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멍해지기도 하고 정말 아주 조금 한귀로 흘려버릴때도 있지만
하던 일을 멈추고 침대로 가서 앉아서 최대한 들으려고 해요.
지겹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가정사니까, 뭐라고 말을 잘 못하겠어요.
같이 욕하기에도 뭐하고 맞장구나 쳐주고.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생각하다보면 말을 안하고 있을때가 종종있는데
친구가 지겹지 않느냐 묻대요.
지겹지 않다고, 근데 말을 조심히 하게 된다고. 그래서 할말이 없다고.
그러니까 자신도 그렇다며, 그런데 제가 하는 생각과는 다르다고 하네요.
누군가가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라는 생각을 한다네요.
이 친구가 가정사가 좀 파란만장하긴 해요.
그래서 자신의 일을 들려주자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얘기한대요.
그럼 상대방이 짜증을 내고, 자신도 짜증이 난대요.
그냥 다른 친구같았으면 제가 고민 얘기를 안하면 되는거지만
이 친구는 그래도 친해지면서 기댈수 있지 않을까, 내가 친구보단 평탄하다고 할수는 있지만
그래도 이해해주고 하지않을까 기대했었기때문에 혼란스럽네요.
전 남에게 고민을 잘 말하지 않는 성격이라 더욱 조심스러운데
그래서 천천히 친구에게 말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혼자 배신당한 기분이네요.
내 고민은 다른 사람보다 낮아서 괴로워하는게 이해가 안되기도 하고..
자존감 바닥일때 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무게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너무 심해서
다른 사람에 비하면 별거아니라고 치부해 버리고는 또 그걸로 힘들어했는데
그래서 시간이 지난 이제는 '나의 문제'를 그래도 똑바로? 거의 똑바로 인지하고자 하는데요...
내 문제를 지나치지않고, 작은 걸로 치부하지도 않고...
그런데 또 이렇게 생각이, 자존감이, 기분이 낮아지네요.
친구야.. 친구라고 부르기도 무서워요.
언젠가 제가 작은 고민을 털어놓았을때 날 어떻게 생각할지를 상상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