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왕을 향해 뛰어라, 2015시즌 대도大盜 후보들
야구라는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공이 움직이지 않으면 모두가 멈춰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그 정적을 깨는 행위가 있으니, 바로 도루가 그것이다. 주자의 발로 한 베이스를 더 뺏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도루는 매우 특별한 플레이다.
도루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발만 빠르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 투수의 허점을 포착하는 예리한 관찰력과, 적당한 때에 스타트를 끊을 수 있는 능력과, 상대 야수의 태그를 피할 수 있는 슬라이딩까지 여러 가지를 갖춰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루로 이름을 남긴 수많은 선수들은 그 시대의 가장 뛰어난 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 시즌, 가장 뛰어난 주자는 53도루를 기록한 김상수였다. 그렇다면 올 시즌의 가장 뛰어난 주자가 될 선수는 과연 누구일까? 모든 기록은 21일 경기까지의 기록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KBReport.com을 참고하였다.
사자 군단의 새로운 리드오프 박해민(사진 : 삼성 라이온즈)
원래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되었지만, 이번 시즌 나바로 대신 1번 타자로 새롭게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해민은 18경기에서 11개의 도루를 실패 없이 성공시키며 대도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현재 도루 1위. 박해민은 지난 시즌에도 36도루(8실패)로 도루 5위에 올랐던 선수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견제사가 많았던 것인데, 올 시즌 체력관리에 신경쓰고 이러한 점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삼성의 1번 타자로서 오랫동안 활약할 것을 기대할 수 있겠다.
내친 김에 유격수 평화왕도! 김상수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작년 도루왕이었던 김상수도 7도루(1실패)를 기록하며 2년 연속 도루왕을 꿈꾸는 중이다. 김상수가 지난 시즌 기록한 53도루는 삼성 구단 역사상 한 선수가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이다. 과거 삼성은 ‘발야구’ 라는 단어와 다소 거리가 있는 구단이었다. 지난 10년간 삼성의 팀 도루 기록을 보면 중간 아래, 심지어는 최하위로 처져있던 적이 더 많다. 그러나 지난 시즌 삼성은 도루 1위(161) 성공률 1위(77.8%)를 기록하며 또다른 공격루트를 확보했다. 삼성이 최초로 배출한 도루왕 김상수는 삼성의 변화를 상징하는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도루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1루로 나가야 한다. 데뷔 시즌 2할 4푼대의 타율을 기록했던 김상수는 어느덧 2할 9푼 이상을 쳐줄 수 있는 선수로 자라났다. 이 기세를 올해에도 이어가 더 많이 루상에 나갈 수만 있다면 도루왕 2연패도 충분히 가능한 선수다.
NC 공격의 첨병! 박민우 (사진 : NC 다이노스)
도루에서 삼성의 아성을 무너뜨릴 가장 유력한 경쟁후보는 누가 있을까. 작년 김상수와 도루왕 경쟁을 했던 박민우(50도루/10실패)와 서건창(47도루/15실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서건창은 십자인대 부분파열 부상으로 당분간 볼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역시 박민우다.
NC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박민우는 현재 8도루(2실패)로 도루 2위에 올라있다. 첫 시즌 불과 34경기에 출장하면서도 9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에 재능을 보였던 박민우는, 작년 118경기에 나서면서 NC를 정규시즌 3위와 준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올해 역시 지금까지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구관이 명관! 슈퍼소닉 이대형 (사진 : kt 위즈)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다. 도루에 관해서라면, 통산 407도루(역대 4위) 10년 연속 두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이대형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최근 몇 년간 야구팬들이 ‘도루’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던 이름 중 하나가 이대형이었다.
오랜 기간 성적부진으로 도루왕 경쟁에서 멀어졌지만, 지난 시즌 KIA에서 풀타임 출장해 3할 타율을 기록했고, kt로 지명받아 이적하며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작년에는 37번 도루를 시도해 22번 성공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7도루/2실패로 공동 3위에 올라있다. 60도루를 3년 연속 기록하던 과거의 모습을 올 시즌에 다시 볼 수 있을까.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시즌 종료 후 5년 만에 도루 타이틀을 따내는 이대형을 그려봐도 헛된 꿈은 아닐 듯 하다.
현재 공동 3위(7도루/1실패)인 LG 유격수 오지환 역시 도루왕 경쟁의 다크호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 2013년 30개/ 2014년 28개)
타이틀 경쟁은 매년 치열하다. 2010년 이래로 매번 주인이 바뀌고 있는 (이대형-오재원-이용규-김종호-김상수) 도루 1위의 자리 역시 치열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올해 루상에 나가 투수와 포수의 매서운 견제를 뚫고, 다음 베이스를 가장 많이 훔칠 주자는 누가 될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