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환경에서 산다고 다 불행한 것은 아니다.
감진명의 삶이 그랬다. 그의 일대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많은 이가 감동하였고, 치유되었고, 용기를 얻었다.
감진명 다섯 살 때, 부모는 이혼했다. 이후 부모는 단 한 번도 진명을 찾지 않았다. 진명은 친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친할머니라고 손주가 마냥 예쁠 리 없었다. 겨우 폐지 주워 하루를 버티는 삶이었다. 당연히 손주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진명은 흔한 말로 귀여운 상이 아니었다. 온종일 폐지 줍고 돌아온 할머니에게 방긋 웃으며 다가올 줄 모르는 아이였다. 설마, 의식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할머니 역시 진명에게 필요 이상의 호의를 베푸는 법이 없었다.
22살 크리에이터 감진명은 그런 할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주가 좀 혹 덩이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운동을 열심히 한 감진명은 온몸이 근육질이었다. 여전히 귀여운 얼굴은 아니었지만 진명은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진명은 혼자 놀았다.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아이의 차가운 인상 때문이었다. 그는 다가가기 매우 힘든 아이였다.
외로운 아이는 당연한 수순으로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그 역시 남들 다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탐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나 할머니에게 조를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진명이었다. 돈 주고 옷을 사 본 기억이 없는 그였다.
‘할머니가 스마트폰을 돈 주고?’
진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서 그는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도서관 컴퓨터를 이용했다. 학교를 빠지고 도서관에 다니기 일쑤였다. 학교에서 전화가 와도 할머니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담임 역시 의무적으로 전화를 걸 뿐이었다.
“도서관에서 유튜브를 처음 접하게 됐어요. 보구TV, 귺튜브, 미얀마 남자, 소독서실 등을 보게 되었지요.”
구독자 수 일천만 명인 유명 크리에이터가 된 감진명이 처음으로 유튜버가 되겠다는 꿈을 꾼 순간이었다.
“저에게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준 스승 같은 분들이죠.”
진명에겐 고정관념이 없었다. 그동안 그 누구도 그에게 가치 따위를 일러주지 않은 덕분이었다. 그래서 더 쉽게, 더 빠르게 스펀지처럼 배워 나갈 수 있었다.
진명은 결국 집을 나갔다. 그리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희망은 학교에도, 할머니 곁에도 없었다. 오직 인터넷 세상에만 있어 보였다.
첫 직장은 주유소였다. 그는 첫 월급으로 스마트폰을 제일 먼저 샀다. 그리고 통신사와 약정을 맺었다. 스마트폰은 그에게 날개였다. 그는 틈이 나는 대로 영상을 찍었다. 혼자 있는 게 익숙한 진명으로선 혼자 말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곧 편집 기술을 배웠고, 십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타고난 감이 나쁘지 않은 덕에 그의 영상은 꽤 봐줄 만한 작품이 되었다.
“저도 처음에 의아했어요. 기쁘기도 했지만 무서운 느낌도 들었죠. 전 노출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동영상을 올릴 땐 노출된다는 기분이 들지 않아요. 거기에 반응이 달리면서 노출된다는 느낌이 생기는 거죠.”
어느덧 수십만 명의 구독자가 생겼고, 한 달에 수천만 원이란 고정 수입이 생겨났다. 굳이 최저 시급에 가까운 월급을 받으며 일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곧 주유소를 그만두었다.
그는 주로 인생 얘기를 했다. 아직 젊었으나 할 얘기가 많았다. 그는 원망하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스마일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것은 꼭 환하게 웃어서가 아니라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긍정의 마인드로 살아온 이유에서였다.
더는 폭발적인 구독자 수 증가가 일어나지 않을 즈음 진명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인생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다른 유튜버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먹기 시작했다.
그는 고래를 먹었고, 전복을 먹었고, 문어를 먹었고, 바닷가재를 먹었고, 한우를 먹었고, 이베리아를 먹었고, 송이버섯을 먹었고, 와규를 먹었고, 달팽이를 먹었고, 피조개와 키조개를 먹었고, 아귀를 먹었고, 참치를 먹었고… 먹고, 먹고 또 먹었다.
진명은 많이 먹었다. 그의 먹성은 먹방으로 유명한 켄쯔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다만 켄쯔와 다르게 진명은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보는 구독자마저 걱정이 될 정도로 부풀었다. 그게 이슈가 되면서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그의 영상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참 원 없이 먹었지요. 구독자 수는 점점 더 늘어났어요. 그런데 팬층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이전 구독자는 제 삶에 관심이 있었는데, 새 구독자들은 그저 제가 먹는 모습을 보러 온 거였죠.”
진명의 그 좋던 몸은 다 망가지고 어느덧 지방만 남은 풍선이 되었다. 그의 몸은 매우 거대해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즈음에서 구독자가 일천만 명을 찍은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몸을 움직일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그 힘든 역경을 이겨내는 게 제 인생의 목표였어요. 전, 스마일맨이니까요.”
그는 불편한 거동을 위해 내벽을 부쉈다. 전화만 하면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 있었다. 그는 밖에 나가지 않았다. 배달이나 일을 하기 위해 그의 집에 온 사람들은 풍선이나 다름없는 진명을 보면서 크게 놀라곤 했다.
진명은 웃으면서 먹었다. 먹는 모습도 보여줘야 했고, 웃는 모습도 보여줘야 했다. 그는 불우한 삶으로 시작해 매 끼니 산해진미를 먹는 성공한 삶을 사는 긍정의 남자였던 것이다. 그 설정이 그를 옥죄었고 그는 결코 그 설정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며칠째 씻지 못한 진명이었다. 집안은 오물 천지였다. 그는 불행했고 삶이 곧 끝나리란 사실을 예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날 작정이었다. 그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생중계였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여러분도 하늘을 날 수 있답니다.”
진명은 공중에 몸을 던졌다. 그런데 그는 떨어지지 않았고 풍선처럼 날아올랐다. 수백만 명이 그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스마트폰을 보며 길 위를 걷는 사람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대류권을 지나 성층권에 이르렀다.
그는 터져버렸다. 그는 비처럼 떨어졌다. 사탕, 젤리, 초콜릿, 마시멜로 등이 되어 아래로, 아래로 비처럼 떨어졌다. 사람들은 떨어지는 캔디를 줍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명의 달콤한 흔적들을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진명은 하늘 높이 날아간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길거리 콩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