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레디터들아, 사실 좀 도움이 필요해서 왔어. 부탁인데 끝까지 좀 봐줘. 미친 소리처럼 들릴 거거든, 완전 또라이같은 이야기니까. 나한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정상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자초한 이 일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니들한테 바라는 건 그냥 조언이랑 관심 좀 가져달라는 것뿐이야. 여기서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군가는 알아야만 하거든.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난 정신적 문제가 전혀 없다는 거야. 내 인생 살아오면서 완벽하게 정상이었다고. 뭐 가끔 스트레스 겁나 받을 때를 제외하곤, 심각한 정서불안이나 우울증따윈 겪어본 적도 없어.
그러니 내가 갑자기 정신병원에서 혼자 깨어났을 때의 그 혼란스러움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
뻣뻣한 골판지로 만든듯한 하얀 옷에다 신발은 어디론가 없어진채로 깨어난 나는, 눈을 뜰 수 있게 되자 엄청난 공포와 맞닥뜨리게 됐어. 어지럽고 온몸을 비틀거린 데다가, 정신은 여전히 몽롱했거든. 내가 기절하기 직전, 혹은 잠들었든 뭐든 간에 그 직전의 기억은 전혀 없었어. 내가 기억하는 건 여기에 오게 된 게 전혀 내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거였지.
내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알기 위해서 방 안을 찬찬히 둘러봤어. 창문은 없었고, 두꺼운 흰색 벽돌로 세워져 있었지. 형광등이 방 안을 음울하게 비추고 있었어. 그리고 또 작고 나무로 된 책상이 있었지. 책상 위에는 다양한 색깔의 알약이 담겨져 있는 머그컵이 있었고, 그 옆에 있는 메모에는 나보고 최대한 빨리 그걸 먹으라고 적혀 있더라고. 내 침대는 좁디좁은 트윈 사이즈였고, 침대 끝에는 접혀진 서류들과 베개 커버가 있었어.
물론 그 알약은 안 먹었어, 엿이나 먹으라지.
간호사가 내 방으로 올 때까지 계속해서 시간을 셌어. 처음에는 이 병원에서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하는데 실수로 날 데리고 왔나 하는 혼동이 있었나 하고 생각했지.
그러다가 마침내 간호사가 왔는데, 세상에... 간호사가... 좀... 많이 이상하더라구. 일단 간호사복이 겁나 싼티가 났어, 마치 코스프레하려고 만든 옷처럼. 얼굴에는 완전 풀메이크업 장착이었던 데다가, 억양은 예능 프로그램 MC 같더라고.
"제 생각에 절 실수로 데려오신 것 같은데요." 내가 말했는데, 간호사는 서류판에서 얼굴도 안 떼고 즉각 대답하더라.
"실수 아닙니다, 환자분."
"아니, 진짜로요. 제가 정신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는데요?"
내가 애원하니까 가슴이 점점 답답하게 조여왔어.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죠." 그리곤 나한테 미소짓는데, 그녀가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극적인 느낌이었어. 그 느낌이 진심 거슬렸지. 간호사는 서류판에다 끝없이 뭔가를 써내려갔는데, 내가 힐끗 훔쳐보니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더라고, 그냥 텅 빈 흰색 종이였어. 그러니까 그저 쓰는 척만 했다는 거지.
간호사한테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계속 부탁하고 간청했어. 들어온 이후 문까지 잠궈버렸기에, 도망칠 수도 없었고.
"아침식사는 8시, 점심식사는 정오, 저녁식사는 5시에요. 그리고 처방받으신 약은 다 복용하셔야 합니다, 예외는 없어요. 하루에 한 시간씩 외출하실 수 있어요, 아 물론, 저희 직원과 함께요. 문 바로 옆에는 비상 버튼이 있으니, 저희가 수시로 문진을 오겠지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눌러주세요."
"아니 - 그쪽은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시나 본데, 전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다니까요. 뭔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네요. 전화 좀 해봐야겠어요, 혹시 지금 - "
"크레이머 정신 병동에서 치료받게 되신 걸 환영합니다."
간호사가 갑자기 끼어들어 말을 잘랐어, 예의 그 가식적인 미소와 함께. 그리곤 문 밖으로 걸어나갈 땐 그 골판지같은 유니폼에서 찍찍거리는 소리나더라. 간호사는 나가기 전에 내 책상 위에 작은 책을 놔두고 첫 장을 펼쳐놨어. 그 첫번째 장에는 빨간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어.
첫 번째 날.
왜인진 모르겠는데 나한테 내 폰이 있었어. 근데 전화 통화는 전혀 안 되고, 연락처의 번호들은 완전 다른 번호로 바뀌어 있었어. 진심으로 우리 엄마 번호를 알고 있는데도, 전화를 걸면 다른 번호로 걸려. 다른 소셜 미디어도 역시 다 막혀 있는데, 저들은 레딧이 뭔지는 모르나봐, 그리고 그것만큼은 천만다행인 것 같아.
얘들아, 나 진짜 너무 무서워. 내 방문은 밖에서 꽁꽁 잠겨 있고, 몇 시간째 밖에선 쥐새끼 하나 돌아다니는 소리도 안 나고, 심지어 비상벨 눌러봤자 아무도 안 와. 제일 개같은 건 뭔지 알아? 크레이머 정신 병동은 90년대 이후로 폐쇄됐었다는 거야. 건물 전체가 호텔인지 뭔지로 재개발됐었다고. 그러니까 내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 건지 모르겠어.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너희들이 내가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외부세계야.
제발, 부탁인데 나 좀 도와줘.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계속 업데이트 할 거고, 폰은 항상 내 주변에 놔두려고.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어, 정말... 무서워죽겠다. 곧 돌아와서 다시 너희들이랑 얘기할 수 있길 바라.