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에 일하면서 생각해보면
거두는게 귀찮아 아무것도 뿌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은 뭔가 거두면서 번거롭게 지내는 걸 보면
'아 나는 저런 번거로운 과정에서 벗어났구나' 하며 좋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아무도 찾지않는 나를 보며 씁쓸해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술먹는 것도 부담스러워 혼자 집에서 맥주 한캔 까먹으며 지낸지 어언 한달
처음부터 진심으로 사람 대하기 힘들어서 장난을 가장한 틱틱댐에 나름 열심히 챙겨준다고 주변 사람들 보살피고 위해주지만,
알아주는 이 하나 없고
내가 하는 모든 이야기에 대해 상대방의 답을 들을때면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건가 아니 차라리 벽은 내 목소리가 반사되어 나오기라도 하지
내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느낌이 들 때면 그간 살아오면서 난 뭘 했나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이번 가을은
지난 여름 이후로 늘어난 일에 대해 딱히 스트레스를 풀만한 일도 없고
그렇게 바쁘지도 않고 여유롭지도 않은 그런 불필요한 긴장을 계속 유지하다보니
정신이 피로골절에 걸린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건실하게 살아오지 않아 딱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고 한달이고 두달이고
퇴근 후 마시는 맥주 한캔이 그렇게 고맙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직 취기만이 날 이해해준다는 모 웹툰의 대사처럼
분명 같이 있고 같은 일을 하며 같은 공간에 숨을 쉬지만
나에겐 그림자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도 않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나처럼 틱틱대는 성격에 그 누가 그걸 감안하며 인내할까 싶다가도
본심으론 그런 사람이 있길 바라는 모순적 생각에,
난 어쩔 수 없는 막내 성격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모습이 영 싫기도 하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지옥이 있다면 이 세상이라고
참혹한 희망으로 고문하는 여기가 바로 가장 잔인한 지옥이라고
일희일비라지만 왜 나에겐 일희백비인지 차라리 좋은 일 하나 없었으면 그 간극을 느끼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 지옥은
타는 듯한 갈증에 물 한 모금 주고 또다시 매몰차게 사막으로 밀어내는지
특히 지난주에 있었던 안좋은 일들
개개로 보면 큰 게 아니지만 한번에 터지니 감당이 안되더군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인생 사는게 쉬운건 아니지만
왜 나는 마음의 과녁이 큰지..
힘드네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해봐야 돌아오는 것도 없고
답답한 마음에 여기에라도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