게야.]
[인형굽기... 입니까.]
따라오길 잘했다 싶었다.
재미있는 걸 볼 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왜 이런 시기에?
나는 틀림없이 이런 건 연말에나 하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오늘은 그저 여름날일뿐, 특별한 날도 아니다.
[자주 보러 오십니까?]
할아버지에게 여쭸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니란 말이야, 이게. 이런 시기에 하는 것도 드물고, 이렇게 큰 인형을 굽는 것도 처음이라네.]
잠깐 뜸을 들이고, 할아버지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특별하다네.]
한발 더 내딛어 보기로 한다.
[특별하다니, 뭐가 말입니까?]
내 질문에, 처음으로 할아버지의 표정이 흐려졌다.
잘못 물어봤나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네만...]
그런 이야기라면 당연히 대환영이다.
[실은 저 인형, 원래 본전 옆에 있는 창고에 엄중히 보관되던 것이라네. 하지만 오늘 이른 아침, 사흘만에 신주가 창고를 들여다봤는데 그 인형이 사라졌다지 뭔가. 신주랑 신사 사람들이 총출동해서 해가 중천에 뜰 무렵에야 겨우 찾아냈다네. 어디 있었을거 같나?]
[어디에 있었습니까?]
[밝아질 때까지 아무도 깨닫지 못했어. 그것도 그럴게, 그 인형은 누가 올려둔 건지 본전 지붕 위에 있었으니 말일세. 신사 사람들도 다들 경악했다는구만. 인형이라고는 해도 마네킹 크기 아닌가. 성인 남성 크기의 마네킹을 높은 본전 지붕까지 올려놓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치고는 손도 많이 갈 뿐더러, 저런데 올려놔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어찌 됐든 그걸 내리러 올라갔다네. 그런데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다가, 마네킹을 들었던 남자가 그만 미끄러져 마네킹이랑 함께 떨어졌다지 뭔가. 그 친구, 다리가 부러져서 바로 병원으로 실려갔다네. 계속 "인형이 물었어! 인형이 물었다고!" 라고 소리를 치더구만. 아무래도 위험하다 싶어 신주가 직접 나선걸세.]
[꽤 사정을 잘 아시네요.]
갑자기 믿기는 좀 그런 이야기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살짝 심술을 부려봤다.
[매일 아침 여기를 산책하고 있거든. 마네킹을 내릴 때부터 계속 지켜봤다네.]
과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 준비는 순조로이 진행되었다.
이제 막 불을 붙이려는 듯 했다.
신주가 갑작스레 구령을 붙인다.
거기에 맞춰, 하카마를 입은 남자들도 일제히 주문 같은 걸 외우며 불을 들고 상자를 둘러쌌다.
잘 보면 상자는 철사 같은 것으로 칭칭 감겨있었다.
첫번째 남자가 상자 네 귀퉁이에 있는 장작에 불을 붙인다.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곧이어 활활 타기 시작한다.
뒤를 이어 두번째, 세번째, 끝내는 상자를 제외한 모든 장작에 불이 붙어, 격렬한 불기둥이 피어오른다.
50m는 족히 떨어져 있는 나에게까지 그 열기가 전해질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신주가 한가운데 장작에 송진불을 던지듯 불을 댔다.
장작에는 나뭇잎이 끼어있어 흰 연기가 피어오르지만, 한가운데 상자 주변에서는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우욱...!]
나는 무심코 코를 막았다.
어느새인가,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짐승 냄새 같은 역한 냄새가 주변에 자욱했다.
신주와 그 일행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 것 같았다.
그 순간...
[교오에에에에에! 캬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이 광장의 정적을 찢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상자가 덜컹덜컹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심한 이야기지만, 솔직히 나는 놀라 기겁할 것 같았다.
도망칠까 싶었지만,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완전히 오금이 저린 듯 했다.
상자는 쾅쾅 안에서 소리를 내며 불길에 휩싸인다.
혹시 사람이 들어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처참한 광경이었다.
불은 활활 타오르는데, 상자는 덜컹덜컹 흔들리고, 신주와 그 일행은 소리를 높인다.
이윽고 비명은 말이 되었다.
[꺼내줘! 여기서 꺼내줘! 돌려줘, 돌려줘!]
말하고 있다...
설마 사람인가...?
아니, 그럴 리 없었다.
애시당초에 저런 상황에서 사람이 말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돌려줘" 인 줄 알았지만, 천천히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돌려놔라, 돌려놔! 나를 아내와 아이가 있는 곳에 돌려놔!]
상자는 여전히 덜컹덜컹 흔들리며 안에서는 쾅쾅 소리가 났다.
[너는 사람이 아니다!]
신주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너는 인형이다! 인형이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라!]
그렇게 말하고는, 신주는 다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아니야! 나는 사람이다! 돌려보내라!]
상자는 더욱 흔들려, 불에 탄 구석 뚜껑이 내려앉았다.
아니, 거기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고 해야할까.
거기서 새까맣게 탄 손이 나와 미친 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불이 약해졌다.
나는 혹시 불이 꺼지는 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신주는 뒤를 돌아보더니, 놓여있던 통을 들고 왔다.
통 안에는 물 같은 액체가 있었지만, 곧바로 술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짐승냄새 사이로 술 냄새가 감돌고 있었으니까.
신주는 술통을 들고 불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아무리 알코올이라지만, 물이 잔뜩 섞인 술이다.
타오르기 어려울 뿐더러, 저렇게 끼얹으면 불이 꺼져버릴텐데...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술을 끼얹어 불은 놀랍도록 타올랐다.
[갸아아아아악! 이기기기기기기기기긱! 네노오오오옴! 아내와 아이를 만나게 해다오! 돌려보내라! 나를 돌려보내!]
[너는 사람이 아니다! 인형이다! 너는 너에게 돌아간다!]
그렇게 말하고, 신주는 품에서 손거울을 꺼내 상자로 던져넣었다.
그리고 하카마를 입은 남자들이 장작을 가운데로 넘어트리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신주는 통을 들고, 남은 술을 모두 상자에 퍼부었다.
불길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맹렬하게 타올라, 거대한 불기둥이 되었다.
[갸아아아아악!]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는 큰소리를 지르는 것도, 상자가 흔들리는 일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땀투성이였다.
신주와 그 일행은 불이 잦아들 때까지 계속 주문을 외웠다.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스스로도 부정하고 싶었다.
나는 확실히 어제까지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일상에서 그저 한걸음 내딛었을 뿐이다.
그것 뿐인데, 세상은 그 색을 달리 하고 있었다.
그 후, 신주가 내게 다가왔다.
나는 딱히 몸가짐을 정돈하는 것도 없이 신주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불제는 드려줄테니 따라오시게.]
나는 신주를 따라 본전에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신주와 앞에서 걸으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구면인 듯 했다.
본전에서 나와 할아버지는 간단한 불제를 받았다.
그 후, 망연자실이라고 해야할까, 정신이 빠져있는 상태였던 나에게 신주는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해주었다.
[그 인형은 말이야... 오랫동안 사람으로 살아왔다네. 그 마네킹을 가져온 할머니가 말하길, 자기 딸이 소중히 간직했던 것이라더군. 딸과 손자는 사고로 죽어버렸는데, 그 마네킹만은 상처가 없었다는게야. 할머니는 유품이지만 기분이 나빠 우리 신사에 맡긴거고. 사고를 당했을 때도 차에 싣고 있었을 정도니, 분명 상당히 소중히 다뤄왔겠지.]
나는 아무 말 않고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감정을 이입하면, 점차 사람은 그 인형이 살아있는 존재라고 착각하고 만다네.]
그 다음 들은 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인형도 마찬가지야. 너무 소중하게 대해버리면, 스스로가 사람이라고 착각해버리는게지. 왜냐하면 그들도 살아있으니까 말이야...]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듯,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어느 여름 있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