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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수도사 집단, 에세네파
게시물ID : mystery_92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4
조회수 : 140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13 13: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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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세기 무렵, 한 무리의 유대인들이 현재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 지대에 있는 사해 인근의 쿰란(Qumran) 고원 속으로 들어가 자신들만의 비밀 종파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을 에세네파(Essenes)라고 부르는데, 사두개파와 바리새파와 더불어 유대교의 3대 종파로 분류됩니다.


에세네파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곧 다가올 종말을 기다리는 신흥 종교 집단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쿰란 고원의 동굴 속에서 자기들끼리 모여서 살았는데, 세상은 타락하고 악으로 오염되었으며 자신들은 그런 세상을 버리고 나와 깨끗함을 보존하며 장차 신이 내릴 최후의 심판 날에 구원을 받기 위해 산다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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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모여서 예배를 보는 에세네파 수도사들을 상상한 그림. 에세네파 수도사들은 하얀 옷을 즐겨 입었다.)



오늘날 에세네파에 대해 가장 많이 남은 기록은 유대인 역사학자인 요세푸스가 남긴 유대 고대사입니다. 이 유대 고대사에 의하면 에세네파에 소속된 수도자들은 대략 4천 명이었으며, 거기에 유대 사회 곳곳에서 에세네파의 교리를 믿는 사람들의 수까지 합치면 더욱 늘어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에세네파는 동굴 속에 모여 살았어도 그들이 퍼뜨린 가르침은 유대 사회에서 꽤나 널리 퍼져 있었던 듯합니다.


요세푸스의 기록에 의하면 에세네파는 성관계를 더러운 것으로 여겨서 수도사들 대부분이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평생 혼자서 살았다고 합니다. 간혹 에세네파 수도사들 중 일부는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기도 했으나, 일단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더 이상 아내와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에네세파의 교리는 구약성경의 교리에 어긋나는 일인데, 구약성경의 창세기에 의하면 신이 인간에게 직접 아이를 낳고 번성하여 땅에 퍼져 세상을 정복하라고 가르쳤기 때문입니다(창세기 1장 28절).


성관계와 더불어 에세네파는 물질적인 부도 죄악시하였습니다. 그래서 바깥 사람이 에세네파에 들어가려면 일단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에세네파에 바쳐야만 가능했습니다. 그렇듯이 에세네파에 소속된 모든 수도사들은 자신의 소유를 교단에 바쳤고, 교단에서 재산을 공동 관리하였습니다.


성관계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구약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구약성경의 욥기에 의하면 물질적인 부와 풍요는 결코 죄악이 아니며, 오히려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에세네파는 성관계와 물질적인 부를 나쁘게 보았을까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추측들이 가능한데, 곧 종말이 다가올 텐데 자녀 출산이나 부를 쌓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아니면 사람이 마음속으로 음란한 욕망을 품기만 해도 죄를 짓는다는 식의 극단적인 금욕주의를 에세네파가 믿고 있어서라는 가설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들의 흔적은 신약성경에도 나타납니다. 사도 바울의 가르침을 담은 신약성경의 고린도전서 7장 26~31절을 보면 “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는 아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지내고, 세상과 거래를 하는 사람은 세상과 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세상의 형체는 사라집니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쉽게 풀이하자면 앞으로 세상이 사라지는 종말이 올 것이니 바울의 편지를 받는 사람들은 이혼이나 상거래 같은 일상적인 일들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또한 신약성경의 마태오 복음서 5장 28~30절을 보면, 예수는 “누구든지 여자를 보고 음란한 생각을 품는 사람은 벌써 마음으로 그 여자를 범했다. 오른눈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눈을 빼어 던져버려라. 몸의 한 부분을 잃는 것이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낫다.”라고 설교합니다. 이는 에세네파의 극단적인 금욕주의와도 그 뜻이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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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란에서 발견된 에세네파의 유적.)



그런데 에세네파의 본거지인 쿰란의 동굴들을 직접 발굴했던 고고학자들의 보고서에 의하면, 그곳에서 칼과 화살촉 같은 무기들을 만드는 대장간 및 기마병과 보병의 합동 전술을 가르치는 문서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다분히 전쟁을 염두에 둔 모습인데, 그렇다면 에세네파가 입교자들한테 재산을 바치라고 요구했던 진짜 이유는 그들의 재산을 군자금으로 쓰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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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에세네파는 서기 66년에 발생하여 73년에 끝난 제 1차 유대 로마 전쟁 무렵, 로마군의 공격을 받아 멸망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만약 에세네파가 그저 평화롭기만 한 수도사들의 집단이었다면 굳이 로마군이 그들을 공격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는 곧 에세네파가 유대를 지배하는 로마를 몰아내기 위한 전쟁을 은밀히 준비하고 있었던 무장 투쟁 단체였음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었을지요.

출처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109~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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